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건망증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5.12 11:19 | 최종 수정 2024.05.12 11:45 의견 1

건망증

박홍재

머릿속 그린 그림
입안에 뱅뱅 돌며

입술은 달싹달싹
나올 듯 나올 듯이

소리개
빙빙 돌아도
먹이 아직 못 찾듯

- 2022년 세종도서 나눔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눈으로 빤히 보이는데 단어가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주위가 너무 복잡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단순하면 저장 창고도 좀 비어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헛갈립니다.
빨리 찾아내지 못하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집니다.
한참을 생각하다 돌아설 때도 있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잊을 것을 잊으면 참 좋은데 말입니다.
단어가 빠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면 좋겠습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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