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MBC PD수첩의 ‘라식․라섹 수술 부작용‘ 방송, 2015년 메르스(MERS)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축은 안과 굴절교정수술 업계에 엄청난 한파를 몰고왔다. 당시 PD수첩 방송은 공장형 라식수술 시스템의 폐해를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했고, 특정 안과의 마케팅을 위한 조작방송의 수준으로 전락되어 버렸지만, 선동의 파급력은 꽤나 컸다. 이전까지 공장형 안과로 몸집을 불려가던 시내의 대형안과들은 대규모의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젊은 안과 의사들, 간호조무사, 안경사들이 반강제 무급 휴가 또는 해고를 당했다. 젊은 의사들이 들어갈 봉직 자리는 줄어, 어쩔 수 없이 개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고, 결국, 대형안과의 무지막지한 몸집불리기의 타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규모 안과로 또, 동네안과로 퍼져나갔다.
대형안과들은 더 이상 라식수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백내장 수술 건수 올리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백내장 수술은 120만 원 수준이던 포괄수가제 수가가 70만 원 수준까지 떨어져 백내장으로 고소득을 내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라서 라식수술의 대형화를 이루려고 했었다. 대형안과들은 노인복지센터 등에 물품제공, 자동차 제공 등을 통해, 어르신 환자들을 차떼기로 동원해서 수술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한 눈 수술을 받으면 한 눈 본인부담금 공짜, 즉 원플러스 원 수술 등을 마케팅으로 수익규모를 유지해갔다. 물론 모두가 불법적 요소이다. 이후로 동네안과와 대학병원의 백내장 수술은 급격히 줄고, 대형안과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해졌다. 차떼기 등으로 동원한 환자들에게 무료 검진이라는 형식으로 백내장 검사를 하였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공짜로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준다는 것에 상당히 호응이 많았다.
백내장이란, 수정체가 혼탁이 되거나 굳어져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이 백내장은 수술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이 된 수정체를 초음파로 부순뒤 제거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수술이다. 백내장 수술의 초기에는 각막의 절반 가까이를 절개해야 했고, 인공수정체 퀄리티도 좋지 않았지만, 40년 가까이 수술 장비, 기법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서 절개창도 2mm내외로 수술이 가능하고 안구에도 수술로 인한 손상을 거의 만들지 않게 되면서, 굴절교정 수술에 준하는 소위 1.0이상의 시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여러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상용화 되고 보급이 되면서 멀리 보는 시력 외에 가까이 보는 시력까지 향상시키는 소위 노안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노안 백내장 수술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초기의 노안 백내장 수술은 가격도 비싸, 금전적 여유를 가진 환자들만 받을 수 있었고, 눈부심, 시력흐림 등의 부작용이 많아 만족도가 환자에 따라 호불호가 강했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수술이었다. 그렇지만 대형안과들이 노안 백내장 수술을 포지션을 프리미엄 수술로 잡아놓고, 꾸준히 마케팅을 하고, 저가형 다초점 인공수정체들까지 출시가 되자, 차떼기 환자 동원 등으로 박리다매식 수익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수익형 구조가 가능한 노안 백내장 수술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백내장 수술은 질환 진단 보험, 입원 보험, 실손 보험에 모두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니, 병원들이 보험 관련에서 환자들이 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보험을 이용해서 병원도 돈을 벌고, 환자는 저렴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라는 포지셔닝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보험회사에서 노안 백내장 수술 보상으로 인한 격한 손실이 나자, 그리고 2016년도 이후에 가입하는 보험에서는 노안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상항목을 삭제하고. 몇몇 대형 안과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서 16년도 이전의 수술에 대해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판례가 생기고, 보험회사가 이긴 민사소송에서 병원이 부담했던 금액이 30억 정도로 비교적 저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대형안과의 노안수술 매출은 몇 백억 규모],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본격적으로 노안 백내장 수술을 공장화해서 큰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을 하게 된다. 병원에 보험설계사들을 상주시키게 되고, 피라미드 구조로 설계사들에게 수익의 몇 퍼센트를 떼주는 형식의 보상 마케팅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수술 받는 환자에게 환자 모시고 와서 그 환자가 수술 받으면 현금 100~200만 원을 캐시백해주겠다고 하는 병원도 있었다. 이로 인한 리베이트 충당 비용들은 고스란히 수술비용을 올리는 것으로 전가시켰다. 양안 500~600만 원정도의 노안 백내장 수술은 2022년 초에는 1,400만 원정도까지 올라갔다. 환자 한 명 수술시켜 벌인 돈으로 병원, 병원 직원, 보험설계사, 환자, 환자 소개해준 사람이 갈라먹기로 돈잔치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는 없었고, 보험금을 타는 것은 환자의 정당한 권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비정상 적으로 올라간 수술비는 그만큼 유명하고 수술을 잘하는 병원이니까 이만큼 받아야 하고, 여전히 이전 금액으로 받는 동네안과들은 수술을 못해서 그렇다는 말로 포장되었다. 이런 보험사기를 이용한 수익구조는 하나의 고수익형 롤모델이 되어 오로지 노안수술 보험사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안과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게 되었고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과에 수출되었다.
