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열린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중 박종철합창단의 공연 모습 [사진=김해창]
‘노래는 삶이요, 힘이요, 깃발이다’.
동학농민혁명 제131주년 기념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이 지난 6월 14, 15일 양일간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14일은 오후 4시 전주대 수퍼스타홀에서, 15일은 오전 10시반 전라감영 특설무대에서 박종철합창단을 비롯해 전국 12개 민주 합창단이 민주를 노래했다.
이번 축전은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집행위원회와 전주 녹두꽃시민합창단이 주관했으며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후원을 했다. 제8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은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념해 경기도 안산에서 전국 12개 민주 합창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바 있다.
14일 전주대 수퍼스타홀 행사는 다른 해와는 달리 참가합창단 단원들이 합창단 이름을 새긴 깃발을 들고 입장했다. 416합창단, 녹두꽃시민합창단, 1987합창단, 대구평화합창단, 대전평화합창단, 두꺼비앙상블합창단, 박종철합창단, 더울림합창단, 평화의나무합창단, 615시민합창단, 이소선합창단, 5.3합창단 순으로 입장했고 700석이 넘는 장내는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참가 합창단 전체가 열림의 합창으로 ‘농민가·동학농민가(작사 작곡 미상, 편곡 구국회)’를 불렀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 형제 울부짖던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붉은 노을 한울에 퍼져 핍박의 설움이 받쳐/ 보국안민 기치가 높이 솟았다 한울북 울리며~하늘 아래 들판에 산위에 가슴마다 타는 분노는 무엇이었나/ 갑오년의 핏발어린 외침은 우리 동학 농민 피다. 야야야야 야야야야~’.
최은기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조직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축전사에서 “131년 전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의 깃발을 들고 일어섰던 동학농민의 혁명정신이 깃든 이곳 전라북도 전주에서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을 개최하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동학혁명이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병운동, 독립운동, 여순과 4.3제주항쟁, 4.19민주혁명, 반유신독재 민주화운동, 5.18광주항쟁, 6.10민주항쟁, 촛불항쟁, 빛의 혁명으로 불린 응원봉 항쟁까지 그 모든 운동의 출발은 동학혁명이었습니다. 앞이 캄캄할 때 우리 안에 울려 퍼지던 희망의 노래는 우리를 단결하게 하였고 우리의 깃발이 되었습니다. 노래는 삶이요, 힘이요, 깃발입니다. 지난 겨울 동안 내란의 강을 힘들게 건넜던 국민 여러분께 힘이 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열어갈 국민주권의 깃발을 노래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합창축전은 ‘1부 노래는 삶이다, 2부 노래는 힘이다, 3부 노래는 깃발이다’로 나눠진행됐고 마지막 전국민주시민대합창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유정주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사무국장이 진행을 맡았다.
첫 번째 무대는 416합창단이 열었다. 경기 안산 416합창단(지휘 박미리)은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일반 시민으로 만들어졌다. 합창단이 입장할 때 합창단 연혁 소개와 지휘자 반주자 단장 총무 단원들의 파트별 이름과 얼굴 사진이 무대 옆에 설치된 화면에 차례로 소개됐다. 연주 곡목은 ‘돌덩이(작사 광진 이치운, 작곡 박성일, 편곡 이현관)’.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 오직 하나뿐인 나의 길 내 전부를 내걸고서/ 그저 정해진 대로 따르라고 그게 현명하게 사는 거라고/ 쥐 죽은 듯이 살라는 말 같잖은 말 누굴 위한 삶인가/ 뜨겁게 지져봐 절대 꼼짝 않고 나는 버텨낼 테니까/ 더 세게 때려봐 네 손만 다칠 테니까/ 나를 봐 끄떡없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이어 416합창단과 녹두꽃시민합창단이 연합곡으로 ‘우리는(작사 작곡 송창식)’을 연주했다.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이번 공연의 특징은 합창단마다 1곡을 먼저 부르고 다른 합창단과 연합곡 1곡을 하는 것이다. 