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확정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 10기 가동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지난 7월 5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이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되었다. 그에 따라 지난 7월 8일부터 16개 지자체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공람/공고되면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1차 수정 공람 중이다.
수명연장이 승인된다면 현재 고리 1, 2호기를 제외한 신고리 5, 6호기 이전의 다른 경수로 원전처럼 처음 설계 때 충분한 크기로 확보하지 못한 가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로 인하여 저장 한계에 이른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밀화 공사를 수행하여 핵연료 저장밀도를 높이게 되며, 추가적인 타 원전의 수명연장에 따라 조밀화가 완료된 타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을 빠르게 함에 따라 현재 원자력계가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l 명확하다.
이 과정에서 계속운전신청서를 제출할 때 주민의견수렴을 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고리2호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지자체 및 주민들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제도상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2012. 1. 20]의 원자력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및 그 초안의 작성요령 중 ‘6. 사고로 인한 영향, 6.1 사고의 가정’ 가운데 “중대사고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의되어 있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높아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준을 반영하여 뒤늦게 2015년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서는 추후 운영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 포함]를 제출하여 이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하고, 운영 허가 후 사용 전 검사 및 정기검사 단계에서도 ‘중대사고 예방 및 완화시설’ 등에 관한 내용을 검사받게 되었으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작성에 대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관련 고시가 2020년 개정을 통하여 중대사고 제외 문안이 제거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수행하게 될 이번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이 중대사고를 반영하여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작성되어야 하는 실질적 최초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가동원전은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존 원자력발전의 확신 하에 설계되고 건설/운영되어왔으나 1970년대 미국의 TMI 원전사고를 계기로 중대사고에 대한 수동적인 인지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적극적 행동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많은 제도적 기술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일반적인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환경영향, 영향예측 및 평가, 대안평가 등이 이루어지지만 국내 경수로 원전의 설계/안전/규제의 참조가 되는 미국의 경우도 TMI 사고를 계기로 1980년 NRC는 1980년 7월 1일 이후에 제출된 건설 허가 및 운영 허가 신청서에 적용되는 환경 영향 보고서[EIS]에서 중대사고 고려에 관한 잠정 정책 성명을 발표했으나, 중대사고를 포함한 여러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요구에 대하여 1985년 8월 기존 발전소가 공중 보건 및 안전에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일반 규칙 제정 또는 기타 규제 변경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위한 중대사고의 위협 근거가 없다는 정책 성명을 발표하며 대립하였지만 1989년 법원 판결은 원전 운영을 위해 중대사고를 적극적으로 고려함과 동시에 그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SAMA[중대사고 완화 대안]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규제기관에서는 환경평가 심사지침[1999년]을 만들어 중대사고 및 그 대안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해 적용하고 있으며 약 75%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을 수행하였다.
우리의 경우 1999년에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 평가지침까지 개발한 미국과 달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하여 인접국가의 중대사고를 경험하고 2016년 원안법 개정까지 중대사고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원안법 개정을 통해서 원자력발전소의 중대사고 대처능력 확보에만 초점을 둔 사고관리 계획만을 급하게 신설하여 고리를 포함한 전 원전에 대하여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업자에게 제출을 의무화하고 아직도 심사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공람중인 방사선환경영향 평가서도 사고관리계획서 제출과 함께 요구된 것으로 2016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사이 2019년 시민단체의 신고리 5,6 건설허가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중대사고 관리 내용이 누락된 점이 위법하다고 인정하였으나 그간 규제기관은 다음해에 관련 고시에 ‘중대사고 제외’ 문안만을 제거하였을 뿐 관련 지침도 개발하지 않음에 따라 현재 작성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아직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중대사고의 개념이 배제된 고리1호기나 월성 1호기의 작성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사고관리[SAMG]는 중대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격납건물 외부로 방사성물질이 대량 방출되는 단계로 진전되지 않도록 사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중대사고의 경감 및 완화를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방법이 활용되며 발전소 자체의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둔 것이다.
