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적

김석이

투박한 손 부끄러워 은근슬쩍 감추었지

부러웠던 섬섬옥수 주머니에 접어 넣고

불거진 그 자리마다 주름살만 깊어진 길

바람이 훑고 간 뒤 앙상하게 남은 뼈대

흔들리다 잦아든 카랑한 그 목소리

그래도

좋았는기라

그 마음에 기댄다

우리 몸에서 내가 가장 많이 보는 부분은 손이다. 손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손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때는 손이 예쁜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지금은 마디가 굵고 투박해서 늘 감추고 싶다고 생각한 나자신이 부끄럽다. 궂은일 마다않고 한결같이 나를 붙잡아준 손에게 기댄다. ‘그래도 참 좋았는기라’ 당당하게 손 잡는다. 손에게 미안하다.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