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맞은 첫 번째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3차례나 언급했다. 석 달 전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자유를 강조했는데, 이번 경축사에서는 자유에 대한 강조가 더 강화된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언급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리 자유만을 강조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윤 대통령이 취임사와 경축사에서 어떻게 자유를 언급했는지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저는 이 나라를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말하고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는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닙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라고 지적하고,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취임사 마지막 문장에서 윤대통령은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3.1 운동과 상해 임시정부가 자유와 인권과 법치가 존중되는 민주공화국을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방 이후 건국과 산업화 및 민주화 과정이 모두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보여주었던 자유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먼저 윤 대통령은 “공적 부문에서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데 쓰겠다. 경제적 문화적 기초를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광복절 경축사인 만큼 일본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일본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언급했지만,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상의 언급을 정리하면 윤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자유의 개념이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첫째,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한다.
둘째, 자유는 양극화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런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안도 다름 아닌 자유를 통한 혁신과 성장이라고 본다.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루면 적하효과를 통해 양극화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경제 정책은 작은 정부와 탈규제와 재정 건전성을 추구한다.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지닌 것이다.
넷째,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라면서 ‘연대’의 이름으로 기회 평등과 복지의 확대 필요성도 함께 강조한다.
다섯째,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전체 역사를 자유를 추구해온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해방공간과 건국 이후의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유라는 개념으로 한정해야 이해하는 것이다.
여섯째, 윤 대통령은 일본을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이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편협하고 부족하다. 편협하고 부족하다는 점은 자유에 대한 인식이 일방적이고 부분적이며 편향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자유 개념은 왜 일방적이고 부분적이며 편향적일까?
먼저 자유 개념은 다양하다. 자유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폭넓고 그래서 많은 종류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에는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비지배적 자유가 있으며,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도 고전적 자유주의, 수정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등 역사적으로 다양한 자유주의 형태를 보여 왔다. 또 자유는 정치적․시민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자유가 존재하는데, 윤 대통령의 자유는 자유시장과 적하효과, 경쟁과 혁신을 강조하고 작은 정부와 재정 건전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자유, 신자유주의와 자유지상주의, 경제적 자유에 무게중심과 방점이 찍힌 자유라고 판단된다.
물론 윤 대통령은 기회 평등과 복지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자유와 성장, 혁신과 적하효과에 있다는 주장은 윤 대통령의 자유가 적극적 자유나 수정 자유주의, 그리고 존 롤스와 같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하면서 인권, 연대, 공정이라는 가치도 함께 언급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연대나 공정보다 상위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 사고의 무게중심과 방점은 자유에 있고, 인권과 연대, 공정의 가치는 자신의 중심 가치인 자유에 대한 일종의 곁가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문제는 윤 대통령이 ‘평등’이라는 개념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평등이라는 개념 대신 구태여 ‘연대’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연대라는 개념을 연결 고리로 사용해서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복지권을 언급한다. 평등 개념을 자유 개념과는 함께 하기 어려운, 일종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또 평등 개념을 비민주적이고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나 중국과 깊은 연관이 있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평등 개념을 자유 민주주의와는 함께 어려운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평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일방적이고 편향적이며 부분적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자유와 평등과 인권이다. 자유만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는 온전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자유와 평등 개념은 서로 확연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예컨대, 적극적 자유와 비지배적 자유 개념에는 이미 평등 개념이 스며들어가 있다. 적극적 자유를 의미하는 사회권은 복지권과 교육권과 노동3권 등과 같이 기본적으로 평등을 강조하는 기본권이다. 또 동등한 시민들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인 비지배적 자유도 시민들 간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평등을 강조한다. 더욱이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도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 자유시장을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함께 평등 가치도 강조하고 추구하는 수정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도 존재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자유는 소극적 자유, 신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에 경도되어 있어, 일방적이고 편향적이며 부분적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자유관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평등의 가치를 너무 경시하고 폄훼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헌 헌법의 내용에는 평등과 관련된 조항들이 많다. 제헌 헌법 전문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쓰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나 자유방임 경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또 제5조에서도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자유, 평등과 창의를 존중하고 보장하며 공공복리의 향상을 위하여 이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의무를 진다.”라고 쓰고 있다. 자유와 함께 평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84조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쓰고 있다.
