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거대 천체가 슈뢰딩거방정식으로 기술된다고?!
우주의 거대 천체가 슈뢰딩거방정식으로 기술된다고?!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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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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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착원반을 슈뢰딩거방정식으로 이해하는 데 대한 예술가의 인상 그림. 출처: 칼텍(JAMES TUTTLE KEANE)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의 양대 기둥이다. 상대성이론 중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거대 구조를 잘 설명하고, 양자역학은 미시세계 아원자 입자들의 양태를 기술한다. 두 이론을 통합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이처럼 애초 적용 대상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수학공식인 슈뢰딩거방정식이 아원자 입자만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의 거대 천체 현상도 설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영역이라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어져온 우주의 거대 천체가 아원자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방정식에 의해 기술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행성물리학자 콘스탄틴 바티진(Konstantin Batygin) 교수는 최근 우주의 거대 구조 중 하나인 강착원반(accretion disks)의 진화가 다름 아닌 슈뢰딩거방정식에 의해 기술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영국 왕립천문학 월간 고지(the Monthly Notices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바티진의 연구 테마인 강착원반은 블랙홀, 중성자별, 백색왜성, 신생별 등에 의해 생기는 빠르게 회전하는 먼지·가스구름 원반을 말한다. 먼지와 가스 등의 물질이 이들 천체의 중력에 끌려들어가면서 생기는데, 강한 X선과 자외선 등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바티진에 따르면 “우주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천체물리학적 대상”이다.
바티진은 양자역학의 한 분야인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을 사용해 강착원반의 진화에 개입하는 힘들을 설명하는 수학적 기술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섭동이론에 의하면 강착원반은 서로 궤도 각운동량을 천천히 교환하는 동일한 회전 중심을 가진 수많은 와이어들(wires)로 모형화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엄청난 범위와 크기의 강착원반을 수없이 많은 극히 얇은 와이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얇은 와이어는 수학적으로 연속체로 간주할 수 있게 된다. 바티진은 이렇게 처리해 계산을 했더니 슈뢰딩거방정식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시세계 입자를 기술하는 슈뢰딩거방정식이 우주의 천문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수식에 나타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바티진에 따르면, 오랜 시간에 걸쳐 강착원반을 비튼 대규모의 뒤틀림은 입자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원반 물질 안에서 뒤틀림이 전파하는 방식은 양자산란이론의 수학에 의해 설명된다.
바티진의 발견은 아원자 입자처럼 우주에서 가장 작은 것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주변의 은하처럼 가장 큰 것이 파동-입자 이중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바티진은 “광년 단위의 천체 현상을 설명하면서 슈뢰딩거방정식을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 “강착원반의 뒤틀림과 기울어짐을 표현하는 파동은 진동하는 끈과 다를 바 없으며, 이들은 곧 양자 입자의 운동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바티진은 “기본적으로 슈뢰딩거방정식은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파동 같은 요동의 진화를 기술한다”면서 “이 같은 상호관계 이면에 있는 수학적 근간을 밝히는 데 첫발을 디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the Monthly Notices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
Science alert,
Cosmos,
Phy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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