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51 아내 - 박필상
손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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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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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박필상
비가 오면 비에 씻겨
잎새 더욱 푸르르고
바람 불면 바람 속에
향기 더욱 그윽하게
가난한 나의 뜨락을
지켜주는 꽃이거니
내가
어둠에 들면
등불 되어 길을 열고
내가
빛살로 서면
그댄 늘 흰 그림자
없는 듯 거기 그 자리
미소 짓고 있었다.
박필상 시인의 <아내>는 ‘가난한 나의 뜨락’을 지켜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어렵고 험난한 길 헤쳐오지 않은 가정이 얼마나 될까요? 맑은 날이 좋기야 하지만 계속 맑기만 하여 가뭄이 들면 곡식이 말라 죽는데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비도 적당하게 오고 바람도 알맞게 불어야 ‘잎새 더욱 푸르르고’ ‘향기 더욱 그윽하게’ 되는 거지요.
‘내가/어둠에 들면/등불 되어 길을 열’어 주는 아내. 그 아내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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