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전남교육통]
종소리
박 무 웅
종소리는 힘이 세다
흩어져 놀던 아이들도
땡땡 종을 치면 모두 모여든다
그렇게 모여드는 일들 중엔
밥 차려놓은 시간이 있어
배고픈 일들이 허겁지겁 모여든다.
지금도 골동품점 앞을 지나칠 때면
어릴 적 학교에서 쓰던 종을 한참 바라보곤 한다.
시작하는 일에도
끝내는 일에도 울리던 종소리
종은 수백 명을 단번에 모으는 힘이 있다.
이처럼 순수하고 절대적인
힘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총과 칼의 힘이 그와 비슷하지만
종만큼 순수하고 평화롭지는 않다.
또 뜨고 지는 태양이
비슷한 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태양은 그늘이 섞이거나
빗방울, 먹구름 같은 것이 끼면
그 힘을 잃는다.
지금도 옛날 들었던 종소리에는
친구가 있고 예쁜 선생님이 있다.
하나가 아닌
모두를 불러 모으는
종의 그 순수한 힘이 좋다.
아라쇼츠, 2025. 봄 vol. 47)
시 해설
파블로프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세웠는데,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 종소리를 울리면 반복 학습 후 종소리가 나면 먹을 것이 주어진다는 이론을 세웠다. 비판이 있지만 많은 영감을 주는 이론으로 통했다. ‘종소리는 힘이 세다고’ 시인이 설파한다. 종소리를 들으면 흩어져 있던 아이들도 모이고 밥 먹으러 오기도 하는 약속을 지킨다.
그런 추억을 가진 시인이 ‘지금도 골동품점 앞을 지나칠 때면 어릴 적 학교에서 쓰던 종을 한참 바라보곤’ 하는 것이다. 그 힘을 아직도 느끼고 있는 것이며 시작과 끝을 알리던 종소리는 수백명도 단숨에 모을 수 있으니 ‘이처럼 순수하고 절대적인 힘을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공습경보 싸이렌도 같은 이치로 사람을 모으고 흩어지게 하지만 시인은 총과 칼의 힘은 ‘종만큼 순수하고 평화롭지는 않다’고 한다. 태양도 비슷한 힘을 가졌지만 그늘이나 빗방울 등이 끼면 힘을 잃고 만다면서 순수의 능력을 알려준다.
시인에게 종소리는 향수이다. 옛날 들었던 종소리에는 지금도 친구와 예쁜 선생님이 있으니 순수를 잃지 않은 시인의 특권으로 ‘모두를 불러 모으는 종의 그 순수한 힘’을 좋아한다. 소통이 가능한 마음의 귀가 열려 있으신 모양이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