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가치를 거스르는 부산시의 공원정책

남송우(부경대학교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1994년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가 금정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계속된 시민 주도의 금정산 보전을 위한 활동은 드디어 금정산을 국가공원으로 지정하는 선까지 나아왔다.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결과는 결국 시민의 삶의 환경은 시민 스스로가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보편적이고 당위적인 원리를 보여준다. 시민의 힘으로 금정산의 위상을 이렇게 정위(定位)하기까지 사무 행정적으로 부산시의 역할과 노력도 한 몫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부산시가 펼치고 있는 도시공원이나 도시녹지정책은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이에 이 문제에 대한 시민적 공론화가 필요한 현실이다. 정부는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2021년 9월 24일에 제정하여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공원 정책의 변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고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 법은 ‘기후위기’를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 인류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로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량을 상쇄한 상태인 ‘탄소중립’ 달성을, 생존을 위한 적응 양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제화된 하나의 정책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수단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포하고,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한다. 기후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삶의 양식 변경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공원·녹지 정책 또한 이에 발맞추어 변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변화와 가치의 실현을 위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은 공원·녹지를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시민의 휴식과 정서 함양에 이바지하는 공간 또는 시설로 정의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공원·녹지를 설치하는 취지가 도시민의 여가와 휴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면, 기후위기 시대인 현재는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지역 배출원에 가장 가까운 흡수원을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공원녹지법 제52조 2항에는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 법에 따른 도시공원 및 녹지조성사업에 대하여 온실가스 흡수의 효과 등을 고려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2023년 10월 31일 공포, 2024년 5월 1일 시행)에서 정의했듯이 탄소흡수원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입목, 토양 등을 의미한다. 도시공원은 공작물, 건축물 등의 설치를 최소화하고 그 외에는 녹지로 조성하고 있으며, 녹지는 지피식물, 다 자랐을 경우 4m 이상 되는 교목 등으로 시설 목적에 따른 녹화면적률에 근거하여 조성되기 때문에 질 좋은 탄소흡수원이 될 수 있다. 또한 공원·녹지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으로 구성되는 도시지역 안에서 조성되는 시설임을 고려할 때 타 탄소흡수원 대비 효율·효과적으로 흡수가 이뤄진다. 다만, 도시지역이 배출하는 탄소량에 비해 도시 탄소흡수원인 공원·녹지의 면적은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도시인구 1인당 6㎡로 필수적인 공원·녹지 확보량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도시민의 최저한의 문화생활을 위한 면적일 뿐 탄소중립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공원·녹지의 양적 확충 방안과 질적 제고 방안은 적극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환경부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지역의 생태계 연속성 유지 및 생태기능 향상을 위하여 구체적 수단을 확보하고자 2017년 11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도시생태복원사업’의 시행 근거를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산림청은 「도시숲관리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통해 도시숲 조성을 확대할 방침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도시숲은 국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 학교숲, 산림공원, 가로수(숲) 등을 말하는데, 도시면적(255만 3,000㏊)의 약 49%(125만 4,000㏊)를 차지한다. 이 중 「산림자원법」에 따른 도시숲이 96.2%(120만 5,000㏊)이며 「공원녹지법」에 따른 도시숲은 3.8%(4만 8,000㏊)이다. 생활권 도시숲의 경우 4만 6,000㏊로 전체 도시숲 면적의 3.7%에 해당하며, 이는 도시면적의 약 1.8%, 전 국토 면적의 0.5%에 불과하다. 도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국민수요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태부족한 실정이다.

「제1차 도시림 기본계획」(2008-2017)을 통해 녹색 네트워크의 개념 도입,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WHO 기준 달성, 나무의사 제도 도입, 도시숲 조성기반 확대 마련, 산림재해통합관리시스템 내 가로수 관리시스템 구축(175개 지자체 가로수 식재, 치력정보 DB화) 등의 성과도 도출되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2018-2027)」은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 「제1차 산림복지진흥계획(2018-2022)」과 연계된 향후 10년간의 정책방향을 설정한 계획으로 2027년까지 1인당 도시숲 15㎡를 목표로 수립되었다. 이를 위해 도시녹화운동의 지속적인 전개, 지속가능한 도시숲 조성, 관리를 위한 관계법령 정비 등이 포함되며, 도시숲 경관 사업계획을 통해 미세먼지 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숲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국가적인 도시공원과 녹지 정책의 실천 방향에 비추어 볼 때, 부산시의 공원정책은 그 기획 토대가 시대착오적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위한 공원정책이나 숲 조성 계획이 아니라 관광과 개발을 위한 기획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행적이고 잘못된 공원 정책은 이기대예술공원 조성사업, 황령산 관광개발사업, 해운대 달맞이 공원 조성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사업