노안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수정체 자체가 카메라의 줌렌즈처럼 초점을 왔다갔다 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렌즈에 들어오는 빛을 회절을 시키거나 굴절값을 다르게 해서 멀리 보는 것과 가까이 보는 것을 나누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눈부심, 빛번짐, 시력흐림 등의 부작용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술환자를 결정할 때 예민하지 않고 무던한 쿨한 성격의 소유자가 적응군에 들어가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렌즈로 교환하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에, 안과의사들 사이에서는 노안 백내장 수술을 인공수정체를 잘 넣는 의사가 명의가 아니라, 잘 빼는 의사가 명의라는 농담 같은 말도 한다. 2000년대 후반의 노안 백내장 수술의 만족도는 불과 40%, 현재 나오는 렌즈는 부작용을 많이 개선했다고 하지만 60~70%정도의 만족도를 보여주며[일반 단초점백내장 수술 만족도는 90%가 넘는다],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5~10%에서 환자가 생활이 힘들어할 만큼 심한 부작용을 보인다는 점이다.
수술의 타켓도 갈수록 돈 없는 노인들보다는 돈도 잘 쓰고 부작용도 덜 느낄 40~50대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러다 보니 백내장이 없어도, 노안 증상만 보이면 노안이라고 하고 수술을 권했다. 이후부터 노안 백내장 수술이라는 호칭은 그냥 ‘노안수술‘이 되었다. 백내장이 없는 데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해서 ‘생내장’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젊은 사람들이 노안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면. 시신경이 튼튼하고, 홍채의 움직임 파워도 충분해서 초기에는 노안의 개선을 이루어 만족도가 꽤 높다. 그러나 백내장 수술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후발성 백내장의 가능성이 높고, 망막유리체에 가해지는 장기부작용은 수술 이후 시간이 길수록 높아지며, 또한 50대 중반이 되어 안구탄력이 떨어지는 진짜 노안이 오면 눈이 굴절값이 또 변화하기 때문에 그 만족하는 시간은 매우 짧고 이후부터는 수술의 부작용으로 불편해지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2017년경부터 노안 수술 보험사기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몇몇 방송, 신문사 측에 관련 자료를 보내준 적도 있다. 그렇지만 돈을 벌고자하는 병원, 보험설계사, 환자, 마케터의 욕심의 기세를 하늘을 뚫었고, 기사화 되기엔 민감한 부분이 많았는지 쉽게 기사화 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문제점이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부에서도 이를 뒤늦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2020년엔 백내장 수술비용에 고비용을 받기위한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백내장 수술 수가 개편을 단행했고, 올해부터 백내장이 아닌 생내장 수술을 막기 위한 술전 백내장 상태 촬영 등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 그리고 올해 2022년4월부터는 무분별한 노안 수술 근절을 위해, 실손 보험금 지급 기준을 바꾸고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보험사기에 관한 내부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과 신문사에서 일제히 노안수술 보험사기에 관한 기사를 일제히 내었다.
이 지급 기준의 변화에 발맞추어 “올해 3월 한 달 동안에는 다음 달부터는 보험금을 못 탑니다.” 하면서 막판 마케팅에 열을 올린 결과, 한 병원에서는 하루에 백내장 수술 120건을, 새벽 2-3시까지 하는 해프닝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한 달 동안 시내의 대형병원들에는 정말 수술의 태풍이 불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간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몇몇 병원은 검찰 수사 대상이 오르고, 이 중 한 병원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안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많은 안과들이 빙하기 수준의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 역시 이 한파는 대형안과에서 동네안과로 이어지고 있고, 대형안과에 일하던 많은 안과의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수술을 했던 대형안과마다 그 앞에는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들의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병원에도 노안 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찾아온다.
안과업계를 망가뜨리고, 환자의 눈을 망가뜨리고, 많은 직원들을 밖에 나앉게 만들고, 보험회사에 심각한 손실만을 남긴, 수년간의 노안수술 사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수익에만 목을 맨 대형안과들은 쉽게 쓰러지진 않을 것이다. 많이 노출 되는 것은 곧 바이럴이고, 시간이 지나면 부정적인 인상은 금세 없어지고 오히려, 환자들의 머리속엔 그 대형안과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보험사기에 가담하지 않고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환자를 돈으로만 보지 않고, 한 분 한 분을 치료하기 위해 열심히 봐드리는 많은 동네 안과의사들이 여러분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자.
◇ 이영훈 원장 : ▷이영안과의원 원장 ▷안과 전문의 ▷매경헬스 칼럼니스트 ▷『기적의 식단』, 『잠든 당신의 뇌를 깨워라』 저자 ▷네이버 카페 ‘저탄고지 라이프스타일’, ‘아이들의 당을 줄이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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