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 시뮬레이션 우주와 정보역학 제2법칙

조송현 기자 승인 2023.10.24 17:51 | 최종 수정 2023.10.26 12:42 의견 0

Q1. 과학 인사이드 이 시간엔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다양한 과학 소재를 찾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엔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내용을 들려주실 건가요?

--> 오늘의 키워드는 시뮬레이션 우주와 정보역학 제2법칙입니다.

Q2. 시뮬레이션 우주와 정보역학 제2법칙이라고요,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시기 전에 우선 개요를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시뮬레이션 우주는 일종의 가설입니다.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하죠. 과학의 영역이라기보다 철학의 영역인데요,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면서 학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우리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닐 가능성은 십억분의 1”이라고 발언해 대중의 관심을 폭발시켰죠. 근데 이달 초 미국 AIP Physics라는 학회지에 <정보역학 제2법칙이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려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우선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 뭔지 알아보고, 그 다음에 새로운 물리학 논문인 정보역학 제2법칙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지지하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Q3. 아, 무슨 내용인지 윤곽이 잡힙니다. 그럼, 먼저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 뭔지부터 소개해주실까요?

--> 먼저 질문 하나 해볼게요? 컴퓨터게임 해보셨죠? 그 게임의 화질이 점차 좋아지고 있죠? 이런 발전 속도가 수십년 수백년 지속되면 컴퓨터 게임이나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현실과 꼭 같은 수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4. ...

-->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 본격 논의된 것은 2003년 세계적인 철학자 닐 보스트롬이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보스트롬은 우주 전체가 초고성능 컴퓨터가 구현한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을 얘기했어요. 이게 바로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 혹은 시뮬레이션 우주론입니다.

Q5. 우주가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이라, 철학자의 보스트롬은 어떤 식으로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을 얘기한 거죠?

--> 보스트롬은 가정으로 시작해 시뮬레이션 우주를 도출했죠.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인류가 충분히 발전하면 언젠가는 우주 전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하나를 할 수 있다면 단 1개의 시뮬레이션만 돌리지는 않을 것이며, 수많은 우주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것이다.> <시뮬레이션 속의 인류 역시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우주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단 하나인 현실 우주의 인류가 10억 개의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어냈다면, 현재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을 확률은 10억분의 1인 셈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Q6.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은 하지 못하겠는데요? 요즘 컴퓨터 게임 발전 속도를 감안해보면요. 그럴 듯한데요? 근데 이를 지지하는 현상이나 논리가 있습니까?

--> 가정의 첫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도출된 결론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컴퓨터의 원리와 우주의 원리가 많이 닮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를테면 컴퓨터 부팅은 빅뱅이라는 거죠. 특이 물리적인 현상 중 양자역학에 요상한 게 많은데, 관측되기 전 가능한 상태의 중첩(양자중첩)은 컴퓨터의 최적화 과정, 최소단위 플랑크 상수의 존재는 컴퓨터 1비트나 모니터 화면의 1픽셀의 존재 등으로 설명하죠.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증명이나 검증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를 아전인수하는 모양새죠.

Q7. 그렇다면 이제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물리학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정보역학 제2법칙이 나설 차례인데요? 논문의 개요를 설명해주시죠?

--> <The second law of infodynamics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simulated universe hypothesis>라는 제목의 논문이 10월 1일자 미국의 AIP Physics에 실렸는데요. 저자는 미국 포츠머스 대학의 물리학자 멜빈 봅슨, 영국 제레미아 호락스 수학물리학천문학연구소의 수학자 세르반 렙파다투인데요. 이들은 지난해 ‘정보역학 제2법칙’이란 개념을 발표했고요, 이번 새논문에서는 이 정보역학 제2법칙을 우주에 적용시켜봤더니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뒷받침하더라는 게 논문 요지입니다.

Q8. 열역학 제2법칙은 들어왔는데 정보역학 제2법칙은 처음 들어봅니다. 오늘을 키워드 정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해주시죠?

-->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해서 이 우주의 엔트로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엔트로피는 좀 어려운 개념인데 단위는 J/K‘ 온도 분의 에너지이고,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를 절대온도로 나눈 값입니다. 개념적으로는 간단히 무질서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정보역학과 정보역학 제2법칙은 아직 네이버 검색이나 구글검색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새로운 학문영역인데요, 열역학에서 기체분자 하나 하나를 통계적으로 다루듯이 정보역학에서는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를 정보, 기존단위 비트로 구성됐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리 존재도 비트로 구성됐다는 거죠. 여기서는 이 정도로 해서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열역학 제2법칙과 달리 정보역학 제2법칙은 정보 상태를 포함하는 시스템의 정보 엔트로피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는 법칙입니다.

Q9. 자, 오늘의 핵심 질문입니다. 정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 엔트로피가 감소해야 한다’는 건데, 이게 어떻게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거죠?

-->논문 저자들은 이 법칙을 유전학 우주론 원자물리학 대칭 그리고 시뮬레이션 가설에 적용해 탐구해봤대요. 우선 변종 RNA 서열을 분석했더니 모든 변종들이 돌연변이를 겪으면서 정보 엔트로피가 감소하더래요. 우주의 많은 대칭들이 있습니다. 눈송이, 인체구조, 꽃, 분자구조 등 우주의 대부분은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왜 이러는지는 몰랐어요. 근데 정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정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해요. 대칭은 정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 가장 낮은 정보 엔트로피 상태에 해당하거든요.

봅슨이 이렇게 말합니다. "과잉 정보를 제거하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컴퓨터가 저장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낭비 코드를 삭제하거나 압축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합니다.“

봅슨은 이러한 결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다면 정보는 컴퓨팅에서 비트가 정보의 기본 단위인 것처럼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라는 게 분명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Q10. 마무리

오늘은 우리가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과 이를 물리학적으로 지지하는 정보역학 제2법칙으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흥미롭고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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