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반대 대책위원회가 8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의 퐁피두 분관 공유재산 심의 부결을 촉구했다. [사진=조송현]

부산시의 퐁피두 부산분관 유치 추진을 둘러싸고 부산시민, 미술인, 교수·연구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부산시의회의 공유재산 재심의 부결을 촉구했다.

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반대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옥영식·남송우)는 8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 없이 강행되는 퐁피두 부산분관 건립은 비밀행정, 난개발행정, 문화사대주의의 전형”이라며 시의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부산시민 311명, 미술인 359명, 전국 교수·연구자 517명 등 총 1187명의 반대 서명을 바탕으로 열렸다.

옥영식 상임대표 “시민 배제한 문화사기극”

옥영식 상임대표는 “박형준 시장은 반대 목소리를 ‘소수 의견’으로 폄하하고 부산미협을 앞세워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그러나 용기 있는 미협 회원들과 지역 원로·중진 미술인들이 나서 대책위를 확대했고, 오늘 우리는 지역 미술인의 뜻을 시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가 퐁피두 분관 유치 사업을 ‘세계적 미술관 건립’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연간 50억 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퐁피두 부산 대리점’일 뿐”이라며 “전시·교육·연구 기능이 종합된 미술관이 아니라 단순 전시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시민을 기만하는 문화사기”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조차 지난 3일 심의에서 매년 76억 원의 운영적자 문제를 지적하며 보류했다”며 “내일(9일) 있을 재심의에서 반드시 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창 교수 “비밀행정·패밀리비즈니스 의혹”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교수·연구자 서명자를 대표해 “천혜의 이기대에 퐁피두 전시관을 짓겠다는 발상에 전국 연구자들이 경악했다”며 “시민과 학계의 만류에도 강행하는 것은 패밀리비즈니스 의혹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밀행정, 졸속행정, 문화사대주의 행정의 전형이며 시민과 예술계를 무시한 사업”이라며 “만약 내일 시의회가 공유재산 재심의를 승인한다면, 부산시민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책위 “다섯 가지 이유로 부결해야”

▶시민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
▶협약내용조차 공개하지 않는 비밀행정
▶지역예술 소외와 반(反)지역적 문화정책
▶이기대 생태 파괴와 세금 낭비, 굴욕적 협약
▶시민 여론 왜곡과 조작 의혹

남송우 상임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재심의 부결의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대책위는 “부산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을 설득하려는 의지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며 “94%가 반대 의견을 낸 MBC 설문조사 결과에 이제 시의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의회 면담… 성창경 기획재경위원장 “신중히 검토”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 대표단은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를 방문해 성창경 위원장과 면담했다. 대표단은 “시민 배제·비민주적 절차, 천 억 원대 건립비와 매년 70억~80억 원 손실 구조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재심의 부결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성 위원장은 “부산시 보완자료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며 “자료를 받는 대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대책위는 “시민을 무시하는 일방통행 행정과 특정 정당 일색 시의회의 무력감을 시민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며 “결정을 끝까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퐁피두 센터 부산' 조감도 [부산시 제공]

다음은 남송우 상임대표(부경대 명예교수)가 낭독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반대 대책위는 기획재경위가 퐁피두 분관에 대한 공유재산심의를 부결할 것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요청한다.

첫째, 부산시민의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을 멈추라. 퐁피두 분관 유치에 대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고 공론화도 없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 부산지역 미술인들은 물론이고 부산시민, 지역주민들이 퐁피두가 무엇인지 어디에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라운드테이블의 일정, 주제, 구성도 일방적으로 진행했고, 시민설명회 또한 시민사회를 속여가면서 일부 지역주민을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가 하면 민민갈등까지 유발하는 수준 이하의 행정을 보였다. 부산시는 퐁피두 분관을 유치하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거나 공론화를 통한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둘째, 부산시민 모르게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가 부산지역 문화인프라를 구축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부산시민에게 문화향유권을 주겠다며 퐁피두 분관을 추진하면서 시의회 심의도 비공개, 국회의 요구에도 협약 내용도 비공개로 하는 것은 부산시가 퐁피두 분관유치와 관련해 공개하면 안 되거나 시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는 방증이다.

셋째, 지역예술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면서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의 문화정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이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전근대적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문화, 지역의 문화는 제외·소외시키는 반시대적, 반지역적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 이렇게 문화정책을 추진하는 부산시장을 둔 부산시민은 불행한 것이다.

넷째, 이중적 공원정책, 환경파괴, 세금낭비, 굴욕적 협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기대를 세금으로 사들인 다음 다시 퐁피두 분관을 비롯해 각종 전시관 8개를 건립하면서 이기대의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는 행정, 건립비, 운영비, 로열티 외에 각종 비용이 부산시민 세금만으로 지출되어야 한다는 것, 퐁피두와의 굴욕적인 협약 등 퐁피두 분관유치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다섯째, 시민들의 의견을 부산시가 조작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4~6월 퐁피두센터 부산 건립에 대한 대시민 의견조사를 하면서 일반 시민 1,000명, 작가는 예비 또는 신진 작가 150명에게만 의견을 물었다. 설문 내용이 편파적일 뿐만 아니라 굳이 예비 또는 신진 작가에게만 설문조사를 한 것은 기존 작가들의 반대 의견을 배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난 주말 사이 부산남구 일대 아파트에 게시된 이기대예술공원 & 퐁피두센터 부산 조성 찬성 서명지와 이를 독려하는 설명 전단이 뿌려졌는데 이는 부산남구청이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에게 요청한 것이라 한다. 부산시의 주요 시책에다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이런 식으로 추진하는 무능력하고 파렴치한 부산시와 부산시의 지시를 받아 민간에게 억지 서명을 강요한 남구청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가 부산시민과 미술인들을 설득할 근거도 가지지 못한 채 소통하는 노력도 없이 퐁피두 분관유치를 졸속, 비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달리 부산시민, 미술인, 교수연구자들은 이 사업이 매우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 판단해 퐁피두 분관유치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수·연구자는 517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미술인은 359명이 서명해 총 1,187명이 반대에 서명하였다. 앞으로 필요시 대대적인 시민서명운동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업 근거도 부족하고 추진 과정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퐁피두 분관유치에 대해 최근 15만 명이 참여한 부산MBC 설문조사에서 94%가 반대한 부산시민의 의견에 대해 이제 부산시의회가 답할 때다. 퐁피두 분관유치를 부산시가 멈출 수 있게 부산시의회가 공유재산 심의를 부결하고 반대를 분명히 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는 부산시민의 뜻이자 이기대를 지금 그대로 지키고 보존할 뿐만 아니라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5년 9월 9일

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반대 대책위 서명 참가자 일동

<본지 편집장 pinepi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