이렇듯 경제조항인 제84조 내용은 제헌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질서가 사회정의와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에 기초해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제헌 헌법의 경제 질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방임이나 자유시장 경제가 아닌 것이다.
더욱이 현행 헌법인 87년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쓰고 있으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199조 제1항은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제2항은 경제 민주화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현행 헌법 제199조 제1항과 제2항이 명확히 쓰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질서는 자유시장 경제에만 기초한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윤 대통령이 자유시장 경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제헌 헌법이나 현행 87년 헌법과도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자유에 대한 인식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강조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전혀 자유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국정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검찰과 경찰, 국정원과 감사원 등을 틀어쥐고 일종이 연성 권위주의 정부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 권력기관을 모두 장악하고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성 국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예컨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과 법부부 장관의 시행령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유와 함께 ‘인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권 정책에 있어서 일관성을 상실했다. 예컨대, 일제의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 자유와 인권적 인식과 접근이 부재하다. 강제 징용은 자유로운 노동이 아니다. 자유에 반하는 강제 징용 문제에 있어서, 윤 대통령은 자유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자유 개념은 일관성 없이 선택적인 것이다.
또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억압과 반인권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남용되고 침해된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국제규범 시각에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접근해야 할 대통령이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다. 게다가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에는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본다면 유대통령의 자유는 선택적이며 비일관적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윤 대통령의 자유 개념은 반공 자유주의와 냉전 자유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도전은 당연히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로 이해되는데, 이런 인식은 냉전 시대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진영 간의 대결을 연상시킨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군사 영역뿐 아니라 경제와 기술 영역에서도 심각하게 펼쳐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 가치를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나토[NATO]와도 가치동맹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자유 개념을 냉전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고 대결 지향적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 개념이 외교안보 영역에서는 평화와 공존이 아닌 대결과 전쟁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넷째, 윤 대통령의 자유는 다분히 사회적 강자들만의 자유에 가깝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100여 일 동안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에서 부자 감세를 강조하며 그렇게 실현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부자 감세는 사유재산권과 최소정부와 탈규제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정책에 다름 아니다.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윤 대통령은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연대’를 함께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려운 분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기초 생활 보장을 강화하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등을 언급했는데, 이렇듯 ‘연대’ 가치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평등’이라는 단어나 ‘기본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구태여 ‘연대’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문제가 있다. 연대라는 단어에는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복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복지를 사회적 강자가가 사회적 약자에게 행하는 시혜적 형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긴축 재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도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복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정책 의도를 계속 강조해왔다. 하지만 복지는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 의식을 통해 시혜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 강자나 국가로부터 수혜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권인 복지권은 시혜나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인간답게 살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헌법상의 권리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연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복지를 시혜나 수혜로 인식하는 부분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윤 대통령은 8.18 광복절 경축사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의 역사는 자유의 확대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역사를 편협하게 이해하고, 앞서 살아간 선열들의 다양한 가치 측면에서의 애국 노력을 축소 해석하고 한정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의 확장 과정일 뿐 아니라 평등과 인권의 확장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민국 역사를 자유의 확대 과정으로만 해석하고 평등 개념을 제외한다면, 우리 역사는 동전의 한 면만 남고 다른 한 면은 사라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평등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역사를 자유의 과정으로만 이해한다면, 제헌 헌법에서 보여준 평등의 강조를 우리 역사에서 지우고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 자유만을 유일하게 강조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자유와 평등과 인권에 대한 포괄적이고 충분한 이해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를 온전하고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노력에 제약을 가져올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의 확장 과정만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인권의 동시적인 확장 과정이었다.
윤 대통령의 자유는 소극적 자유, 신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의 자유다. 그리고 냉전 자유이고 사회적 강자들의 자유다. 또 윤 대통령의 자유는 일관되지 못하고 선택적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에 대한 편협하고 제한적이고 당파적인 이해 대신에 포괄적이고 균형감 있는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유를 진정 자유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자유를 진정 자유답게 만드는 일은 자유와 함께 평등과 인권의 개념을 동등하게 강조하는 것이다.
◇ 진시원 교수
▷부산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사)목요학술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시민시대』는 본지의 콘텐츠 제휴 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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