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지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퇴출되어야 한다는 'ICE OUT of SAV' 시위 [출처 : WSAV]

한국인 전문 기술자가 쇠사슬에 묶여 수갑을 차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대미 투자 압박과 대대적 이민 단속’, 어째 이빨이 안 맞는다. 그렇지만 이게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동맹 운운은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종이 한 줌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이번 급습으로 미국은 트럼프 계열의 정치적 주장 외는 얻은 게 없다. 오히려 동맹국의 신뢰와 국제 여론에서 손실만 컸다. 그렇다고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실질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동맹국 미국’의 환상에서 깨어나는 ‘현존하고 명백한’ 계기의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외신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객관적 시각을 알고 싶어 검색하다가 ‘ICE의 현대차 급습은 엄청난 자책골이다’(The Economist/'The ICE raid at Hyundai was a massive own goal'/Sep 10th 2025) 기사는 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은 인상적이다. 번역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ICE의 현대차 급습은 엄청난 자책골이다.

조지아 주는 수년간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민주당 도시들에 집착하고 있다. 이민자를 환영하는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그의 주요 정책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행정부는 9월 4일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의 깊숙한 시골 마을인 조지아 주 엘라벨 외곽에 있는 현대 전기차 공장에서 475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체포했다.

400명이 넘는 요원들이 공장 곳곳에 흩어져, 노동자들에게 서류를 제시하라고 명령했고, 그렇지 않으면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금된 사람들 대부분은 잘못된 종류의 비자를 소지한 한국 국적자들이었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급습이 해당 부서 2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업무 현장 불시 단속이라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는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능한 한 많은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조업을 되살리고, 외국 기업이 미국 땅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조지아 주에서 현대가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조지아 주와 사바나 시와 주변 4개 카운티(군)가 힙을 합쳐,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안 근처의 농업 카운티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기업을 유치했다. 이 카운티들은 일자리가 부족해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한국으로 가서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현대자동차로부터 126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를 확보했으며, 이 공장은 8,5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지역 경제개발 그룹은 한국 경영진에게 농촌 지역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더 많은 단독 및 다세대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토지 재구획을 돕고, 국민투표에서 더 많은 학교 건설을 지지하도록 유권자를 독려했다.

2022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주 정부와 지방 정부는 도로 개선에 3억 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또한 부품을 들여오고 자동차를 싣고 나가는 선박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의 항구를 더 깊게 준설하고 더 넓게 확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공장은 3월에 그랜드 오픈 행사를 열어 축하했다. 그날 자동차와 티셔츠에는 ‘메이드 인 조지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대기업은 외국인이지만, 공급업체는 대부분 현지인이다. 공장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이내에 현대차에 자재나 부품을 판매하는 회사 20곳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지에서 조달한 부품이 완성차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사바나 경제개발청장 트립 톨리슨은, 이 프로젝트가 애틀랜타 올림픽보다 조지아에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제너럴(할인 체인점)과 바비큐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한국 식료품점과 고급 냄비 요리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이번 급습은 켐프 주지사-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공화당원은 아니지만, 영향력 있는 공화당원-를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했다. 주지사는 이 공장을 자신의 가장 큰 경제적 성과로 여기고 있으며, 공화당원들이 조 바이든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지지한다고 비판했을 때도 이 공장을 옹호했다.

경제개발청장 톨리슨은 이번 급습이 현대와의 거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더욱 불안해 할 수도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월 8일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상한선 15%로 협상한 지 몇 주 만에 다시 워싱턴으로 간 것이다.

한국은 전문 기술을 가진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더 많은 합법적인 비자 옵션을 원하고 있다. 현대 공장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라인 장비 설치 및 검사를 위해 입국한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긴 비자 대기 시간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사바나 경제개발팀은 지역 대학에 첨단 제조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기초적인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언젠가는 조지아 주 엘라벨은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충분히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이 지역과 국가의 자동차 생산 야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