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이 일 우
독설을 품었구나 빗살무늬 진달래
꽃잎 한 장으로
흐트러진 영혼을 꽉 붙들어 맨다
누가 함부로 말하랴 그대를 안다고
도저히 눈을 맞출 수가 없다
상처를 건드리지 않아도
수시로 그대 안에서 침몰당하며
내 모든 촉수는 그대 향해 열려있다
구린내 진동하는 달밤
어찌 감출까 우리의 상간相姦을
눈물 콧물 쏙 빼가는 연분홍
겪지 않고는 다가설 수 없는 그대여
확 뚫는구나! 독설을 삼킨 속
- 이일우 시집 여름밤의 눈사람, 황금알 시인선 227
시 해설
이일우 시인은 홍어를 시의 소재로 삼았다. 냄새가 코를 쏘기로 유명한 홍어는 입에 맞는 사람에게는 정말 애용 식품이고 전국 기준으로 유통되는 홍어 물량의 99%는 칠레산 냉동 홍어다. 칠레에 가 본 적 없는 사람도 칠레산 홍어를 먹고 와인도 마신다.
‘누가 함부로 말하랴 그대를 안다고 도저히 눈을 맞출 수가 없다’ 고 하는 표현은 부패가 아닌 발효가 이루어져서 생긴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눈이 따갑다는 뜻이다. 코가 뻥 뚫리는 고통도 안겨주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긴 할 것이다. 홍어를 먹는 날은 대단한 악취를 감수해야 한다.
시인은 ‘구린내 진동하는 달밤’에 홍어를 찾는 사람과 손님을 맞이하는 홍어가 눈이 맞아야 함을 ‘어찌 감출까 우리의 상간相姦’이라고 뭔가 대단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 애틋한 사랑 때문에 ‘눈물 콧물 쏙 빼가는’ 고통 정도는 ‘겪지 않고는 다가설 수 없는 홍어, 그대여!’라는 사랑이 애절하다. 그 지독한 맛을 지독한 인연의 사랑처럼 다가서니까 ‘확 뚫는구나! 독설을 삼킨 속’하면서 이 더러운 맛으로 하는 사랑이 냄새로는 구리지만 속을 풀어주는 데는 그만임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일 나지, 납작 엎드려 다녀도 대양을 휘젓고 다니는 무예의 고수, 쌍칼 선생님인데.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