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7-건강칼럼] 육류와 채소에 대한 새로운 시각 - SBS 육채전쟁 그리고 카니보어 식단

시민시대 승인 2021.07.11 22:01 | 최종 수정 2021.07.11 22:22 의견 0
달리 [SBS 교양 공식채널
 SBS에서 방영된 ‘육채전쟁’의 한 장면. [SBS 교양 공식채널 캡처]

지난 6월 27일 SBS에서 방영된 ‘육채전쟁’의 반응이 뜨겁다.

그동안, 염증을 일으키고, 살을 찌게 만들고, 혈관을 막아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심지어 2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붉은색 육류로 장의 트러블, 피부질환을 줄이고, 염증을 없애고,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고, 갑상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었다는 사례자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전면으로 반하는 부분이라 방송 이후에도 이것이 과연 일리가 있나 없나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그럼 고기만 먹는 식단, 즉 카니보어 다이어트란 무엇일까?

인류의 탄생 이래 지금과 같은 곡물이 주식이 된 것은 땅을 경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으로, 그 이전에는 곡물을 거의 섭취할 수 없었다. 대략 700만 년 전 등장한 우리가 ‘루씨’라고 부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원숭이와 비슷하게 풀이나 잎 등을 주식으로 삼았다. 이후 350만 년 전 손으로 돌을 깨기 시작한 구석기 시대부터 맹수가 먹고 남긴 고기와 내장을 먹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류의 두뇌는 30% 이상 커지면서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고기나 해산물 등을 주식으로 삼고, 이따금 과일 뿌리채소 곤충 해충 등을 먹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주식은 고기나 해산물이었다.

우리가 곡물을 먹게 된 것은 불과 1만 년 전이다. 오랫동안 구석기 시대의 음식으로 먹어왔던 인류의 장이 곡물에 적응하기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인 것이다. 인류는 곡물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쌀과 밀의 껍질을 까서 먹었다. 지금은 오히려 껍질을 까지 않은 통곡물을 건강식으로 권한다. 이러한 생리적이지 못한 처방에 반하여, 구석기 시대의 음식대로 따라 먹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것이 구석기 (팔레오) 다이어트이다. 이후에 저탄고지 (저탄수화물 고지방식,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전 세계적인 열품이 불면서, 구석기 다이어트와 저탄고지의 교집합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육류와 같은 동물성 음식과 동물의 내장, 그리고 동물성 지방이었다. 이것만으로 완전한 영양소가 갖추어짐을 확인하여, 소위 팔레오 키토제닉 다이어트, 고기만 먹는 카니보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카니보어 다이어트에서는 지방이 많은 부위의 육류와 내장, 그리고 우지나 라드와 같은 동물성 지방, 버터, 달걀, 연어, 넙치와 같은 생선, 골수와 사골 등을 먹으며, 기본적으로 곡물과 같은 탄수화물은 먹지 않는다. 간은 소금, 후추 정도만 해서 먹는다. 식단을 하는 사람에 따라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식사의 70% 이상은 동물성 음식으로 채운다.

식물에는 독성이 있다.

식물에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렉틴과 같은 단백질, 옥살산, 알리신, 탄닌, 니코틴과 같은 화학 물질들,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색소들이 그런 역할을 하며, 동물에게는 일종의 독소로 작용을 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동물은 안전하게 먹을 수 있지만,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물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렉틴은 식물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곡물의 글리아딘이나 밀가루의 글루텐이 대표적인 렉틴이며, 주로 통곡물이나 콩류, 씨앗류에 존재한다. 소화가 되지 않는 난소화성 단백질로, 동물이 식물의 씨앗을 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배변을 보면 그 씨앗이 그래도 다른 지역에 심어지면서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렉틴은 일종의 난소화성 단백질로 위장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고, 장 내벽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장 점막의 틈새를 만들어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고, 자가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글루텐은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에서 경쟁적으로 억제하여 갑상선 기능을 교란하고, 자가면역항체를 늘려 최근 증가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옥살산은 우리가 먹는 모든 채소에 들어가 있는 일종의 화학물질이다. 특히 시금치에 대표적으로 많은데, 시금치의 알싸한 맛이 바로 옥살산의 맛이다. 옥살산은 대표적인 항영양소이다. 항영양소는 영양소의 흡수를 막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말한다. 옥살산은 체내로 들어오는 미네랄들을 흡착시켜서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즉,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한다. 옥살산은 알러지 염증원으로서도 작용한다. 그리고 요로결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채소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채소는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다.