관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전북 전주 녹두꽃시민합창단(지휘 박정훈)은 동학혁명정신을 계승해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기 위해 2019년에 결성됐다. 녹두꽃시민합창단의 자체 연주 곡목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작사 작곡 김효근)’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직 부르지 않았지/ 오늘 나 초라하고 슬퍼도 지금 멈추지 않을 테요~’. 혁명적인 서정 시인으로 유명한 튀르키예의 국민시인 나짐 히크메트(1902-1963)가 감옥에서 쓴 시 ‘진정한 여행’의 첫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이어 광주 1987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1987합창단(지휘 정유하)은 1980년 5.18민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 정신을 노래로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사)광주전남6월항쟁 산하단체로 2018년 창단됐다. 연주 곡목은 창작곡인 ‘개벽(시 최자웅, 작곡 김제씨)’이다. ‘어두운 폭풍의 날에 깃발이 오른다~낡은 산맥에서 새 노래가 울린다/ 별이 돋는다 새벽이여~’. 성공회 신무이자 시인인 최자웅의 시를 합창곡으로 만든 것으로 새 한 마리는 전봉준-동학을 연상케 하고 우렁찬 종소리와 새벽은 교회와 예수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
1987합창단과 대구평화합창단의 연합곡은 창작곡 ‘껍데기는 가라(시 신동엽, 작곡 김제씨)’이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1960년대 군사정권, 외세의존적 사회, 거짓으로 포장된 정치구조를 정면 비판하며 그 모든 얄팍한 외피를 ‘껍데기’라고 명명한 신동엽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대구평화합창단(지휘 김동건)은 4.16세월호사고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2015년 대구 달서구 마을합창단으로 시작해 촛불집회를 계기로 2017년 대구평화합창단으로 확대됐다. 대구평화합창단은 창작곡 ‘풀꽃, 술잔, 나비(작사 이외수, 작곡 김민주)’을 연주했다. ‘그대는 이 나라 어디 언덕에 그리운 풀꽃으로 흔들리느냐/ 오늘은 네 곁으로 바람이 불고/ 빈 마음 여기 홀로 술 한 잔을 마신다~어느 봄날 은혜의 날개를 달고 한 마리 나비되는/ 꿈을 꾸면서 이 밤을 돌아앉아 촛불을 촛불을 켠다~‘.
그다음엔 대전평화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대전평화합창단(지휘 지은주)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대전 시민들이 2017년 6월에 창립했다. 대전평화합창단의 연주 곡목은 ’단지동맹(작사 한아름, 작곡 오상준, 편곡 김노엘)‘이다. ’내 조국의 하늘아래 살아갈 그날을 위해/ 수많은 동지들이 타국의 태양 아래 싸우다/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간절했던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뜨거운 조국애와 간절함을 담아/ 저 안중근 이 한 손가락 조국을 위해/ 바치겠습니다~우리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리 잊지 말자 오늘’. ‘단지동맹’은 안중근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삶을 담은 영화 ’영웅‘ OST이다.
대전평화합창단과 충북 청주 두꺼비앙상블합창단의 연합곡은 ’광야에서(작사 작곡 문대현, 편곡 이범준)‘이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에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에 핏줄기 있다~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우리들에게 익숙한 곡이다. 두꺼비앙상블합창단은 ‘의연한 산하·민들레의 합창(작사 작곡 이성지 심상구, 편곡 김강곤)’을 연주했다. 동학농민운동의 자주·민주정신과 민주화·노동운동에서 넓은 대중성을 지향하기 위해 민들레의 의미를 담아낸 ‘의연한 산하’와 ‘민들레의 합창’을 결합한 합창곡이다. ‘아아아/ 가슴이 빠개지도록 사무치는 강산이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거부한다던/ 복종을 달게 받지 않겠다던~햇살 찬란한 아침 민들레 영롱한 꽃씨 온 세상에 퍼지네~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 되는 날/ 민중의 함성소리 울려 퍼지리/ 아아아’. 두꺼비앙상블합창단(지휘 이종고)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개발 과정에서 훼손될 처지에 놓인 원흥이방죽 두꺼비 서식지 보전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2010년 마을신문을 통해 모여 결성했다.
