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석각 바위 글씨가 있는 곳이 둥글게 표시를 한 부분이다. 사진=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제공
천왕봉 각석을 탁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제공
지난 10월 15일 오전 11시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하동분소(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541-6)에서 지리산 천왕봉 각석 탁본(智異山 天王峯 刻石 拓本) 및 3D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 376) 자원보전과 강수정(40) 팀장이 탁본 및 3D 영상 등을 가지고 와 보여주며 설명하였다. 드론으로 촬영한 3D 탁본을 보니 탁본 글씨보다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같기도 하였다.
15일 오전 11시부터 지리산국립공원 하동분소에서 강수정 국립공원 경남사무소 팀장이 천왕봉 각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해훈
지난해인 2024년 10월 25~11월 10일 국립공원 경남사무소는 하동분소 2층 전시실에서 지리산에 산재한 석각(石刻·바위에 새긴 글씨)을 탁본한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전시 탁본은 20여 점이었으며, 전시주제는 ‘고요한 바위 글씨, 깊은 역사: 지리산의 발자취’였다. 이 전시 기간에 필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어 귀국 후 전시 기간이 끝났지만 운 좋게 전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15일 박성아(한문학 전공 박사) 하동문화원 하동학연구소장 등과 필자가 본 천왕봉 각석 탁본은 지난해 전시된 탁본 중 하나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다. 필자 등은 액자에 넣지 않은 실물의 탁본을 그대로 보았다. 모두 8장이었다.
천왕봉 아래 절벽 바위에 새겨진 글씨 모습. 사진=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제공
드론을 띄워 3D기법으로 촬영한 천왕봉 각석의 부분. 사진=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제공
이 천왕봉 각석 글씨는 2024년 5월 국립공원 직원들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탁본한 것이다. 각석이 절벽에 있어 탁본할 때도 사다리 등을 걸쳐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하였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天王峯·1,915m) 바로 아래에 있는 ‘일월대(日月臺)’ 석각 글씨에서 좀 더 아래쪽에 있는 절벽의 바위에 새겨진 각석 글씨는 다른 탁본 글씨와 성격이 좀 다르다. 바위에 약 392자가 새겨져 있다. 크기도 다르다. 벽체 크기는 5,370×2,350cm, 탁본 크기는 4,470×2,350cm이다.
강수정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팀장(오른쪽)이 천왕봉 각석 탁본의 실물을 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해훈
강 팀장은 “천왕봉 각석은 우리나라의 자연 바위 글씨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또한 가장 많은 글자가 적혀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의 내용은 일제강점기 천왕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광복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동아시아 역대 왕조의 흥망을 예로 들어 서사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7월 고죽(孤竹) 묵희(墨熙·1875-1942)가 글을 짓고, 화산(花山:안동) 권륜(權倫)이 새긴 사실이 확인됐다. 묵희는 1864년(고종 1) 경상도 합천에서 전라남도 장성의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문하에 들어가 학문에 몰입하여 「납량사의기의변」·「외필변변」 등을 저술한 학자인 노백헌(老白軒) 정재규(鄭載圭·1843~1911)의 문인이다.
다음은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경상대 한문학과 명예교수)이 번역한 석각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날 천지가 크게 닫혔다고 하는데, 다시 열리는 기미는 언제쯤일까? 오랑캐를 크게 통일하여 문명이 밝게 빛나고 넓게 퍼져가는 날을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울분과 원통함을 금치 못하고서 피를 토하고 울음을 삼키며 이 남악(南嶽: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만세 천왕(天王)의 대일통을 기록한다. 아! 슬프다.(嗚乎 天道 非耶 是耶 奈皇昊不振何 或將永曆之連續耶 然四海洪洞 百蠻(?)跳梁 抑何峕(時)以定耶 且无乃六万來年 斯(?)入禽獸耶 曰今天地大閤閉 機栝在何(?) 必復見獯戎狄(?)夷(?)大統 以烘(?)燿瀁(?)溢(?)之日也 然自不勝憤怨 瀝血飮泣 陟此南嶽之天王 以寫(?)万世天王之統 嘻噫 悲夫)”
천왕봉 석각 탁본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지난 5~8월 광복 80주년 기념특별전인 ‘천년 진주 진주목이야기’ 주제의 전시에도 전시된 바 있다.
한편 홍성광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장은 “이 천왕봉 각석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치가 커 현재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