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보수가 처참하게 무너졌는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는가? 맞다. 궤멸, 침몰, 역대급 패배···.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6·13 선거 결과는 어떤 수사를 동원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인가? 아니다. 보수를 참칭한 수구일 뿐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친일로 부와 권력을 과점해온 이익단체일 뿐이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탄압하고, 국가 안보란 미명하에 남북의 긴장관계 조성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국부國富를 독점해온 무리들에 어찌 고상한 ‘보수保守’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919년) 후 거의 1세기만에 그 이름에 걸맞은 정통 보수가 확립될 기회를 촛불 혁명을 거쳐 6·13 선거를 통해 일구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이념적 좌표는 중도우파 혹은 중도, 끽해야 중도좌파에 불과하다. 구성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극우에서 극좌까지 포괄하고 있다. 결코 진보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너무 오른쪽에 치우쳐서 상대적으로 진보로 보일 뿐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정의당은 전국 득표율 8.97%로 3위를 차지했다. 녹색당은 기존 진보정당에서 다루지 않았던 생태, 페미니즘, 동물권 등의 의제를 내세웠다.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겠다며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전면에 내세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정의당 후보를 제치고 1.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는 3.5%를 득표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20대 청년 허승규는 경북 안동의 시의원 선거에서 16.5%를 얻는 등 선전했다.
정명正名! 이름은 실체를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중도우파와 중도는 오른쪽으로 약간 옮겨 평화를 지향하고, 기득권에 책임을 지는 ‘합리적 보수’로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중도좌파는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고,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의당과 녹색당과 함께 진보로 확실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비전의 대한민국은 이렇게 한국의 정치 지형을 형성하여 진정한 좌·우의 날개로 힘차게 비상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형식적·정치적 통일은 가능하며, 또 그것이 바람직한 진전일까? 물론 평화 정착을 바탕으로 상호 경제적 협력을 통하여 공동 번영을 추구함은 당위이고, 지당하게 추구될 것이다. 밥이 하늘이고, 이데올로기는 수단일 뿐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천부인권天賦人權을 담보한다. 그러나 어떤 정치체제든 지고지선하지는 않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최선을 선택할 수 없는 수많은 복잡한 사정이 사회나 국가마다 존재한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경제적 기둥인 자유시장주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약점들을 노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이 밥을 벌어들이는 수단이 다르면, 정치체제를 같이하기 어렵다. 서로의 발전모델이 다를 수 있다. 20세기 냉전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민주주의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이는 어떤 정치체제가 실현 가능케 하는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6·13 지방선거의 민족사적 의미는 상대, 곧 북한을 인정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확인이다. 북한은 적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함께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는 믿음이다. 그 믿음의 바탕 위에서 ‘위장평화쇼’라는 둥 ‘나라를 통째로 넘겼다’는 둥 냉전시대의 사고에 갇힌 수구세력을 심판했다.
뒤늦은 반성문을 쓰며 호들갑을 떠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진정 ‘위장쇼’일 뿐이다. 반복적인 어제의 행동을 돌아보면 내일의 행동을 예견할 수 있다. 친일과 친미와 냉전적 사고로 분열을 통해 오로지 정파만의 이익을 본질로 하고, 이름과 간판만 바꾸어 온 수구세력은 이제 힘을 쓸 발판이 통째로 무너졌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홍준표는 건전한 비판을 ‘개 짖는 소리’라고 했다. 자신의 막말을 국민 대다수가 개 짖는 소리라고 판단한 것을 알기나 했을까? 그렇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건전한 보수가 진정한 보수의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개혁적인 여당의 일부와 정의당, 녹색당이 합리적 진보를 추구한다. 이렇게 튼실한 양 날개가 완성되는 것이다.
누구나 알 듯,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차이를 인정해야 발전을 위한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진정한 좌와 우가 사회 발전을 위해 치열한 대화와 경쟁을 해야 한다. 남과 북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번영하는 한반도를 위해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남한에서의 좌와 우의 협력과 경쟁,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협력과 경쟁, 그 과실의 탐스러움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햇수 안에 맛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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