이어 필자가 소속된 부산 박종철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박종철합창단(지휘 이민환)은 박종철 열사와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노래를 통해 민주주의와 노동, 인권, 평화, 생태의 가치를 선양하기 위해 2016년 8월 창단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되던 그 해 12월 20만이 모인 부산 서면 촛불집회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이래 부산 서울 등지의 민주화운동 관련 기념식·추모제와 같은 각종 행사나 집회에서 노래로 시민사회와의 연대활동을 전개해왔다. 지휘자는 우리 나이 80세인 이민환 부산대 명예교수이다. 장길만 단장을 비롯해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단원 40여명으로 이루어진 남성합창단이다. 이날 연주 곡목은 창작곡 ‘동학 격문과 절명시(작사 전봉준, 작곡 마동규)’로 마동규는 작곡자 이민환 교수의 가명이다. ‘백성을 지켜야 할 지방 관리들은/ 치민(治民)의 도를 모르고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수탈기관까지 창설하여 그 폐단이 크게 늘어났다~우리가 의를 세워 여기에 이른 것은/ 백성을 고통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 세우고자 함이라/ 안으로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 포악한 도적들 구축코자 함이라~조금도 주저치말고 지금 즉시 일어나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해도 돌이키지 못하리라~때를 만나서는 천지도 함께 하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네/ 백성사랑 바른길이 그 무슨 잘못이더냐/ 나라사랑 붉은 마음 그 누가 알아주리~’. 전봉준 장군이 발표한 ‘창의격문’과 순국 직전 지은 ‘절명시’에서 따온 것이다.
박종철합창단과 더울림합창단의 연합합창단 연주 장면
연이어 박종철합창단 단원 사이에 혼성인 더울림합창단 단원이 등장해 연합곡으로 창작곡 ‘죽순밭에서(작사 문병란, 작곡 마동규)’를 연주했다. ‘죽순밭에는 흥건히 고이는 울음이 흐른다/ 죽순밭에는 낭자히 고이는 달빛이 흐른다/ 무엇인가 뿜고 싶은 가슴들이/ 무엇인가 뽑아 올리고 싶은 욕망들이/ 쑥쑥 솟아오른다 도란도란 속삭인다~이윽고 참대가 되고 왕대가 되고/ 유혈이 낭자하던 대밭/ 임진년 의병의 손에서/ 원수의 가슴에 꽂히던 죽창이 되고/ 갑오년 백산에 솟은 푸른 참대밭~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소리 없는 아픔이 솟아오른다~’. 솟아오르는 죽순은 민중의 눈물이고 아픔이며 폭력에 대한 저항이다. 시 낭송대회에서 단골메뉴이기도 한 문병란 시인의 시를 낭송조 형식으로 만든 곡이다.
울산 더울림합창단(지휘 안수경)은 2017년 노무현재단 울산지역위원회 소속 합창단으로 합창을 통해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활동‘에 목적을 두고 창단됐다. 연주 곡목은 ‘이 산하에(작사 작곡 문승현, 편곡 마동규)’이다.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 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이 곡은 1절에 동학농민운동에서의 민중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다음 서울 평화의나무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평화의나무합창단(지휘 박단비)은 평화를 사랑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2007년 9월에 창단했다. 연주 곡목은 ‘평화의 숲을 위하여(작사 고춘식, 작곡 강성빈)’이다. ‘갈라진 조국산하 찢겨진 우리 겨레/ 노래인가 울음인가 절규인가 통곡인가~온 누리 부둥켜 안고 밤을 지새 춤추리라’.
이어 615시민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평화의나무합창단과 연합곡으로 ‘죽창가(작사 김남주, 작곡 김경주, 편곡 이지은)’를 연주했다.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반란이 되자하네~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하네~새야새야 파랑새야 죽창이 되자’. 김남주 시인의 시 ‘노래’에 화가 김경주가 곡을 붙인 노래로 동학농민혁명군의 영혼이 들꽃이 되고 새가 되고 들불이 되고 죽창이 되자고 노래한다.
615시민합창단(지휘 이광석)은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됐다. 이어서 ‘타는 목마름으로(작사 김지하, 작곡 이성현, 편곡 이지은)’가 울려퍼졌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만세 만세 민주주의여 만세’. 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담은 김지하 시에 이선현이 곡을 붙인 것으로 최근 윤석열의 내란계엄으로 또다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 촛불집회 등에서도 많이 불려진 노래이다.
이어 이소선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이소선합창단(지휘 임정현)은 2011년 9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영결식을 계기로 세상 모든 노동자가 하나 되라던 어머니의 생전 말씀을 받들고 기억하는 마음으로 합창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연주 곡목은 2곡으로 ‘부활하는 산하(작사 작곡 이성지, 편곡 정현식)’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작사 신동엽, 작곡편곡 이현관)’이다.
‘얼마나 긴 세월을 사슬에 묶여/ 목놓아 통곡하는 어둠으로 갈거나/ 만석보 터지는 물에 새길 열릴 때/ 총성과 말발굽에 아우성치는 산하여~아아아 해방으로 부활하는 산하여/ 부활하는 산하여’(부활하는 산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는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쇠창살/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과 쇠창살을~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누구를 구한단 말인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는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아~’(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부활하는 산하’는 이성지라는 가명으로 이창학이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1986년 작사 작곡한 곡이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1969년 신동엽의 시에 1994년 이현관이 작곡한 곡으로 신동엽의 장편 서사시 ‘가극 금강’ 등에서 연주됐다.