양파와 마늘에는 ‘알리신’ 이 있다. 알리신은 미량에서는 항염증 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알리신 역시 독성이 있고, 장벽을 파괴할 수도 있다.

탄닌 중에 대표적인 안토시아닌 이라는 물질은 혈관의 염증을 줄여주고, 순환을 좋게 해주어, 혈관성 질환이나 눈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자극은 세포에 염증성 반응을 자극해서, 몸에서 항염증 반응을 유도함으로서 작용을 한다. 이것을 호메시스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독소 역시 과하면, 몸에 염증을 증가시키고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카니보어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식물의 독소들로 인해 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채소를 식단에서 과감히 끊어냄으로서 몸의 염증을 줄이고, 질환을 치유한다. 이들에게는 고기가 일종의 치유식인 것이다.

우리는 고기만 먹는 사람들에게 영양결핍이 온다고 억지로 채소를 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항상 육류는 건강에 나쁜 음식, 고기의 지방은 더욱 나쁜 음식, 반면에 식물성이 붙는 음식은 모두 건강한 음식이라고 당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나 육류만 먹는 카니보어 다이어터와 모든 동물성 음식을 배제하는 비건 다이어터의 비교에서, 영양의 불균형은 비건다이어터에게서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이 방송은 제시한다. 육류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소들이 포함되어 있고, 간과 같은 내장을 추가한다면 비타민 C와 같은 식물성 음식에만 있음직한 영양소마저 충분히 채워지는 반면, 채식을 한다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들을 골고루 먹어야 겨우 영양소가 채워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과연 육류는 나쁜 음식이고, 채소는 좋은 음식인 것일까?

6년 가까이 저탄수화물고지방식단을 식이요법으로 환자를 치료해온 입장에서, 필자는 항상 고기의 영양적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정제당분과 밀가루와 같은 정제탄수화물, 그리고, 마가린과 같은 트랜스지방과 식용유와 같은 식물성 종자유였다. 그리고 수많은 가공식품들이 우리의 입을 교란하고 지방간을 만들고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환자들에게서 이 음식들을 완전 제한하게 하면서 육류를 충분히 먹임으로서, 몸의 염증을 줄이고, 알러지도 줄일 수 있었다. 여태까지 육류에 대한 실험은 정말 제대로 된 것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육류의 염증과 관계한 논문들 대부분이 설문을 통한 연구였고, 가공육과 신선육을 나누어 비교하지 않았고, 순수한 육류섭취와 정크푸드를 나누지 않았다. 육류와 같이 먹는 많은 몸에 해로운 음식들로 육류는 오해를 받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서구식단이라고 치부하면서 우리에게 건강한 식단은 채식위주의 식단 현미를 먹는 식단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현미채식과 같은 식단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정크푸드 위주, 설탕 밀가루, 식물성 기름 범벅으로 이루어진 식단에 비해서는 건강한 식단이 맞다.

그러나 과연 절대적인 가치에서 현미채식이나 비건식을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대부분의 현미채식이나 비건식을 하는 분들은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영훈 이영안과원장
이영훈 원장

그렇다고 우리가 채소를 무턱대고 터부시 할 수는 없다. 장내 미생물총을 만드는 먹이들은 대부분 식물성 음식들에서 구할 수 있다. 육류섭취를 하고 채소섭취를 줄이면 확실히 장내 미생물이 다양성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채소에 대해 예민하지 않다면 다양한 종류의 식물성 음식들을 곁들이는 것은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렉틴과 옥살산 등의 문제는 데치거나 가열하면 해결이 될 수 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던 시기, 동물을 먹게 된 것뿐 아니라, 채소의 독소를 제거하고 먹을 수 있게 되었던 것도 인류의 진화발달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육류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있다면, 이제 그만 깨부수자. 우리에게 육류와 동물성 지방은 건강과 장수에 있어, 아주 중요한 영양분이다. 그리고 다양한 식물성 음식들을 조리해서 그 건강의 마지막 퍼즐을 끼우자.

이것이 이 방송을 통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영훈 이영안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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