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59) 불륜 - 이달균

손증호 승인 2024.04.10 08:00 의견 0

불륜

이달균

가을날 몰래 핀 두어 송이 장미
그래도 꽃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개화(開花)

제철도 아닐 때 몰래 핀 장미는 반역이고 위험한 개화이지만 감옥에는 가지 않는군요. 꽃이 피는 행위 자체를 불륜의 현장으로 인식하고 꽃의 은유를 통해 에로티시즘을 고급스럽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조의 가장 큰 매력은 종장 처리에 있는데 「불륜」은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開花’라고 표현한 대목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불륜’이란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 더욱 풋풋한 생명력을 얻고 있습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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