마지막 무대는 인천 5.3합창단이 올랐다. 5·3합창단(지휘 이기경)은 1986년 인천 5·3민주항쟁이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되고 디딤돌이 되었음을 기리는 뜻에서 2017년 결성됐다. 연주곡목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전래민요, 작곡 신상우)’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논에 앉지 마라/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아랫녘 새는 아래로 가고 위녘 새는 위로 간다~’. 이 노래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동학농민운동 때 일본군이 푸른색 군복을 입어 파랑새는 일본군을 뜻하며 전봉준이 녹두장군이라 불리었던 점을 보아 녹두꽃은 전봉준과 동학농민군을 상징하고, 청포장수는 백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아이들의 입을 빌린 어른의 동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참가 합창단과 관객이 모두 함께 부르는 전국민주시민대합창
12개 합창단의 연주가 다 끝났다. 이날의 피날레는 참가 합창단 전체가 부르는 전국민주시민대합창 ‘가다, 전봉준’이었다. 4부 혼성 합창곡인 이 곡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화합에 대한 깊은 염원을 담아낸 작품으로 곡 전반에는 시인 안도현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 그리고 김지하 시인의 ‘녹두꽃’의 시구절이 함께 어우러지며, 전봉준이 서울로 향했던 역사적 장면을 그려냈다. 작곡은 구국회, 편곡 강솔잎, 반주는 글로컬음악그룹 센티멘탈로그가 맡았고, 고승조가 소리를 했다. ‘척왜 척화 척왜 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오늘 나는 알겠네~살아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푸른 시구문 아래 목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척왜 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파랑새야/ 새야’.
전날 장대비가 왔던 전주는 이날 오후 맑은 하늘을 드러냈다. 이날 전주대 수퍼스타홀의 열기는 뜨거웠다. 마지막 무대 인사에 김종민 (재)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10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은 내년 4월 제주에서 열립니다. 아름다운 제주가 38선 이남을 점령한 미군정기와 한국전쟁 7년간에 제주도인 3만 여명이 학살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움막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제주공동체를 지켜온, 비극의 역사를 극복한 자랑스런, 위대한 역사를 써온 제주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 그때 뜨겁게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축전 이튿날 참가 합창단이 전주 전라감영 내 선화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 제9회 전국민주합창축전은 다음날인 15일(일) 오전 10시 반부터 12시까지 전주 전라감영 내 특설무대(선화당 앞마당)에서 박종철합창단을 비롯한 10개 합창단이 ‘아름다운 동행(5.3합창단)’ ‘부활하는 산하(이소선합창단)’ ‘타는 목마름으로(615시민합창단)’ ‘평화의 숲을 위하여(평화의나무합창단)’ ‘이 산하에(더울림합창단)’ ‘동학 격문과 절명시(박종철합창단)’ ‘의연한 산하·민들레의 합창(두꺼비앙상블합창단)’ ‘단지동맹(대전평화합창단)’ ‘개벽(1987합창단)’ ‘가장 아름다운 노래(녹두꽃시민합창단)’를 각각 연주했다. 진행은 한민욱 녹두꽃시민합창단 단무장이 맡았다. 마지막에는 참가 합창단이 전국민주시민대합창으로 ‘농민가·동학농민가’를 다시 우렁차게 불렀다. 이날 전라 감영을 찾는 시민들은 합창단의 노래에 귀 기울며 큰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이번 축전에 부산의 박종철합창단은 이민환 지휘자, 김현정 반주자를 비롯해 40여 명의 단원이 참여했다. 장길만 박종철합창단 단장(빛누리기획 대표·전 부산민언련 공동대표)은 “이번 전주 합창축전은 노래가 삶이고, 힘이요, 우리의 깃발임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저희 박종철합창단은 이번에 창작곡인 ‘동학 격문과 절명시’ 등을 준비해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취지에 맞았고, 특히 울산 더울림합창단과는 2번이나 울산에 가서 합동연습을 하기도 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합창축전이 일반적인 경연이 아닌 축전으로 시대정신을 살린 민주시민들의 열정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좋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합창·노래가 좀 더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객원기자,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