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45 발효라는 방식으로 - 권영희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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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3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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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라는 방식으로
권영희
고두밥과 누룩이 부글부글 치고받다가
언젠가는 조금씩 서로를 내어주듯
몇십 년
끊임없이 숙성중인
부부라는
이름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빵처럼
길고도 짧은 인생 반전을 거듭하며
오늘도
익어가는 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45회부터 54회까지는 인간관계의 가장 핵심이면서 바탕이 되는 부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결혼한 한 쌍의 남녀를 부부라 하고, 짝이 되는 그 상대를 배우자라 합니다. 그런데 왜 배우자일까요? ‘배우고 또 배워도 못 다 배울 경전’과 같은 존재라 한평생 ‘배우고 서로 배우자’고 ‘배우자’라 한 것이 아닐까요?
「발효라는 방식으로」의 첫수 막걸리와 둘째 수 빵은 바로 ‘부부’를 비유합니다. 일단 빚어놓은 막걸리는 다시 고두밥과 누룩으로 나눌 수 없고 빵 역시 밀가루와 효모로 나눌 수 없습니다. 이미 둘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인데 부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편과 아내로 나뉘는 게 아니라 같이 산 세월만큼 둘의 성질이 하나로 합쳐진 관계로 살아갑니다. 이를 시인은 둘째 수 종장에서 아주 멋지게 표현하였군요. ‘오늘도 / 익어가는 중이다 / 서로가 /서로에게’라고. 부부는 시 제목처럼 「발효라는 방식으로」 서로를 배우며 익어가는 관계라는 거지요.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hosoos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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