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8-건강칼럼] 녹내장은 생활습관병이다

시민시대 승인 2021.08.16 17:02 | 최종 수정 2021.08.16 17:15 의견 0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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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질환들은 대개 증상의 불편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눈이 침침해요, 건조해요, 아파요, 안보여요 등, 대부분의 질환들은 증상의 불편감이 앞선다. 그리고 이 증상들은 대부분 세극등 현미경으로 또는 여러 촬영 장비들로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진단이 바로 나올 수 있고, 그에 대한 해결도 명확해지는 것이 안과적 질환들이다.

그러나 ‘녹내장’이라고 하는 질환은 다르다. 환자는 시야가 좁아져서 실명을 앞두는 순간까지 증상을 자각하기가 쉽지가 않다. 급성으로 안압이 오르는 녹내장의 형태는 극심한 통증을 야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녹내장은 서서히 실명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다. 더구나 녹내장의 원인은 다양하며, 불명확하다. 치료는 매일 처방받아서 넣는 안약이 고작이다. 그 약을 넣으면 증상이 지기는커녕,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불편감만 심해진다. 그러기에 녹내장은 보이지 않는 공포 속에서 해결책은 뚜렷이 없는 답답한 병이다.

그런데, 이 녹내장이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진단기술의 발달로 초기에 녹내장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증가의 요인이기도 하나,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녹내장을 일으킬만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정크푸드를 통한 식사의 과잉으로 인한 대사증후군, 조명하의 실내생활, 스트레스와 수면이상, 바르지 못한 자세 등 많은 것들이 녹내장의 증가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녹내장이 안구 내 압력, 즉 안압이 올라서 발생한다고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신 검사 기기들의 발전으로 녹내장의 근본 원인에 좀 더 정확히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단지 안압이 올라서가 아니라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인데도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면서 시력이 소실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 보고되는 내용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녹내장(광우각 녹내장) 환자의 70% 이상이 고안압성 녹내장이 아니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 시신경이 안구 내 압력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압박을 받고 있거나 혈관의 순환이 제대로 안 되어서 생긴 녹내장이 더 많다는 얘기다.

현재의 녹내장 치료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나 안압이 낮은 녹내장 환자 모두에게 안압 하강제를 쓰거나 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안압을 1mmHg 낮추면 녹내장의 진행을 10% 줄일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 근거한 접근법인데, 안압이 원인이 아닌 환자의 안압을 낮춘다고 과연 시신경 손상이 멈출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치료법이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현재의 검사장비의 기술로 녹내장이 어느 정도 손상되는지는 아주 초기부터 파악할 수 있지만, 왜 손상이 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녹내장이라는 질환은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가 아닌 결국 눈으로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만 국한 되는 것이 한계이다.

그럼 녹내장을 만드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PC와 휴대폰의 장기 사용 등으로 인한 VDT 증후군과 거북목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추가 머리를 받치는데 걸리는 하중은 4~5Kg 정도이다. 그러나 고개를 30도만 기울여 휴대폰을 보면 목의 하중 부담이 18~20Kg까지 늘어난다. 이러다 보면 목을 받쳐주는 근육들이 긴장이 되고, 단축이 되면서 목이 앞으로 굳어지면서 경직이 온다. 이 과정에서, 거북목이나 일자목이 발생하는데 이 근육들의 과긴장은 눈 주변 근육의 긴장과 함께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게 된다. 눈에서 교감신경이 항진이 되면, 동공이 커지고, 눈물 분비가 떨어져 건조해지고, 눈돌림근육의 긴장으로 눈의 압통이 생기고 감각의 예민도도 증가하지만, 시신경 주변의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방수라고 하는 안구 내 체액 분비를 증가시켜 안압을 오르게도 한다. 이러한 문제가 녹내장을 일으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거기에 커피와 같은 카페인의 섭취는 이 자율신경반응을 촉진하고, 순환 이상을 악화시켜 녹내장을 악화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녹내장이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았다면 커피를 최대한 줄이거나 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차의 카페인은 그 강도가 약하고, 테아닌과 같은 자율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물질도 있어, 녹내장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보고들이 많다.

이러한 자율신경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스트레스와 불면도 관여한다. 녹내장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 진단을 받는 환자들은 향후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무엇보다 녹내장을 가진 환자들 성향도 예민하고 섬세하고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성격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친 스트레스는 녹내장의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에게 녹내장에 대해 걱정할수록 녹내장이 나빠집니다. 녹내장이라는 질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항상 마음 편히 지내시고 잠 잘 주무시도록 하시길 강조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대사증후군이다. 비만과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은 녹내장을 발생시키는 데도 영향을 준다. 당 독소들이 혈관의 염증을 일으키고 파괴하여 시신경 혈액의 순환을 떨어뜨린다. 또한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젖산이 과다 분비되는 상황도, 근육의 긴장 및 교감신경 자극 등으로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대사증후군을 예방 또는 해결하는 것이 녹내장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은 지방간에서 비롯되고, 지방간은 정제탄수화물과 나쁜 식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좋은 지방의 섭취를 늘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녹내장에서도 중요하다.

이영안과의원 원장

지방은 특히, 시신경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용성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 자체가 시신경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안구 내 삼투압의 변화 때문에 붙잡고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고, 자율 신경을 안정시켜 방수 생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안압성 녹내장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키토식을 하게 한 후 3개월가량 경과 후 검사를 다시 하면 안압이 평균 2~3mmHg 정도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수치는 녹내장 안약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를 꾸준히 사용했을 때의 효과와 맞먹는 것이다.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류의 순환을 유지해주는 것이 제일 크다. 이런 의미로 오메가 3, 비타민 D와 K, 코엔자임 Q10, 아르기닌, 은행잎 추출물, 피크노제놀과 안토시아닌과 같은 파이토케미컬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숙면을 위해 트립토판이 풍부한 육류나, 테아닌이 풍부한 차, 락티움이 풍부한 유제품, 가바가 풍부한 현미 등도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숙면을 돕게 하여 녹내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녹내장이 깊어져 시신경이 손상되면 결국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조기진단 조기 약물 투여만으로 녹내장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특히, 녹내장의 진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탄수화물과 휴대폰, 스트레스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영훈 이영안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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