많은 해외의 수명연장 사례에 적용된 중대사고 완화대안[SAMA]는 중대사고 결과를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기능 또는 조치로, SAMDA[중대사고 완화설계 대안], 절차 변경 및 교육 프로그램 개선 및 잠재적인 하드웨어 수정을 포함하며 비용-편익 평가가 이를 구현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수행된다. 즉 중대사고의 평가 범위를 발전소 시설로 제한하지 않고 발전소 지역의 안전성 평가로 확장시킨 개념으로 원자력이 아닌 일반산업이나 시설의 환경영향평가에서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오는 항목으로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본 목적이 되는 것으로 원자력발전소 부근의 인구, 입지, 기후변화 등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기존 원전의 초기설계에 반영하지 못한 중대사고에 대한 개선을 전제로 수명연장을 접근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대사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사고관리의 실패를 전제로 한 영향평가로서 부지 외부로 방사성물질이 대량 방출되는 상황을 전제로 부지리스크를 평가하여 부지 적합성 판단하고 원전설비의 안전성 수준 결정하며 사고 시 주민대피계획 등에 고려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사고 관리는 표준적인 원전의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 및 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며 중대사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표준 부지를 기준으로 한 사고관리 목표가 충족된 경우라 하더라도 부지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합성 여부 판단 및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설계 대안 등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즉 현 제도 하에서 중대사고 완화 대안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1차 수정회람까지 되었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2016년 중대사고 평가가 제도화된 이후 고시에서 중대사고 제외라는 문구만 제거된 상태에서 중대사고가 반영되지 않은 제도 하에서 작성지침의 존재여부가 궁금한 수행된 고리1, 월성1호기의 틀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지침이 규제기관에 의해 제시되고 이에 따라 사업자가 작성하여야 함이 정상적인 절차임에도 지난 정부인 2019년 법원에서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이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무위가 제도적 문제점으로 판단되며, 지난 정부에서의 고리2호기 폐로 분위기에 따라 소극적이었던 사업자의 수명연장 준비상태에서 작성한 사고관리계획서[2019]와 함께 작성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이번 정부에서 긴급하게 결정된 수명연장을 위한 보고서로 제출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비록 규제기관의 제도가 미비하여도 국제적인 정보와 연구 인력을 가진 국가 기업인 사업자의 준비자세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적으로 사항으로 중대사고의 반영여부에 대한 검토 결과
원자력 산업계 및 규제기관은 계속운전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허가 및 안전선 점검을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이번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중요 기술기준은 과거 중대사고가 반영되기 이전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1차 수정을 통해 제시된 보고서에 이러한 문제점을 삭제하고 제출하고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작성지침으로 1979년 미국 NRC의 보고서가 원문에 참조되었으나 현재 미국에서 적용되는 보고서는 1999년판이 적용되고 있어 기술기준의 효용성에 어긋나고 있다. 따라서 중대사고 및 그 후속 절차에 큰 공백을 가지고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가상적인 사고에 대한 위협까지 평가한다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게 평가해야할 사고도 국제적으로 평가 여부에 대한 검토가 나오고 있는 테러나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사고 등의 반영은 고사하고, 이미 국내에서 중대사고 정책의 안전 목표로 선정한 지표인 노심손상 빈도, 대량조기방출 등 확률론적 안전성분석 결과상 높은 확률과 높은 피해를 주는 사고를 기술적 근거 없이 배제하였으며, 중대사고의 영향이 국민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 기술되어 있다.
평가 결과도 원안위의 중대사고 정책의 안전 목표에 기술한 사고로 인한 즉시 사망자나 암사망자로 표시하거나 최소한 평가대상 구역의 집단 선량으로 표현해야 함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그 범위도 환경영향이 크게 사람, 환경, 경제성으로 구분됨에 따라 인명, 오염, 비용으로 평가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
반영해야 할 것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건설 시점보다 높게 변경됨에 따라 이를 반영한 안전성 확보 방안들에 대한 영향 평가가 요구된다. 과거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던 안전성 문제점들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가동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신뢰성 확보와 원자력 산업계의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람 중인 보고서는 지역한정 공개 보고서의 형태로 제한을 가짐에 따라 해당 국민들의 접근성에 제한을 가짐에 따라 대상 전체공개를 하거나 일반 공개함이 타당하다. 기술적인 사항이 대부분인 보고서를 누구의 도움 없이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검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내용이 원전 지역의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공람함은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해당지역의 영향에 대한 비교 평가가 가능하도록 결과가 제시되어야 한다. 해당 보고서를 검토함에 따라 내지역의 영향과 환경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공고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 내용이 원자력 전문가들이 검토해도 어려운 단어와 결과를 포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 전문가나 인허가용 문서와 다른 충분한 해설이 포함된 보고서의 작성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정의, 배경, 안전성에 대한 지원 또한 요구된다.
최근 진행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열람 결과 드러난 정치적으로 급하게 수명연장이 결정됨에 따라 정부 제도의 미흡함과 사업자의 의지의 부족은 원자력 안전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 노후화된 원전의 안전성 확보라는 사명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다. 국민들에게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노후 시설이나 기기의 수명연장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그에 대한 신뢰 정도는 이해되어야 원자력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제도를 수립하고 그에 따라 제대로 고리원전 수명연장을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불안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 한병섭
▷원자력공학 박사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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