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 특히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해선 안 된다. 또한 전기요금의 지역차등제 도입이 절실하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고 전력의 효율화를 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로서 이러한 환경·에너지공약을 적극 추진하겠다.”
지난 17일 오후 3시 부산YMCA 17층 대강당에서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 주최로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부산 만들기 정책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노후원전의 수명연장과 핵폐기장의 안전성과 수용성’을 주제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에너지전환의 세계적 동향과 부산의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토론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김태훈 정책위원과 정의당 부산시당 이성한 대변인이 당의 관련 정책을 설명했고, 전체 토론에 최형욱(서·동구, 민주당), 박인영(금정구, 민주당), 박영미(중·영도구, 민주당), 김영진(중·영도구, 정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자가 나섰다. 당초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진보당 부산시당 등에도 참석 의사를 보이는 예비후보자가 있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첫 주제발제에 나선 이정윤 대표는 노후원전의 안전문제, 특히 경주지진이 원전에 미치는 영향, 지진 후속대책, 노후원전 수명연장의 쟁점, 최신 운전경험 연구결과 이슈, 원전생태계 문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원자력사업의 정체성에 이르기 까지 폭넓게 설명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6년 12월에 발표한 2016년 9.12 경주지진에 따른 월성1~4호기 점검결과, 대표지진계의 응답스펙트럼값이 일부구간에서 운전기준치 스펙트럼값을 초과하였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는 부지설계지진(SDE)의 가정이 잘못됐으며 지반가속도를 제대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월성원전의 내진설계로는 0.2g 초과시 최악의 원전사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노토반도 강진은 제2의 경주지진을 대비하라는 경고장이라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교수는 최대 규모 6.5-7의 대지진을 촉발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월성원전 단지 반경 32km 내에서만 최대 7개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희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는 강진 발생 시 앵커볼트가 원자로를 정지할 안전 관련 설비를 손상시켜 방사성 수증기 누출사고로 직결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명연장 주요 쟁점으로 최신기술기준 적용에 관해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수명종료 시점인 2007년판과 초기설계 때인 1977년판의 차이점을 분석해 설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경우 안전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리2호기 수명연장비용이 3000억원인데 이중 1400억원이 주민상생자금이라는 사실이 심각하다며 일본 원전의 호기당 수명연장비용은 2조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수명연장시 최신 운전경험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수명연장 환경영향평가(PSR)에 반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고리1호기 폐로와 관련, 냉각수 처분에 따른 부지 환경영향평가, 고리2호기 수명연장에 따른 부지 오염수 배출 총량 규제문제, 사용후핵연료 처분문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문제, 방사선 비상방재 대응문제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생태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시절 탈원전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원전 수주액이 반토막이 나 원전생태계의 붕괴가 가속된다는 식의 보수언론의 보도는 현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80%의 매출을 해외에 의존해온 구조적인 문제에다 수출실적 부진을 탈원전 탓으로 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원자력사업의 정체성에서 ‘신뢰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연구개발, 진흥계획 수립, 규제를 시행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제3의 감시자 역할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 지자체, 시민단체, 시민 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견제세력이 없으면 원자력산업의 ‘카르텔화’가 가속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산업은 사회적 책임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분야인데 유사시 원전사고 피해규모가 개인이나 특정조직이 책임질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로 사고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가 아니라 ‘안전을 중시하는 과학적 사고를 가져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 안전하지 못하면 원전을 가동해선 안 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불완전한 인간이 다루는 것은 파멸의 지름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석광훈 전문위원을 ‘어너지전환 세계동향과 부산의 전략’을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의 핵심은 이렇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풍력·태양광증가, 원전 정체, 화석감소가 추세이다. 2023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30.9%(수력 포함 43.6%)로 전년 대비 4% 포인트 증가했다. 