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56) 상사화 - 황정희
손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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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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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황정희
운명의 고리를
풀려고 하지 마라
그리움 흘러서
붉은 붓대 세우는 날
거스른
엇갈린 역류
그 사랑을 내가 쓴다
만남과 헤어짐이
안달해서 된다더냐
깊은 마음 불꽃처럼
심지까지 사르는 날
견뎌온
기다림으로
절명의 시 다시 쓴다
유자효 시인은「사랑은」이란 시에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이루어지지 않아야/그리움이 보석이 되고/슬픔은 승천하여 별이 된다’고 했습니다. 황정희 시인도 사랑은 한없이 깊고 익숙한 감정이면서도 결국은 놓아버린 혹은 놓을 수밖에 없는 숙명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얼룩져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사랑의 결과물은 완성체가 아니라 이별로 환원되면서 ‘절명의 시’를 ‘다시’ 씁니다. 결국, 사랑은 완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 시간에 의해서 다시 쓰게 됩니다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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