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c 슈퍼맨에게도 빛의 속도는 0.1c 아닌 c 재확인!

조송현 승인 2018.08.23 14:18 | 최종 수정 2018.08.24 11:38 의견 0
빛의 전파 [Creative Commons]
빛, 전자기파 혹은 광자 [Creative Commons]

움직이는 전자에서나, 정지한 중간자에서나 광자의 속도는 같았다!

빛의 속도는 관찰자 혹은 기준 계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아인슈타인의 '광속 불변의 법칙'이 아르메니아 연구팀에 의해 사상 최고의 정밀도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의 연구는 The European Physical Journal C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아르메니아의 예레반주립대학교(Eerevan State University)의 바헤 구르자딘(Vahe Gurzadyan)과 아무르 마가리안(Amur Margaryan)은 기준계에 따른 빛의 속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프랑스의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능 시설에서 두 번의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은 움직이는 기준계에서 광자(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 고속의 전자 빔에서 레이저(빛)를 발사하고, 전자의 기준에서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달리는 자동차(전자)에서 헤드라이트 불빛(광자)의 속도를 측정하는 상황과 같다.

두 번째 실험은 고정된 기준계에서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 여기에는 에타 중간자(η meson)가 사용됐다. 에타 중간자는 두 개의 광자로 붕괴되는 성질을 갖는다. 두 개 광자의 속도(물론 같다)는 정지한 에타 중간자 기준계에서 빛의 속도를 말해준다.

연구팀은 이들 두 실험에서 측정한 빛의 속도를 비교했다. 속도 차이는 7조(7,000,000,000,000) 분의 1보다 작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구르자딘은 "두 실험은 역대 최고의 정밀도로 수행되었다"면서 "이 같은 결과는 빛은 전자처럼 광속에 가깝게 달리는 관측자에게나 에타 중간자처럼 정지한 관측자에게나 같은 속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건 지상에서 보기에 0.9c로 날며 빛을 쫓아가는 슈퍼맨에게 빛의 속도(c)를 물었더니 '0.1c가 아니라 c'라고 답하는 상황과 같다. 빛은 지상에 정지한 사람에게나 0.9c로 나는 슈퍼맨에게나 꼭 같이 c이다. 

아인슈타인은 여전히 옳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The light speed versus the observer: the Kennedy–Thorndike test from GRAAL-ESRF

 

더 읽기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

이건 20세기의 위대한 의문이라고 할 만하다. 아인슈타인이 품은 이 의문에서 혁명적인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왔으니까. 아인슈타인이 이 의문을 가진 것은 16세 때 아론 베른슈타인의 『교양 자연과학 (Popular Books on Natural Science)』을 '숨이 멎도록' 집중해서 읽은 후라고 한다.  

자, 1895년 아인슈타인의 16세 때로 돌아가보자. 이 의문을 갖게 된 아인슈타인은 처음엔 빛의 파동이 정지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탄 자동차가 옆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면 옆 자동차는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이니까. 아인슈타인은 또 충분히 빨리 달리기만 하면 빛을 따라잡을 수도 있고, 빛과 나란히 달리면서 보면 빛은 ‘파동 사진’처럼 보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렇게 잠정 결론을 내렸던 아인슈타인은 취리히공대에서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고 난 뒤 혼란에 빠진다. 맥스웰 방정식의 해(풀이) 가운데 ‘정지한 빛(파동)’이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맥스웰 방정식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상수(c)로 표시되어 있다. 상수라는 것은 일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속도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일까? 맥스웰 방정식은 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무런 기준 없이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깐깐하기로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황당해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그때부터 맥스웰 방정식에서 빛의 속도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의미를 심각하게 되새기게 되었다. ‘빛은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 것도 그즈음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속도의 기준이 없음’이 빛은 우리의 상태에 관계없이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진행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베른에서 전차를 타고 가다가 '빛의 속도' 정체에 한발짝 다가갔다.

당시 아인슈타인의 깨달음을 설명하기 위해 ‘빛과 슈퍼맨의 경주’(필자 만든 가상의 경주)를 소개한다.

아인슈타인은 베른의 시계탑 앞에서 빛과 슈퍼맨의 달리기 경주를 시켰다. 달까지 10번 왕복하는 경주. 결과는 물론 빛의 승리. 경주를 주관한 아인슈타인은 풀이 죽어 돌아온 슈퍼맨의 등을 두드리며 “조금만 속도를 더 냈으면 빛을 따라잡을 수 있겠던데”하며 격려를 해줬다. 그러자 슈퍼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말입니까? 저는 빛의 상대가 아예 되지 못해요. 아무리 속도를 내봐도 빛은 그만큼 더 멀찍이 달아나버리던 걸요.” 하는 게 아닌가.

아인슈타인과 슈퍼맨은 한 사건을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정지 기준계)이 볼 때 빛은 초속 30만km로 달렸고, 슈퍼맨(운동 기준계)은 초속 29만km의 속도로 빛을 추격했다. 속도의 차이는 초속 1만km이므로 슈퍼맨이 좀 더 분발하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아인슈타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정작 슈퍼맨의 얘기는 달랐다. 슈퍼맨은 초속 29만km로 빛을 뒤쫓았는데 빛이 자신보다 초속 1만km 더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지해 있을 때와 꼭 같은 초속 30만km의 속도로 달려가더라는 것. 그래서 속도를 초속 29만9999km로 거의 빛과 같은 수준으로 높였는데도 빛은 역시 자신보다 초속 30만km나 더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리더라는 것.

빛의 이 같은 성질은 아인슈타인과 슈퍼맨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틀림없다. 여태까지 지켜본 세상의 모든 속도 경쟁 상황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빛은 가만히 있는 아인슈타인에게나 초속 29만km 속도로 달리는 슈퍼맨에게나 여전히 초속 30만km라는 ‘일정한 속도’로 달려간다는 사실이다.

(빛이란 전기장의 변화가 자기장을 만들고, 자기장의 변화가 전기장을 만들어 마치 둘이 얼싸안고 전파하는 무엇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움직이지 않고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는 빛이란 없다. 정지한 관찰자에게나 달리는 관찰자에게나 꼭같이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맞물려 생성되고 나아가는 것이다. 빛의 속도는 빛의 이런 본성의 결과다. 이 본성이 없으면 이미 빛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주목했다. 맥스웰 방정식에서 빛의 속도가 아무런 기준 없이 상수(초속 30만km)로 제시된 것은 이처럼 빛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를 갖는다는 의미라고 통찰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또 당시 관찰자나 광원의 상태에 관계없이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실험들도 주목했다. 네덜란드 천문학자 빌렘 데 시테르(Willem de Sitter)의 이중성(double stars) 관측 결과도 그 중의 하나다.

이런 이론적, 실험적 결과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광속 불변의 법칙)를 '상대성의 원리'와 더불어 이론의 출발이자 토대인 공준(postulate)으로 삼아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그러니 만약 빛의 속도가 관찰자(기준계)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아인슈타인의 공준은 오류이며, 그 위에 세워진 성채인 특수상대성이론은 붕괴한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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