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10. 계성과 유경①

박기철 승인 2024.04.09 13:37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10-1. 떵떵거리며 살았던 두 남녀

초면(初面)에 인사드려. 여기서 내 이름은 계성이야. 살아생전에 나는 참으로 떵떵거리며 살았소이다. 내가 그렇게 살아 봐서 아는데 그대도 떵떵거리며 살았던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처음 보는 초면(初面)인데도 사람을 잘 알아보네. 여기서 내 이름은 유경이야. 나도 전생에서 떵떵거리며 살긴 살았지. 내 삶과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아. 그리고 사람들이 날 인류역사 최대의 악녀라고 부른다던데… 그 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아! 탄식부터 나오게 되. 생각하려니 숨이 가빠져 와서 말을 못하겠다. 너부터 얘기해봐. 어찌 살았길래 떵떵거렸다고 하는 거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최고 권력자였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제국의 기원이었어. 물론 우리나라 이전부터 제국이라는 게 있긴 있었지. 수메르 제국 아카트 제국 고바빌로니아 제국 등… 그런 제국들로 제국으로 불리긴 하지만 제국의 시초나 기원이 될런지는 몰라도 본격적인 제국과는 거리가 멀었지. 하지만 난 본격적 제국이라 할 수 있는 제국의 명실상부한 완성자였지. 너 그런데 제국이 뭔지 아나? 제국!

제국이 제국이지 뭘 묻고 그래. 그런데 정말 제국이 뭐지? 가만 있어봐. 내가 좀 찾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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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나와 있네. 제국(帝國)은 다른 민족을 통치 통제하는 정치체계라네. 일반적으로 국가로서의 제국은 힘의 중심에서부터 문화적 민족적으로 다른 영역과 구성원에게까지 통치권을 확장하는 국가라고 되어 있네. 그러니 제국은 당연히 군사적 패권을 가지는 나라겠지.

제국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네. 사전을 찾아서 말했지만 맞았어. 제국은 바로 그런 국가야. 쉽게 말하자면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까지 통치권을 행사한다면 그 나라는 제국인 거지. 우리나라는 인류최초의 제국은 아니더라도 본격적 제국의 기원이었어. 물론 우리나라 이전에도 작은 부족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 이웃 작은 옆나라를 쳐들어 가서 통치권을 행사했다면 그 작은 나라도 제국이라 할 수 있지만 명실상부한 제국이라고 할 수는 없지. 제국이 되려면 우선 규모가 커야 해.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규모가 무쟈게 컸어. 우리나라가 쳐들어가서 통치권을 행사했던 나라들을 지도에 표시해 보면 중동 전체를 포함해. 어마어마했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과 나일 문명권에 속하는 나라들은 다 모두 모조리 우리나라에 속하게 된 거지. 우리나라는 기원전 대략 2500년부터 형성되었는데 처음엔 그냥 작은 나라였다가 옆 나라를 쳐들어 가면서 점점 더 큰 제국이 되었지. 나 때는 황홀할 정도의 전성기였어. 나중에 우리 제국을 본받은 신바빌로니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들이 생겨나게 되었지. 그런데 우리가 이룬 제국은 유별났어. 그 유별남을 한 단어로 나타내자면 잔혹성이야. 우린 정말 잔혹했어. 다른 나라를 쳐들어 가면 가만 놔두지 않았어. 쳐들어간 나라 사람들을 거의 다 몰살시켰지. 아주 잔인하게 죽였어. 죽인 다음에는 그걸 자랑하듯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다고 기꺼이 자랑했어. 우리한테 함부로 덤비지 말라며 엄포를 놓으려는 의도였지. 나보다 300여 년 먼저 살았던 우리나라의 어느 왕은 아주 잔혹한 성격이었는데 덤벼드는 사람들의 손 발 귀 코 입술 등을 자르고 머리를 탑으로 쌓았지. 아마도 그렇게 잔혹하게 이기는 게 우리나라의 전통이었나봐. 나도 그런 전통을 고대로 그대로 물려 받아 왕이 되면서 잔혹하게 쳐들어가며 약탈하며 학살했어. 그렇게 이룬 제국이야. 본격 제국의 기원인 우리나라는 정말 잔혹 잔인했어.

나도 너네들이 그렇게 잔혹하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어. 그런데 나 때는 그렇게까지 잔혹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런데 내 바로 앞에 있는 네가 그런 잔혹한 나라의 왕이었던 거야? 알고보니 무서운 놈일세. 근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티가 안 나네.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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