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민주당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력을 두 손에 움켜쥐고 법의 경계를 전방위로 시험하고 있다. 이에 맞서야 할 야당은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리더십과 방향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 야당이 반격에 나서면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의석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의 입법 단계(the legislative phase of Mr Trump's presidency,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자신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을 의회를 통해 통과시키는 시기를 가리킨다. 이후에는 입법 추진보다 의회의 견제와 감독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된다.-옮긴이 주)가 끝나고, 의회 차원의 감독 청문회가 시작됨을 의미하며, 세 번째 탄핵(a third impeachment,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 탄핵 절차를 거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의회 감독 국면에서 또 다시 탄핵 시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옮긴이 주)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권력을 잃는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거의 언제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참패를 당할 수 있는데, 그 참패는 지속적인 높은 물가와 침체된 노동시장 때문에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민주당은 하원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몇 석만 뒤집으면 되지만, 선거구 재조정이 그 길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원을 되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소환권 발부 권한(subpoena power, 의회가 청문회나 조사 과정에서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는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옮긴이 주)을 확보하고 공세에 나설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중간선거는 국가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비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에 가깝다. 내년 민주당의 성적은 2028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산을 가늠하는 믿을 만한 지표가 되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단순히 트럼프주의(Trumpism)에 반대하는 이상의 것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28년 민주당의 전망은 누가 민주당의 기수가 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높은 참여도를 보이는 진보 성향의 지지 기반 밖에서도 호소력이 있는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구조적 변화로 인해 이는 쉽지 않다.(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미국 내 유권자 구성의 변화를 지칭하며, 세대 교체, 인종·민족적 다양성 확대, 도시화·교외화 등이 포함됨다. 구조적 변화는 선거 제도 및 정치적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선거구 획정gerrymandering, 선거인단 제도의 특성, 정당의 양극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특정 후보가 진보적 핵심 지지층을 넘어 폭넓은 유권자층에 호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이다.-옮긴이 주)
민주당이 대학 교육을 받은 계층의 정당으로 자리 잡으면서, 특히 문화적 쟁점에서 좌측으로 급격히 이동했다.(여기서 문화적 쟁점이란 낙태권, 성소수자(LGBTQ+) 권리, 인종·성별 평등, 이민 정책, 총기 규제, 환경·기후 변화 대응 등 사회적 가치와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들을 가리킨다.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아, 민주당은 이러한 이슈들에서 점점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예컨대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한 지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력한 정책 요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문화·사회적 이슈에서도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옮긴이 주)
사람들이 자신과 정치 성향이 비슷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경쟁적인 의회 선거구의 수가 줄어들었다.(미국 내 ‘정치적 지리적 분극화political geograpic polarization’ 현상을 말한다. 곧, 보수 성향 유권자는 보수 지역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는 진보적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선거구가 점점 더 한쪽 성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그 결과, 양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스윙 선거구competitive district'가 줄어 들었다-옮긴이 주)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은 이민이나 성별 문제와 같은 쟁점에서 중도적 입장을 가진 민주당 인사들을 주변화(소외)시켰다.(‘정치적 지리적 분극화’와 앞서 언급된 ‘정당의 이념적 좌경화’가 결합되어, 민주당 내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음을 뜻한다. 예컨대 이민 정책에서 공화당의 강경한 요구-대규모 추방, 국경 장벽-나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급진적 요구-국경 개방, 전면적 사면-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하거나, 성별·젠더 이슈에서 중도적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은 당내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옮긴이 주)
진보파는 “평균적인 라틴계 사람들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단순히 물리적 현실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입장과 감각을 가리킨다. 곧, 진보파가 주장하는 가치나 정책이 실제로 많은 라틴계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관심사, 우려, 생활상의 문제와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옮긴이 주)
2024년 트럼프의 승리 이후, 일부 야심 있는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는 이 점을 간파한 듯했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루벤 갈리고는 범죄 혐의를 받는 이민자를 구금하도록 요구하는 레이컨 라일리 법(Laken Riley Act)을 공동 발의했다. 그는 진보파가 “평균적인 라틴계 사람들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민주당 주류파, Mainstream Democrats)은 트랜스 여성(성전환으로 남성에서 여성이 된 사람)이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문제를 두고, 여성 선수들에게 “매우 불공평하다”고 선언했다.(민주당 주류파는 트랜스 여성이 여성 스포츠 참여에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태도를 취한다.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여성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보고, 공정성 보호를 그 근거로 든다. 반면, 민주당 진보파는 성소수자 권리, 젠더 다양성, 이민자 권리 등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강하게 옹호한다. 따라서 트랜스 여성의 스포츠 참가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보고, 성소수자 권리 보장과 차별 반대를 그 근거로 한다.-옮긴이 주)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문화 전쟁 문제보다는 생활비 부담 등과 같은 경제적 문제에 더 집중하기를 원한다.(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성별·이민·정체성 논쟁보다 실질적인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뜻이다-옮긴이 주)
알렌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와 조란 맘다니를 포함한 진보파들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원한다.(이에 반해 민주당 주류파는 부유층 증세 자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자산이전세·자본이득세·상속세 등 특정 영역에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옮긴이 주)
민주당은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표적 인물로는 일리노이주(blue state·진보 성향)의 J.B.프리츠커 주지사와 캘리포니아주(blue state·진보 성향)의 가빈 뉴섬 주지사처럼 진보 성향 주(state)의 투쟁적인 주지사들이다.
또한 민주당은 경합주(purple state·민주당과 공화당이 경합하는 주. swing state)와 보수 성향의 주(red state)에서 강인하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켄터키주(red state·보수 성향)의 앤디 베셔 주지사, 미시간주(purple state·경합 성향)의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 펜실베이니아주(purple state·경합 성향)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지망생(대권 잠룡)들은 평소에는 자신들의 정당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를 설득해 본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유권자는 매우 많다.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점점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범죄·이민·경제 문제에서는 여전히 공화당을 더 신뢰한다.
민주당이 부활을 하려면, 핵심 과제는 왜 유권자들이 이러한 분야에서 공화당을 더 신뢰하는지 그 이유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다.
-케넷 워너, 『이코노미스트』 워싱턴 특파원-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