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김석이

그 여자의 배경은 언제나 바다였다
출렁이는 세상살이 파도에 등 떠밀려
멀미로 쏟아 내놓은 길은 자꾸 사라지고

두 눈을 꼭 감고 두 귀를 꽉 막아도
어느새 따라와서 등을 넘는 세상은
짠 내음 들이밀고서 저만치 앞서간다

여기 한 쪽 저기 한쪽 하루를 찢어주고
달빛도 숨어버린 그믐밤 창가에 앉아
한 땀씩 꿰매는 상처 꽃으로 피어난다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다가 배경으로 깔려 있으니 ‘두 눈을 꼭 감고 두 귀를 꽉 막아도’ 이명으로 따라오는 파도 소리는 어쩔 수 없다.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이리저리 쪼개면서 바삐 살아가는 날들이다. 달빛도 숨어버린 그믐밤 창가에서 꿰매는 상처가 조각보로 이어져 찬란한 날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