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우파(Alt-Right)라 쓰고 극우백인보수꼴통이라 읽는다

대안우파(Alt-Right)라 쓰고 극우백인보수꼴통이라 읽는다

조송현 승인 2017.02.20 00:00 의견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상임고문에 임명된 대안우파 나팔수 스티브 배넌 .

‘대안우파(Alt-Right)'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유명해진 용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을 정도다. FT는 대안우파를 ’극우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반동성애·반이민·반유대주의자·남성우월주의자)·국수주의자'로 정의했다. 한마디로 극우백인보수꼴통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자신들은 미국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Alternative)이라는 뜻의 ‘대안우파’라고 부른다. ‘친일·독재 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명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들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의 주요 공약인 반이민정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력이 급속히 확산됐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커밍아웃하고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대안우파’는 지향하는 목표나 이념이 따로 없다. 다만 적으로 간주한 대상은 인터넷을 통해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사실이나 진의와 상관없이(post-factual) 악의적인 내용,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를 무차별 퍼뜨리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극우백인우월단체(KKK)보다 더 극단적이며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안우파는 찰떡궁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으로 임명한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대안우파의 나팔수이자 사령관격인 인물. 배넌은 스스로 ‘대안우파의 플랫폼’이라고 공언한 ‘브레이트바트 뉴스(Breitbart News)'를 운영하며 대안우파 확산에 앞장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안우파를 거부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믿는 미국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안우파가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다 트럼프의 스타일이 영락없는 대안우파들의 행태를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에 임명하기까지 했으니 트럼프는 대안우파 노선을 충실히 걷겠다고 포고를 한 셈이 아닌가.

미국의 반트럼프 시위에서는 ‘배넌을 탄핵하라’는 구호가 빠지지 않고 있다. 반트럼프 단체들은 트럼프와 배넌을 겨냥해 "배넌을 뽑은 사람은 없는데 미국의 45대 대통령은 배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와 배넌의 관계를 우리나라의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에 일등공신인 대안우파에 발목이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안우파에 대한 세계 언론들의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의 존 다니주스키(John Daniszewski) 부사장은 기자들에게 ‘대안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대안우파’라는 용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될 수 있게 하려고 활용하는 선전용 단어일 뿐이며, 대안우파의 신념은 사실상 인종주의, 네오나치즘, 백인우월주의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안우파의 행동과 시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까발리고 이름도 거기에 걸맞게 붙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우파의 행동에 맞은 우리말 이름을 붙인다면 '극우백인보수꼴통'쯤 되지 않을까.

미국의 대안우파 문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하는 박사모가 바로 한국의 대안우파쯤 되지 않나 싶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인 박사모는 이름 자체로는 ‘박근혜의 팬클럽’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들은 행위는 단순한 팬클럽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가 가짜뉴스 제조기이며 유통 진원지는 친박 사이트”라고 폭로했다. 하 의원은 “서석구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서 가짜뉴스를 진짜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사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을 위해 가짜뉴스 유포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을 서석구 변호사가 보여준 셈이다.

대안우파가 세계인의 우려를 자아내고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은 이들이 인류의 평등과 평화, 공존번영 등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를 부정하고 ‘백인만의 미국’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박사모 역시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와 상식에 어울리지 않게 오로지 ‘박근혜만의 대한민국’을 외치는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박사모를 극우친박보수꼴통으로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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