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등신불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5.05 10:42 의견 0

등신불

박홍재

물컹한 진흙탕에 이골 난 길 팽개치고
햇살 좋은 오후 나절 새길 찾아 나섰다
깡마른 세상인심에 삼킨 것을 내뱉는다

길거리 나와보니 따가운 눈총이라
내 살던 곳 행복인 걸 깨달은 그 순간에
지렁이 S자 몸매로 개미 떼에 소신공양

온몸을 접은 채로 감당치 못한 한계
뒤따르는 누구에겐 이정표 될 수 있게
한목숨 저당 잡히고 등신불로 남았다

- 2022년 세종 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도전은 언제나 아름다움이 뒤따라온다.
자신의 꿈을 꾸기 위해서 새길 나서는 지렁이가 대견스럽다.
비록 내 몸이 말라갈지라도 새로운 길을 나서는 것이다.
비록 등신불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나의 길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길은 많은 사람이 가는 큰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작은길이지만 하나둘 걷다 보면 큰 길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처음 가는 길이라도 첫발을 디디는 사람이 아름답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