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든을 맞이하는 평범한, 아주 평범한 박화자씨가 지인들의 뜻을 모아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중간쯤 바다갤러리(오전 11시~오후6시)에서 그림전시회 <화자, 꽃피다>를 연다. 오프닝행사는 29일 오후6시다.
박 작가는 지금부터 약 10년 전인 2014년 3월 부산한살림이 연 크로키 강좌에 참여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 강좌를 계기로 지금까지 매월 1회 만나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어 왔다. 올해 80세를 맞게 되는 박화자씨를 크로키모임의 다른 회원들이 지난해부터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을 해 화자씨와 친동생 순옥씨 두 회원의 그림을 모으고,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다른 회원들이 그려 함께 이번에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그림은 총 100여 점. 대체로 생활 속의 크로키 그림이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인 박화자씨는 자신의 삶에서 크로키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70에 홀로 되어 나만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70세 내 인생의 황금기에 크로키를 만났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의 겉모습은 점점 낡아지고 있지만 나의 내면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그 어디에 비길까. 우리 선생님과 크로키 회원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난다. 지난 10년이 엊그제 같은데 80세를 맞았다. 나름 희망의 해라 정하고 단순하게 살기, 버리고 비우고 낮추고 살기를 계속해야겠다.”
언니 화자씨와 함께 전시회에 참여한 동생 박순옥씨는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삶에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말이 서툴러 별로 말이 없었던 내게 그림은 또다른 언어로 다가왔다. 종이에 펜을 대면 즐거운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그것이 말이 되어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것을 보며 정말 소중한 도구를 가지게 된 것 같아 깊이 감사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놀이가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라고 소회를 말했다.
2014년 3월 시작된 부산한살림 크로키 수업은 1,2,3기에 이어 작년부터 4기 모임이 시작됐다. 지난해 1월에는 박화자 박순옥씨는 물론 박정선, 조문희, 이혜숙, 권문경, 이미혜, 전미경, 박숙희, 김진영, 오분숙씨가 함께 부산한살림 크로키모임 이름으로 ‘일상그림전‘을 같은 바다갤러리에서 가진 적이 있다. 이들은 그림이란 예쁘게 그리거나 꾸미는 것이 아니라, 글처럼 내 생각과 일상을 나타내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크로키 수업은 심수환 화가가 줄곧 지도해왔다. 미술교육 연구가이기도 한 심수한 화가는 특히 미술교육과 대안교육 쪽으로 관심을 가지며 부산교육연구소 부소장, 교육공동체 벗 대표 등을 역임했고 부산경남지역 대안학교 건립에도 참여했으며 양산 어린이창조학교, 부산온새미학교, 참빛학교에서 대표 또는 이사를 맡으며 활동했다. 저서로 『그리기 지도 어떻게 할까』 『일상그리기』 등이 있다.
심 화가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박화자샘이 올해 80이 되셨다. 평소 20~30년 차가 나는 젊은 회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낼 뿐 아니라 멀리 파주 따님 집에 계시면서도 매달 모임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셨다. 물론 그 때마다 열심히 숙제도 해오시고. 무엇보다 두 손녀가 자라는 과정을 꼼꼼히 그림으로 기록하며 즐거워했다. 소탈하고 깔끔한 성격 그대로 최대한 삶을 간소하고 단순하게 하여 종교와 그림을 하루의 일과로 소일하며 보내는 모습이 젊은 회원들에게 따라야 할 본이 되었다. 누구나 화자샘의 그림을 본다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단박에 짐작하고 그의 생각에 공감하여 고개를 끄떡이며 웃음을 지을 것이다. 나도 화자샘의 좋은 그림들이 많은 사람들과 나누지 못하고 감춰져 있어 아쉽던 참에 이번 팔순을 맞아 겸사하여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어 반갑다. 혹 시간이 되시는 분은 찾아보기를 권한다.”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은 지 어느 새 한 달이 다가고 있다. 갑진년을 더욱 값진 한 해로 만들기 위해 그림 취미모임 회원들이 선물처럼 내놓은 이번 전시회는 한겨울 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다음주 29일부터 한 주 중에 광안리해수욕장에 가면 바다갤러리를 한번 찾아가 보시길 권한다. 박화자 순옥 자매를 비롯한 부산한살림 크로키모임 회원들의 그림으로 피워낸 삶의 따뜻함, 일상의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경성대 교수 /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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