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3-여는 시】 나무 - 박진규

시민시대1 승인 2023.03.22 16:05 | 최종 수정 2023.03.22 16:22 의견 0

햇빛이 오는 쪽으로 이파리를 펴고
바람이 미는 쪽으로 가지를 뻗는다
있으면 잘 커서 아름답고
없으면 못 커서 아름답다
그늘을 사람들이 고마워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본성이지 친절이 아니다
때가 되어 꽃과 열매를 맺을 뿐
그것은 욕망이나 자랑이 아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기에
초조해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으리
누구를 좋아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다만 이파리를 흔들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시작여화>

저의 오솔길에는 꿀밤나무가 많습니다. 워낙 오래 보아온 우리는 서로 친합니다. 꿀밤나무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매번 꿀밤을 맞으며 꿀밤나무에게 배웁니다. 그 수업료로 가을이면 꿀밤을 가득 호주머니에 넣어 저 멀리 꿀밤나무가 없는 곳에 던져줍니다.

 

박진규 시인

박진규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제18회 최계락문학상 수상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발간

 

 

※(사)목요학술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시민시대』는 본지의 콘텐츠 제휴 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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