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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5 17:40 | 최종 수정 2021.04.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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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야당의 두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서울시장과 청와대 수석을 지낸 사람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6대 총선에 강남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재선에도 성공해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서울시 무상급식 정책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전격 제안했다. 하지만 투표율이 미달하자 갑자기 시장직을 사퇴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유력한 후보가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해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 사회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두 번의 총선에서 유재중 의원에게 패한 그는 JTBC 시사토론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대중 인지도를 높였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됐으며 이제 유력 후보가 된 상태다.
두 후보 모두 끝인 줄 알았는데 부활한 셈이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더니. 누구도 두 사람이 다시 유력 시장 후보가 될 줄은 몰랐을 거다. 박 후보가 엘시티를 매입한 것만 봐도 자기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되려 했다면 엘시티를 매입해 이처럼 공격을 당하겠는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있다. 불조심 표어였으나 인생은 역전이 가능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사마천의 ‘사기-한장유열전’을 보면 ‘死灰獨不復然乎’라는 말이 나온다. ‘불 꺼진 재라고 어찌 다시 타지 않겠는가’는 뜻이다. 법을 어겨 벌을 받게 된 한장유가 그를 모욕하며 멋대로 구는 옥리 전갑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옥리는 오히려 대들었다. “그러면 즉시 거기다 오줌을 누겠소”라고. 그런데 얼마 후 한장유는 풀려나 고관이 됐다. 전갑은 이 소식을 듣고 달아났으나 삼족을 멸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돌아와 한장유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한장유는 그에게 복수하는 대신 “너희 같은 자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그를 놓아주었다.
오세훈과 박형준 두 사람이 불이 될지 다시 꺼진 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나라 무제는 한장유의 재능과 지략이 출중해 나라의 큰 그릇으로 쓸 만하다고 여기고 그를 승상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수레에서 떨어져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서 그만두었다. 한장유는 그후 지위가 낮아지고 무제의 눈 밖에 나 우울한 여생을 보내다가 죽었다. 인생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不器 / 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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