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

고 경 숙

고가 사다리의 이삿짐을 모두 내리고
다시 15층으로 올려보내며
사내가 소리쳤다
어~~이 !
덜그럭거리며 짐칸에 실려
사내의 목소리도 위로 향한다
15층에서 내려다보던 어이가 잽싸게 받아
다시 짐을 싣고 지상을 부른다
어~~이 !
김가인지 이가인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어이들
나무 그늘에서 짜장면을 급히 흡입한 어이들
목청 좋은 사내가 부른 수많은 어이들은
그들뿐이 아닌지 아파트 창마다
슬쩍 내다보다 들어간다
배짱 좋은 놈이, 울분 많은 놈이
세상을 부를 때 쓰는 말,
하늘에 시비 걸며 질러대는 말,
어~~이 !

- 시와소금, 2024년 겨울호

시 해설

지금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모심기를 이양기가 해 주지만 80년대만 해도 사람이 무논에서 횡으로 줄 서서 모를 심었고 그 간격을 잡아주는 못줄이 있었다. 못줄의 양편에서 줄을 팽팽하게 당기면서 상대방을 불러 다음 간격으로 이동시킬 때 상대를 부르는 소리가 ‘어~이’ 또는 ‘자~’였다. 정말 그리운 소리이다.

시인은 고가 사다리를 가지고 이삿짐을 나르는 장면에서 시 소재를 포착했다. 15층으로 이삿짐을 올려보내는 사람이 ‘지금 짐이 올라간다 주의하라’라는 말을 다 함축한 ‘어~이!’를 소리치고 15층에서는 짐 잘 받았다고 다시 준비하라고 또 ‘어~이!’ 맞장구를 친다.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고 뻔히 서로가 아는 사실이니까 김씨, 이씨 구분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대개 뒤를 돌아본다. 내가 호응해야 할지, 방어해야 하는 소리인지 판단을 하기 위해서이다. 시인은 이 소리를 들으면 ‘아파트 창마다 슬쩍 내다보다 들어간다’고 했다.

시인은 이 단순한 한마디를 ‘배짱 좋은 놈이, 울분 많은 놈이 세상을 부를 때 쓰는 말’이며 일이 안 풀리는 한 많은 사람도 ‘하늘에 시비 걸며 질러대는’ 이 말 ‘어~~이 !’는 세상 소통 언어임을 알았다. 베트남 식당에서 ‘엠 어이’ 라 하면 우리말 ‘아줌마’라는 호칭이기에 금방 달려와서 서비스해 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비하하는 어이없는 말은 아님.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