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바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해 11월 하순~12월 초 프랑스 파리의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1차 총회 참석에 이어 불가리아를 비롯한 유럽 3개국을 방문했고, 지난 2월 하순~3월 초엔 앙골라를 비롯한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하는 등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올인하는 듯 보인다.
BIE(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4월 2∼7일 서울과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엑스포 유치는 매우 중요한 일임을 모르는 부산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왜 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지, 부산시민 입장에서 부산세계박람회와 부산의 미래모습은 어떠한 것인가를 시민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지속가능성 즉 환경이 중요한 엑스포의 한 축이라면 부산의 보물인 낙동강하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한편 현재 문제가 되는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및 핵폐기장 건설과 관련해 안전한 도시 부산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시정의 힘을 고르게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박 시장은 엑스포 외에 부산의 미래안전과 부산시의 난개발을 지적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면담자리는 회피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 시민사회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의의 대주제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고 한다.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게 될 2030년은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가 완료되고, 기후변화 공동 대응의 분기점이 되는 시기로 개최지 확정에서부터 남은 7~8년간의 기간은 지구 미래를 위한 ‘골든타임’이며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부산의 미래비전 제시와 실천 계획을 점검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부산세계박람회의 핵심주제 3가지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 인간과 자연(Sustainable Living with Nature)’으로 지속가능성을 지구 공통과제로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복원력의 실천 수칙을 제시하며 자연과의 공존 인식 전환과 생산 소비의 혁신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치과정에서는 부산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전 세계에 제시해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 부산의 도시변천사를 보면 지속가능성과 한참 먼 ‘난개발’의 역사만을 보여왔다. 향토 문학가 고(故) 최해군 선생이 일찍이 ‘사포지향’(四抱之鄕)이라고 자랑했던 산과 강과 바다, 그리고 온천이 어우러진 부산은 지속가능성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부산의 자연문화자산인 낙동강하구는 1987년 하굿둑 건설 이래, 분뇨처리장, 쓰레기매립장에 이어 을숙도대교 건설, 대저대교 건설계획 등으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만의 콘텐츠가 될 낙동강하구의 ‘지속가능성’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부산시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을 하는 등 세계에 알리는 일이야말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낙동강하구는 1966년에 정부가 철새도래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한 지역으로 문화재보호법, 연안오염특별관리법, 습지보전법 등 5개의 크고 작은 법으로 보호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자산이다. 국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의 정기적인 중간기착지이자 큰고니, 청다리도요사촌,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참수리, 매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의 서식지로 중요한 지역이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인 삼락생태공원의 하늘연못에서는 2021년 국내 최대로 추정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 서식지가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낙동강하구는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등의 국내급 명승지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으로 명성이 높은 순천만과 우포늪, 주남저수지를 다 합쳐도 그 규모가 미치지 못하는 한국 최고의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부산시는 이러한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도시발전 전략에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과정에서 부산시는 전 세계에 낙동강하구의 지속가능성과 현명한 이용을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한다.
첫째, 낙동강하구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시민들의 참여와 창의적 아이디어가 제대로 결합하였으면 한다. 20여 년간 시민운동 차원에서 계속되고 있는 낙동강하구 100만 평 국가공원 지정 및 보전 활동이 민관거버넌스로 새로운 결실을 얻기를 바란다. 지난 2021년 5월 시민단체 관계자가 부산시장실을 찾아 ‘100만 평 시민공원 낙동강파크시티(가칭) 시민 제안’을 한 바 있다. 박형준 시장은 이 같은 100만 평 시민공원의 발상을 포함해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한 바도 있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실무팀을 만들고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맥도그린시티’와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과 관련해 약 17억 원 규모의 용역이 의뢰됐고, 내년 상반기 중에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산시는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을 정부에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것은 지금부터 약 20년 전 (사)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의 100만 평 문화공원 조성 운동과도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가 왜 100만 평 공원을 내세웠을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인구 4백만의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아시안게임 기념공원은 물론 상징적인 평지 대공원 하나도 없다는 현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20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갖고 우리 시민들의 손으로 100만 평 공원을 만들어 보자. 지금 때를 놓친다면 이러한 꿈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서 시민들이 나선 거지요”. 출범 당시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김승환 사무처장(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교수)은 “100만 평 문화공원 조성 운동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의무이자 미래 부산발전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이 용역화되면서 오히려 ‘시민위원회’의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는 잘 보이지 않고 용역사와 부산시의 편의주의에 매몰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시민 창안을 중시하겠다고 만들어진 ‘시민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이다. 외형적인 국가도시공원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시민·전문가와 부단히 논의해야 함에도 이러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 범시민협의회 회원들의 꿈은 부산시 강서구 둔치도 일대 논과 서낙동강 일부를 포함한 100만 평 부지에 2020년까지 100만 평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신호산업단지, 김해공항, 서낙동강변을 연결하는 녹지네트워크 구축과 공원과 농업을 연계한 도시농업의 활성화도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공원은 크게 문화시설지구 향토 생태숲지구 농업공원지구 하천 및 수변지구 시민자연광장 지구 등으로 나뉘어 기념관 문학관 도서관 공연장 오페라하우스 청소년수련장 등 각종 시설과 생태숲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생태학습원으로도 활용하며, 공원이 완성될 때는 세계농업박람회나 생태박람회 개최도 고려 중이었다. 