우선 첫째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른 공청회 및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8조 1항에는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권자는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미리 공청회를 열어 주민과 관계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이기대, 황령산, 해운대 달맞이 공간의 개발사업은 주민의 의견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자 뒤늦게 시민 대상 여론조사를 한다고, 찬성 서명을 강요했다. 군부 독재 시절도 아닌데, 부산시는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사업 진행을 위해 남구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찬성 서명을 강요했다. 부산시가 제 정신이라면 남구 주민을 대상으로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에 찬반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찬성 서명만을 받았고, 반대 서명자가 나오자, 그 용지를 없애고 다시 새롭게 서명지를 아파트 출입구에 붙이는 촌극을 벌였다. 그것도 남구 주민 전체가 아니라 LG, SK 등 소위 대형 아파트 주민 대표들에게만 지시를 내려 서명을 받았다. 소형 아파트에 사는 주민과 주택에 사는 주민들을 제외함으로써 의견 수렴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비민주적인 행정을 저질렀다. 이 지시가 남구청으로부터 아파트 대표자들에게 지령처럼 내려졌다니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몇천억 원의 시민 혈세가 드는 사업을 두고 부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야 하는 문제이지 남구 주민만을 대상으로 시민의 생각을 수렴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의견수렴은 이기대 예술공원 사업 자체가 지니는 모든 사안을 시민들에게 상세하게 정보를 알려 준 상태에서 수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온당한 방법이다. 그 핵심은 이기대공원에 설치하려는 퐁피두 분관유치를 위한 비밀협정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서명지의 설명은 오직 이기대 예술공원이 조성되면 부산이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발전한다는 한 줄의 문구로 주민들을 우롱했다. 이런 방식과 내용의 주민 여론 수렴 결과를 일방적으로 부산시 행정의 밑자료로 사용하겠다는 발상부터 시대착오적이다.

황령산 개발사업

이러한 발상과 방식은 황령산 개발 사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산의 심장부를 가르는 황령산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마지막 숲으로 불려왔다. 부산시의 황령산 개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84년 부산시가 황령산 유원지 개발계획을 세운 뒤 1997년 한 민간사업자가 온천센터 등 개발을 추진했다가 시민단체 반발에 사업계획을 백지화했다. 2004년 부산시는 황령산 전망 타워를 세우려다가 무산됐고, 2007년 민간사업자가 황령산 남구 대연동 쪽 터에 스키돔 등 스노우캐슬을 지어 운영하다 1년 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2012년에는 부산시가 케이블카 건설 등 관광개발계획을 발표했지만,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그러나 지금 부산시는 이 산을 전망대와 케이블카, 스노우캐슬 개발 등 위락시설로 채우려 한다. 부산은 이미 해안선을 다 망쳐놓고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황령산마저 관광 상품으로 팔아넘기려는 것이다. 이 개발 사업은 시가 민간인에게 완전히 맡긴 사업이다. 3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이 사업을 민간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시행한다. 사업 시행사인 대원플러스 측은 일본의 도쿄 스카이트리, 중국의 광저우 타워나 동방명주, 서울의 남산타워 등 국내외 전망시설을 면밀히 분석해 황령산 봉수 전망대를 짓겠다고 밝혔다. 기업을 운영하는 그들이 가진 황령산 개발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익의 창출이다. 연 490만 명 찾는 관광 거점, 고용 창출 효과 4만 6000여 명 등 그 외의 화려한 제안서에 그려진 그림은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그리고 “황령산의 자연환경을 더 잘 살리고 가꿔 글로벌관광도시에 걸맞은 관광자원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사업자들은 호언한다. 그러나 자연을 더 잘 살리는 길은 자연을 그대로 두는 데서 시작된다. '부산 도심의 허파'라고 불리는 황령산은 시민 모두의 산이다. 사업자가 개발해서 돈벌이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그 산은 행정과 자본의 협력 속에 '관광시설 부지'로 전락하고 있다. 개발하고 훼손하는 만큼 도심의 허파인 황령산이 공급하는 산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의 생태학적 미래가 초고층 건물 몇 채와 케이블카라는 관광 상품 속에서 암담해져 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십여 개가 넘는 케이블카 사업 중에서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심지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황령산은 이미 자동차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굳이 환경과 생태의 파괴를 통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자들이 많다. 황령산과 산이 품고 있는 물망골 마을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도시 속에서 단 하나 남은 공공의 숲과 공동체를 잃게 된다. 황령산은 돈벌이를 위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의 삶의 증언현장이자 지켜야 할 마지막 산소통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산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밝혔듯이 "부산시민 85%가 모르는 황령산 개발 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허파로 불리는 황령산 개발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비판적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부산지역언론의 감시 역할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보도가 적을 뿐더러 사업의 문제점을 짚는 기사를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부산의 언론이 부산시의 홍보지로 나아가 기업의 사업 선전 매개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증표이다.

