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탄소 중립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전 세계가 사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서남해안 해상풍력,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청사포해상풍력 등 해상풍력에 힘을 쏟고 있다. 풍력에 쓰이는 블레이드 날개는 100m에 이를 정도로 대형이어서 소음과 위압감 때문에 육지는 어렵고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그만 크기의 소형 풍력은 현재도 낙동강변, 도로변, 공원에서도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소형 풍력기를 볼 수 있지만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 수입해 전국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바람개비형 소형풍력 발전기가 태풍에 날아가거나 사후관리가 안 되어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등 사업의 시행착오의 악영향을 아직까지 미치고 있는 탓이 크다.
당시 설치된 소형풍력 발전기는 대부분 구·군청에서 설치하였지만, 실제 발전량도 미미하고 담당공무원들의 순환보직으로 책임있는 관리가 어렵다. 수입품이다 보니 한 번 고장나면 부속을 수입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수리해야 할 업체도 대부분 도산하고 없다 보니 방치되기 일쑤다. 개인이나 기업이 설치했다면 손실보전을 위해 악착같이 관리에 나섰겠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소형풍력에 대해서는 기술개발이나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소형풍력사업자들이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도시형 소형풍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소형풍력협회를 만들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 중심인물이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KMTC 손정락 대표이다.
소형풍력의 세계적인 추세
전 세계의 소형풍력 시장은 2013년 가을 이래 지속된 불황을 딛고 설치 대수와 발전량에 있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소형풍력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2013년에 이어 각각 10%와 1%로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2013년 2%에 이어 무려 19%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등록된 소형풍력은 94만5,000대로 전년도 87만2,000대 기준 8.3%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유럽, 북미, 아시아로의 수출이 2,614대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경우, 설치 대수가 1,610대로 무려 71%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 캐나다, 일본과 아르헨티나는 이제 중형 터빈이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으며 전체 소형풍력 시장은 8,500에서 1만6,000대 정도이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는 20kw를 초과하는 모델의 보급이 늘고 있으며 2014년도 보고에 의하면 영국은 15-100kw급 모델의 보급이 75.6% 성장하였으며 같은 기간 이탈리아에서는 20-60kw급의 시장규모가 85.4%나 확대되었으며 그 외 소형 모델은 안정적이거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소형풍력의 출력 평균은 2011년 0.77kw에서 2012년 0.84kw, 2013년 0.85kw, 2014년 0.87kw로 점진적인 확대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별 추세를 보면 평균 0.5kw에 불과한 중국에 비해 미국은 1.4kw, 영국은 4.7kw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2010년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100kw 이상 중형 터빈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2012년도에는 이런 신기종 시장의 규모가 9.02mw에 불과했으나 2014에는 69.78mw까지 확대되었다.
영국령 포클랜드 군도에는 전체 전력수요의 95% 이상을 소형풍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는 풍력발전기가 일부 조류와 박쥐에게 위협이 된다는 경고를 하지만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쳐지가 사설을 통해 풍력발전기로 인한 조류의 희생은 자동차나 송전선과 같은 다른 인위적 요인에 비해 훨씬 적다고 보도한 이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형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되고 있다. 심지어 영국 Hilbre Island를 비롯한 람사르Ramsar 협약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습지, 자연보호구역, 경관보호구역에도 소형풍력 터빈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소형풍력의 국내보급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손정락 대표
손 대표는 전공이 화학공학이지만 1981년도부터 선박도료 전문 업체에서 근무하며 조선해양 분야에 종사해왔다. 1992년 당시 근무 중이던 다국적기업의 해외 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후 홍콩, 상하이 등 해외에서만 십여 년을 근무하다 지난 2005년 귀국하여 부산에서 조선기자재와 선박설계 등 엔지니어링 업체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해양기술KMTC을 설립했다. 2013년부터는 풍력발전기 제조업에도 뛰어 들어 영국 Kingspan Group의 소형풍력 부문과 협업을 모색해 왔다. 2017년에는 기장군 장안읍의 현 부지를 사들여 생산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국산화에 착수하여 이동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비롯한 몇 몇 독자모델과 KS 인증을 받은 수입모델을 병행 판매하고 있다.
대형 풍력발전기의 경우 초속 20~25m 이상으로 운전 한계를 벗어난 강풍이나 태풍이 불 때 과도한 풍압을 회피하도록 블레이드 축을 회전 시키는 피치Pitch 제어 시스템을 적용하여 자동으로 가동을 정지시키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형풍력 터빈은 그러한 장치를 할 수 없는 구조적, 비용 효율적 한계로 인해 인위적으로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가동을 정지하거나 전기적 브레이크에 의존하여야 하는 제약이 따르고 특히 강풍에 취약한 고정식 블레이드가 태풍과 같은 악천후에 날개가 파손되는 등 내구성 부족 문제에 대한 불안이 사용자가 소형풍력을 기피하는 중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Proven Energy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속에 반응하여 Blade 받음각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Flexible 힌지와 Spring damper를 장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국제특허 등록을 통해 관련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6,000대 이상이 보급 되었으며 지난 2007년 국제극지연구소[Princess Elizabeth Research Station]에 설치되어 남극의 극한 기후를 이기고 기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UN에 의해 세계최초로 Carbon Free빌딩으로 공인을 받은바 있다.