유럽 각국의 네거티브가격 누적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네거티브가격 누적시간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경직성전원이 증가, 즉 온킬오토3호기 가동 등으로 원전이 2.8GW에서 4.4GW로, 풍력이 5.1GW에서 6.7GW로 급증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가격이란 재생에너지 공급초과시 발전사업자가 적자가격으로 발전을 하기에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유럽 대륙의 평균 재생에너지(RE)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RE비중이 낮은 국가들도 네거티브가격을 경험하고 있는데 핀란드나 프랑스원전처럼 경직성 원전의 좌초자산화 처리문제, 유연성 자원 조달문제, 지역별 가격신호 등의 과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직성전원인 원전을 수명연장 내지 증설하면 3~4년 뒤에 이러한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투자자본설비나 영업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국가의 납세구조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석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시간별 요금차등화를 통한 수요분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송전제약비용은 영호남권 태양광 출력제한, 수도권 가스발전기 가동으로 이중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역별 시간별 요금차등화를 하면 산업시설 분산, 송전제약 및 지방소멸 완화, 수도권 재생에너지 촉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행이 될 경우 수도권 발전기의 수익률은 증가하나 영호남권 발전기의 수익률은 하락하는 단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시설의 지역분산으로 완화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정부가 수도권(용인)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필요전력을 가스발전(3GW)과 송전선로(7GW) 건설로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수도권의 송전선로는 이미 과도한 밀집으로 인해 송전선로간 상호간섭 및 정전위험이 있어 비현실적 계획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막대한 송전·급전비용의 차이를 투명하게 반영해 시장가격에 의해 기업들의 지역산업 시설투자 유도가 필요하다. 이 경우 지역별차등화 요금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초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구자상 고리2호기반대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노후원전과 관련한 이정윤 대표의 발제에서는 핵발전성의 안전성 수용성은 형용모순으로 기술적으로 보완하면 안전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거대과학시대 확률로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환상이다. 위험서이 제로가 돼야 하는데 원전은 원천적으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석광훈 전문위원의 발제와 관련해서는 “에너지가격 지역차등제는 정치권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 같이 표피적으로 다뤄서는 안 되고, 과학적 모델링 등을 통해 언제까지 얼마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으로 김태훈 민주당 부산시당 정책위원은 민주당은 지역차등전기요금제를 지지하며, 현 정부의 노후원전 수명연장 강행, 안전 무시,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상태 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와 원전 이주지역 주민 민원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한 정의당 부산시당 대변인은 정의당의 경우 분산에너지특별법, 차등요금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한전이 200조 부채로 늘어난 것은 부실경영문제가 아닌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기요금의 현실화 문제에 대해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까지 에너지가격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4.10 총선에 나선 지역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의 의견이었다. 이들 예비후보자의 의견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최형욱(서·동구, 민주당)=이번 총선은 국민안전과 미래 잠재력을 갉아먹는 윤 정부의 역사적 퇴행을 막아내는 주권심판일이다. 예비후보자 등록 때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했다. △87년 체제 극복 헌법 개정 △진영갈등 젠더갈등 해소, 사회적 대타협 △에너지대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방자치 균형발전 △정치혁신 5가지였다. 이중 에너지대전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지역분권형 에너지정책, 지산지소,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ESG, 탄소국경세 대응, 원전제로 로드맵, 폐로기술 관련 예산 확보, 스마트그리드 구축, 시민에너지공단 설립 등의 추진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인영(금정구, 민주당)=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기에 친환경에너지세제를 통해 에너지 고소비를 줄이고 효율화를 도모하겠다. 이번 일본의 노토반도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 동해연안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리2~4호기 수명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RE100문제에 적극 나설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재생에너지보급률로는 삼성전자도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이 주장하는 전기요금지역차등제는 하이테크공장의 지역이전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윤 정부의 잘못된 원전폭주정책을 막아내야 하기에 이번 총선을 통해 매서운 국민심판의 뜻을 확실히 보여주시길 바란다.
박영미(중·영도구, 민주당)=경주지진이나 밀양송전탑문제는 에너지 생산, 사용, 운송에 있어 부정의를 알게 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없다. 자유시장경제이기에 수요공급, 생산원가에 따라 가격결정이 되는데 정부조직이 이러한 것을 할 때 어려운 사람의 입장에서 개입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개입을 하고 있는 게 문제다. 비수도권에 전기요금차등제를 통해 낮은 전기요금으로 지역에 기업유치가 가능하도록 정책공약에 포함할 것이다. 원전은 안전하지 않으면 없애야 한다.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해서는 안 된다. 중·영도구에 정원도시를 제안한다. 기후환경에 관한 도시비전으로 도시 내 일부 자연훼손에 대해 반드시 복원하도록 훼손주체에 부담을 씌우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김영진(중·영도구, 정의당)=정의당은 생태사회, 평등사회, 돌봄사회 국가를 지향한다. 이중 생태사회국가는 모든 정책에 관통하는 것으로 에너지체제, 산업전환, 생활공간, 에너지전환을 중시한다. 지난 2022년 6월 부산시장 선거 때 정의당 1호 공약이 무상대중교통이었다. 요금인하정책이 아니라 종합교통정책이자 대안정책으로 제안한 바 있다.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일대일 토론도 제안했지만 준공영제 폐기를 주장한다. 3000억원의 막대한 부산시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시민체감이 없다. 33개 버스업체에 이익 몰아주기를 해선 안 된다. 대안은 탄소세이다. 화석연료에 과세를 해야 한다. 2040년 탈핵을 이루기 위해 신규원전 건설을 금지하고, 각종 원자력지원법을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