농지를 보전하고 거주 농민들의 삶의 터전도 보장하며, 주말농장 및 농작물 가공판매장도 마련하고 기존의 서낙동강을 숲과 연결해 수변관광 및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이러한 발상이야말로 지금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콘셉트에 가장 맞는 부산의 그랜드플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희망 사항'이라고만 여겼는데 협의회가 32만 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장에게 100만 평 공원의 꿈을 전달하고 2003년 3년 만에 3억여 원의 시민 모금을 해내고, 토지 담보 대출 등을 통해 공원 예정지의 일부인 둔치도 땅 약 1만 4천 평(7억 7천만 원) 매입에 성공했다. 기증과 기부를 통해 자연환경 및 문화유산보전을 지향하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의 좋은 사례를 부산시민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100만 평 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선결과제로 범시민협의회가 추진 중인 부산 강서구 일대 그린벨트 지역 100만 평에 대해 부산시가 이를 공원부지로 도시계획 지정을 해주어야 가능하다. 협의회 측은 2000년대 초반 당시 고 안상영 부산시장을 10차례나 만나 100만 평 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안 시장도 공원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뒤 지금까지 구체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00만 평 문화공원 조성의 열쇠는 시민참여와 부산시의 민관파트너십에 있다. 독일 뮌헨의 100만 평 공원인 엥리시가르텐의 경우 100여 년 전 도시 외곽에 조성됐지만 지금은 뮌헨 중심에 자리 잡은 독일의 대표적 공원 중 하나이다. 부산시가 하고 있는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용역도 용역업자의 기술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꿈과 아이디어를 살리는 철저한 참여형 프로젝트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100만 평 공원의 꿈,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만들기야말로 ‘회색 도시 부산’을 ‘녹색도시 부산’으로 만드는 미래비전이며, 이러한 꿈이 부산 미래 시정의 중심에 서야 제대로 된 미래도시 부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이런 측면에서 이제는 낙동강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발견해 ‘지속가능성과 현명한 이용’을 시정의 중심에 두고 새로운 낙동강하구에 대한 그랜드플랜을 세워야 할 때라고 본다. 종래 쓰레기매립장이라는 ‘부(負)의 유산’을 에코뮤지엄으로 조성하고 낙동강하구를 철새 공화국으로 선포하는 등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낙동강하구에 대한 부산시의 그랜드디자인을 통해 ‘백조의 호수’인 낙동강하구가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생태공원이 되고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전 세계가 알아주는 새로운 부산의 미래 브랜드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공화국, 생태수도 순천의 순천만과 정원박람회 사례와 같이 국내외에 자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될 때만이 2025년 입주 예정인 에코델타시티 또한 명품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시 차원에서 현재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7월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결정하면서 2025년까지 이번에 등재되지 않은 주요 갯벌을 추가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한 상태이다. 여기에 포함된 갯벌은 충남의 서천, 전북의 고창, 전남의 신안, 보성·순천의 갯벌 등 4곳이다. 이들은 모두 습지보호 지역이고 일부가 람사르 습지다.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갯벌이자 특히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주요 등재 이유인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한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추가 등재 1 후보가 되어야 할 낙동강하구는 제외된 상태이다. 부산시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바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 with Nature)’을 핵심 부제로 삼은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실천에 옮기는 일로서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도 마땅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낙동강하구의 면적은 8,728ha로 순천만(2,800ha)의 3배, 우포늪(865ha)의 10배가 넘으며, 낙동강하구는 매년 200여 종, 30만 개체의 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고 안정적인 대표 습지이다. 정말 부산시가 낙동강하구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할 때이다. 이렇게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등재운동을 부산광역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 전 세계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부산시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라 생각한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용역을 하는 부산시가 낙동강하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된다. 우리 부산은 1910년 일제 점령기엔 승마장과 군속훈련장, 1945년 광복 이후엔 주한미군 캠프 하야리아를 시민운동을 통해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힘이 있다.
셋째,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서는 부산시는 그간 난개발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이제는 ‘축소지향의 도시계획’을 수렴해야 할 때이다. 환경영향평가 조작 문제로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기존 노선이 거부되고, 4개 대안 노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부산시 입장에서 시민단체와 민관거버넌스를 무시하는 시장의 자세를 내보여선 안 된다. 인터넷 언론 뉴스펭귄(2022년 12월 28일)에 따르면 부산시가 멸종위기종 큰고니 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를 ‘기존 노선대로’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부산시의 대저대교 기존 안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저대교 기존 안 강행은 기후재난 시대에 낙동강하구의 대자연을 파괴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부산시가 내건 슬로건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공청회를 열고 환경청이 제안한 4가지 대안 노선과는 별개로, 기존 노선을 유지하지만 교량 높이를 45m에서 25m로 낮춘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제시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에 따르면 2011년 4200여 마리였던 큰고니 수는 2019년 1200여 마리, 2020년 900여 마리로 해마다 줄고 있다. 부산대 홍석환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교량과 교량 사이 간격이 적어도 4㎞는 되어야 멸종위기 새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며 간격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높이만 줄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2030년 4백만 부산 인구를 상정해온 ‘성장 지향’의 부산시 교량 정책을 2030년 3백만 미만의 부산 인구와 교통량을 고려하고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낙동강 철새 서식지와 삼락·대저생태공원을 크게 훼손하는 종래의 노선 대신 환경부 대안 노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민단체와 원탁회의를 통해 ‘최적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낙동강하구 생태계의 피해 실태와 보전과 관련된 대안 연구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속가능성을 위한 굿거버넌스로 세계에 자랑거리가 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 믿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단체에 거버넌스를 제안해놓고도 시민단체의 자료공개에 응하지 않은 채 원래대로 밀어붙이기식 대저대교 건설강행을 택했다. 이런 난개발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인데도 아직도 이러한 토건 세력의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전략은 종래의 토건 방식이 아니라 21세기 생태적 방식으로 새로 짜야 할 때이다.
김해창
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저서『: 재난의 정치경제학』,『 창조도시 부산, 소프트전략을 말한다』,『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다시 읽기』『, 안전신화의 붕괴-후쿠시마원전사고는 왜 일어났는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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