손 대표는 2014년부터 이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지난 2019년 Proven Energy가 개발한 Rotor와 구조적으로 다르면서도 강풍에 대처하는 Pitch 제어와 날개 접힘을 구현할 수 있는 ‘Passive Control’ 방식의 풍력발전기를 개발하여, 1년 이상 현장 시험Test을 거쳐 2020년 4월 특허청에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에 첫 독자모델을 수출하였으며, 멕시코로부터도 시제품 주문을 받아 이달 말 선적을 앞두고 있다. 또한 KMTC는 이와 같이 기술자립을 통한 독자모델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풍력과 태양광발전 설비를 결합한 Solar Hybrid Wind System에 ESS와 비상발전기를 더한 전천후 발전설비를 ISO 표준 컨테이너 규격 전용 Housing에 100& Built-in 방식으로 사전 제작한 이동식 하이브리드 파워 스테이션을 개발하여 특허 출원 중에 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 입장에서 기초 토목공사나 전기적 작업 등 일체의 현장작업이 필요 없는 세계 최초의 Plug-in 제품으로 사막이나 극지와 같은 오지에서도 바람과 햇빛으로부터 전기를 얻을 수 있어 해외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형풍력의 보급 확대를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기술 축적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업계의 노력은 수많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소형풍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민원에 선제적으로 움츠리는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행정에 더해 불합리한 규제정책을 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학교나 공원, 심지어 주거지에도 설치가 장려되고 있는 소형풍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은 무엇보다도 타워의 높이나 블레이드 길이가 100m에 육박하는 MW급 대형 풍력시스템과 소형풍력 시스템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정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있지도 않은 저주파와 소음 공해를 들먹이는 환경 단체나 묻지마 식의 민원도 문제지만, 일률적 잣대로 규제를 가하는 행정 관서의 태도는 소형 풍력업계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거제도 인근 장사도에는 지난 2011년 카멜리아Camellia라는 해상공원이 조성되어 드라마 촬영지로 국내 방송에 소개된 이래 국내는 물론 중국 등지로부터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 계통이 닿지 않아서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는 데는 소요되는 연료비용도 문제지만, 연료를 선박으로 실어 나르고, 주기적으로 필터와 윤활유를 교체할 때 발생되는 폐기물이나 디젤 발전기 가동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매연, 미세먼지, 소음 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식물원 측에서는 기존의 디젤발전기 시스템을 소형풍력발전으로 대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해당 지역이 사유지이므로 공원법상 공익적 목적에 부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설치가 불가하다고 하여 규제개혁위원회와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청정에너지의 보급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의 경직된 법해석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는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와 협의하여 다대해안도로에도 소형풍력시스템을 설치하는 실증사업을 하기로 하였으나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뜻을 접어야 했다. 그 지역은 철새가 많이 날아오는 낙동강 하구로서 풍력의 날개에 새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앞에서 나왔지만, 환경보호에 철저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별다른 제약없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도구청과 MOU를 맺고 컨테이너에 내장한 이동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람자원이 양호한 해안에 설치하여 시범운영을 통한 실증사업에 합의하고,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에서도 이에 동의하였으나 각종 규제를 들어 반대하는 바람에 소형풍력 보급의 꿈을 접어야 했다.
영국, 홍콩 등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오니 우리의 문화에 다소 어두운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너무 복지부동하며 소극적인 것 같다고 한탄한다. 2013년부터 정부 지원 없이 그동안 연구개발에 30억 원 이상을 투자만 해왔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소형풍력협회 설립 주도
이와 같이 수많은 규제와 불합리한 제도에 발이 묶인 소형풍력 업계는 지난 2016년 한국소형풍력협의회를 사단법인화 하여 업계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고 손정락 대표가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0년 다수의 중견, 대기업 집단이 참여한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설립되었으나 우리나라의 풍력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설비투자가 필요한 풍력단지 구축에 정책 목표를 둔 나머지 풍력단지개발 및 발전사업자 주도의 양적 성장에 머물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대형풍력이 경제성을 확보하게 된 기술기반의 원천이라 할 소형 풍력발전 시스템은 보급환경이 열악하고 제품개발을 통한 기술축적, 시장확대를 위한 규제 철폐나 제도개선 등 실질적 성장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 풍력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풍력터빈의 제조나 관련 부품산업은 아직도 풍력 선진국의 기술이나 수입 완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형풍력산업은 대형에 비해 비교적 소규모 자본과 설비로 개발이 가능하면서도 기계, 항공, 전력전자 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므로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전형적인 중소기업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소형풍력업계는 인력이나 자본 등 경영자산이 부족하고 사업규모가 영세하여 독자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소형풍력 업계는 북미나 유럽계 풍력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소형풍력에너지협회를 결성함으로써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한편 전문인력의 양성, 부품산업 육성을 통해 동반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협회의 설립 목표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Green New Deal 정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한국의 제조 인프라와 제품 기술력에 대한 해외의 평가가 높아지고 있는 등 사업환경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형풍력에너지협회와 같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업계가 해외의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WWEA/SWEA 등 국제기구는 물론 SWCC(미국), MCS(영국) 등 해외 인증기관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일본소형풍력산업협회(Japan Small Wind Turbine Association)와 같은 사단법인의 설립이 시급함에 관련업계의 중지를 모아 한국소형풍력에너지협회의 설립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2050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가 인류의 사활적 운명을 걸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여 정치인과 관료들은 소극적 태도로 주민들은 내 집 앞은 무조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모두의 발상전환이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시민시대 편집위원 / 본지 객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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