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23>나 홀로 길을 가네
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23>나 홀로 길을 가네
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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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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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길을 가네’를 노래한 안나 게르만.
나 홀로 길을 가네
안개 속을 지나 자갈길을 걸어가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께 귀 기울이고
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네
하늘의 모든 것은 장엄하고 경이로우며
대지는 창백한 푸름 속에 잠들어 있네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 삶 속에서 더 이상을 바라지 않고
지나가 버린 날 아쉬움을 느끼지 않네
나는 자유와 평온을 구하고 싶네
이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잠들고 싶다네
독일의 쥐스킨트(P. Süskind 1949- )는 독특한 사람이다. 콘트라베이스, 향수, 깊이에의 강요 등의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발표하고, 마침내 작가로서 입지를 굳건히 구축했지만, 마치 그는 은둔자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언론사와의 인터뷰나 사진 찍히는 일조차 일절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만 겨우 독자와 소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삶의 태도는 그의 좀머 씨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좀머 씨와 매우 흡사하다. 좀머 씨는 끊임없이 걷는다. 한시라도 그는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걸음을 재촉한다. 멈출 줄을 모른다. 그러나 좀머 씨가 왜 걷는 일에만 몰두하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람들은 그가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칠 만큼 세상이 자신을 내버려 두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리고 고독한 삶을 살다간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길을 가는 존재지. 빨리 걷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지. 산길로 가는 사람도 있고, 들길로 가는 사람도 있지. 좁은 샛길로 가는 사람도 있고, 넓은 한길로 가는 사람도 있지. 둘러 가는 사람도 있고, 질러가는 사람도 있지. 혼자 가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가는 사람도 있지. 누구나 길을 가지.
그러나 막다른 길목에 이르면 누구나 혼자라네. 누구나 홀로 길을 가야 한다네. 천지간에 오직 혼자니까, 누구나 절대 고독의 존재니까(天上天下唯我獨尊). 형제자매와 일가친척이 아무리 많다 한들 누가 죽음을 대신할 수 있으며, 그 누가 죽음과 동행할 수 있으랴.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안나 게르만(A. German 1938-1982)이 노래하는 ‘나 홀로 길을 가네’(Ja Vais Seul Sur Ia Route). 레르몬토프(Lermontov 1814-1841)의 시에 의한 러시아 민요라네. 시인은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유독 빨리 떠난다네. 천재가 아닌 까닭에, 나는 오늘도 길을 걷고 있다네.
나 홀로 길을 가네
https://youtu.be/Bh6fBYHMA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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