경시청(도쿄 관할 경찰 본부)이 지난 9월부터 도쿄의 환락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 인근에서 성매매 목적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81명을 적발해 조사했다. 이들의 약 40%가 “호스트 클럽 외상을 갚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고 답했다. ‘악질 호스트 클럽’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이다.
지난달 28일 <아사히신문>은 ‘악질 호스트클럽’ 문제를 고발했다. 20대 여성 C씨는 2년 전 처음으로 남성 접객원이 나오는 ‘호스트클럽’(호스트바)에 가봤다. C씨는 “귀엽다”, “네가 좋다”라고 말해주는 호스트들에게는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됐다.
한 업소의 호스트와 연인 같은 관계가 되면서 한 회 방문에 수만 엔(약 수십만 원)씩, 축하 샴페인을 딸 때는 약 10만~20만 엔(약 90만~18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썼다. 수중에 돈이 없을 때는 외상을 해가며 해당 호스트를 찾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C씨가 업소에 갚아야 하는 돈은 무려 1천만 엔(약 9천만 원) 정도로 늘어났다. C씨는 쌓인 외상값을 갚기 위해 호스트클럽의 알선으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호스트클럽이 사회문제로 불거진 이유 중 하나로 일본의 민법상 성인 연령 기준이 작년 4월부터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젊고 매력적인 10대 후반 남성들이 호스트클럽에서 일을 하게 되니, 여고생들마저 이곳을 출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지원 활동을 하는 도교 단체에는 피해자 부모들로부터 올해 200건 이상의 상담이 있었고, 하룻밤 요금이 100만 엔(약 900만 원)을 넘는 예도 있었다.
마침내 일본 정치권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호스트 클럽 이용객이 빚 상환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입헌민주당은 국가나 지자체에 실태조사와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피해방지법안을 중의원에 제출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까지 실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있다.(‘ホストクラブ被害 惡質行爲許さぬ對策を’/2023.12.8.)
‘호스트클럽’은 남성 접객원이 여성 손님을 접대하는 유흥주점으로 일본식 영어이다. ‘손님을 접대하는 남성 주인’을 의미하는 ‘호스트’(host)와 사교 단체를 의미하는 ‘클럽’(club)을 합친 조어이다. 젊은 남성 접객원이 여성 고객과 술을 마셔주며 각종 서비스(노래방 도우미 역할 등)를 제공한다.
합법이어서 일반인도 쉽게 드나들며, 일본에 제법 퍼져있다. 성적 서비스는 허용되지 않는다. 도교 신주쿠 가부키초 지역이 유명한데, 대형 업소들은 호스트를 홍보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어 인기 순위까지 공개한다.
남성은 대개 성적인 목적을 위해 유흥업소가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은 외로움, 애정결핍, 스트레스(주로 화류계 여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호스트클럽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호스트 클럽은 그냥 여성용 유흥주점일 뿐이니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일부 호스트클럽에 ‘악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악질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싼 요금으로 접대를 한다. 여성 고객이 특정 호스트와 애정에 빠지면, 요금을 서서히 올린다. 그리고 여성 고객이 돈을 없을 때는 호스트가 대신 내준다. 외상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 외상이 거액이 되면 여성 고객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성매매를 시켜 외상을 갚도록 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매뉴얼까지 만들어 여성 고객을 가스라이팅하거나 마인드콘트롤하는 수법까지 쓴다고 한다. 주로 넘어가기 쉬운 18세~20대 초반 여성을 목표로 ‘유사 연애 수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악질 호스트클럽은 범죄 조직의 자금원으로 연결돼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호스트클럽 피해 문제에 대해, 여성 손님에게 책임이 있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연애 감정을 이용한 ‘데이트 상법’에 대해서는 소비자 계약법에 취소 규정이 있다. 그러나 남성 접객원의 의도를 입증하기 어렵고, 연인끼리의 금전문제로 치부되어 업소의 개입을 증명하지 못해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
남의 일만이 아닌 것은, 일부 한국 여성도 주말을 이용해 호스트클럽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외상이 늘어나 한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매춘을 하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말이다.
인정욕구는 의식주만큼 생래적 욕구이다. 애정과 관심을 바람은 인정욕구의 기본이다. 그 기본욕구를 제어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욕구를 상술로 이용하는 악질들에게 얼마나 당해봐야 방화벽이 갖춰질까.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도 인정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차피 사람은 사람의 한계 내 존재이다. 하여 우리가 살아내는 일은 고해(苦海)에서 수영인지도 모른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역영(力泳)하더라도 무지개 잡기이다. 차라리 조류에 몸을 맡기면, 수영이 좀은 수월하지 않을까.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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