사업을 감시하는 보도는 적은 가운데, 개발 찬성 목소리에 주목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신문은 '황령산 전망대는 부산 관광 마중물'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발 찬성 단체의 집회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단체의 입장을 소개한 후, 기사 말미에 개발을 반대하는 범시민운동본부의 목소리를 실었다. 국제신문은 범시민운동본부 기자회견 내용을 개별 기사로 다루지 않고 찬성 단체의 목소리와 함께 전했다.

부산일보는 앞서 범시민운동본부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개발 찬성 단체의 집회를 보도했다. 여기서 부산일보는 '황령산 친환경 개발로 랜드마크 만들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달고 개발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황령산 개발에 대한 감시 보도가 없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2021년 8월 19일 부산시와 사업자인 대원플러스 간 황령산 유원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이 체결됐을 때, 부산지역언론은 사업을 점검하는 대신 보도자료를 단순 인용할 뿐이었다. 일부는 '국내 최고 전망대'라고 하거나 '친환경 개발'이라고 하면서 긍정적인 내용만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후 4년이 흘렀지만, 언론은 여전하다. 그동안 환경훼손이나 도시 경관 침해 등 여러 우려가 해소된 것도 아님에도 언론의 감시 역할은 전무하다. 무보도하거나 단신으로 보도할 뿐이고, 일부는 개발 찬성 목소리에 주목하기도 했다. 부산의 허파라고 불리는 황령산이 개발되는 우리 지역의 중요한 사안이지만, 부산 언론은 사업을 점검하지도 않고 있다. 살아 있는 언론이라면 부산시와 사업자의 입장만을 전달하거나 갈등이나 논란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다양한 시각을 담아 시민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탄소저감을 위해서라도 도시의 숲은 없는 것도 새로 만들고 가꿔야 할 판에 훌륭한 도심숲을 일부러 파괴하며 개발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분개하는 시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해운대구 달맞이공원

이런 중에 부산시는 2002년부터 22년 동안 방치됐던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공원을 ‘자연주의 명품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 10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 공원 조성 예정지에서 공원 조성사업 기공식을 개최했다. 그리고 달맞이공원은 총 233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구성계획은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달빛 마당’, 정원 문화를 담을 ‘달맞이 정원마을’, 복합문화공간인 ‘달맞이공원 지원 시설’, 건강 관리 공간 ‘달맞이 명상 쉼터’ 등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시는 달맞이공원 조성이 완료되면 프랑스 니스 해변, 캐나다 벤쿠버 스탠리 공원처럼 해안 경관과 공원이 결합한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시가 표방하는 생태, 경관, 문화가 공존하는 자연주의 달맞이공원 조성의 궁극적 목적은 관광지 개발에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공원조성은 무엇보다 그 출발의 바탕이 생태학적 가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산시는 달맞이공원을 또 다른 하나의 관광지로 개발하는 데로 기울어져 있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하기 이전에 경제적 이득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개발주의자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실험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가 떠들고 있는 “달맞이 공원을 조성하고, 해운대 관광벨트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두겠다.”는 미사여구가 이를 반증한다. 그 동안 부산시와 해운대 구청의 개발정책으로 자연을 다 망쳐놓은 해운대에 또 다른 인공적인 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부산시가 이 기후시대에 도시 탄소율을 감소하기 위해 공원 정책을 제대로 시행한다고 하면, 해운대 달맞이공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량이 가장 심각한 지역을 검토하여 그 지역에 있는 도시공원부터 우선 손을 대야 한다. 부산시는 2021년부터 5,753억원을 들여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17곳에 축구장 225개 크기인 160만㎡ 용지를 확보하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운대는 탄소배출량이 부산의 어느 지역보다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부산시가 어떤 공원 정책과 푸른 도시 가꾸기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가 갈수록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이기대, 황령산, 해운대 지역에 세계적인 관광지 개발이란 미명 아래 숲이 사라지고 자연이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한 마디로 부산시는 이 절박한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공원에 대한 생태학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 없이 개발론자들의 자본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 차원에서는 도심 속의 금정산을 국가공원으로 지정하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그것도 금정산 보존을 위해 함께 뜻을 모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렇게 시민들은 자연을 지켜 기후위기 시대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데, 부산시는 오직 관광을 위해 공원과 산을, 녹지를 허물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이 깨어 있는 시민을 더 슬프게 하니 어찌해야 할까?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바벨탑을 더 높이 쌓아 올리려는 이 끔찍한 행위들을 하늘이 마냥 그냥 두고만 있을까?

남송우 교수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