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세상 - 7] 인사할 땐 덕성과 능력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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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10:31 | 최종 수정 2021.04.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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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보궐선거를 거쳐 박형준 전 동아대 교수가 부산시장이 됐다. 63%에 이르는 시민의 지지를 받았다. 역대 시장 선거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제 언론의 관심은 인사에 있다. 경제부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 특보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중요하다. 박 시장은 첫 인사로 과거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광회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인사 책임자인 행정자치국장에 앉혔다. 인사 실무자인 인사과장도 교체했다.
인수위 역할을 할 부산미래혁신위원회 위원 명단도 발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시당위원장이 위원장을, 황보승희·김희곤 의원이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경제계 관계 여성계 학계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성 비율이 적다, 정치인이 많다 등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느 인사나 그렇겠지만 잡음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챙겨야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측근은 말할 것도 없고 선거 과정에서 힘이 되어준 사람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바로 박 시장을 헐뜯는 세력으로 전환할 게 뻔하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상왕 노릇을 한다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管仲)이 쓴 ‘관자(管子)’ 4편인 ‘입정(立政)’을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세 가지 근본(三本)이 나온다. 첫째 대신의 덕이 그 지위에 맞는지 아닌지(德不當基位 ), 둘째 공적이 그 녹봉에 맞는지 아닌지(功不當基祿), 셋째 능력이 그 관직에 맞는지 아닌지 (能不當基官)를 살피는 것이다.
관중은 덕과 의리가 조정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높은 지위에 두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훌륭한 신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로와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많은 녹봉을 줘서도 안 된다. 이렇게 하면 공로 있는 신하가 천거되지 않는다. 백성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높은 자리를 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때는 재능 있는 신하가 쓰임을 받지 못한다고 봤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면 아랫사람이 감히 벼슬을 요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관중은 지도자가 힘써야 할 네 가지(四固)도 말했다. 첫째 지위만 높고 인을 시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권력을 주면 안 된다. 둘째 현명한 이를 보고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에게 높은 지위를 주면 안 된다. 셋째 형벌을 행할 때 군주의 종친이나 친인척을 피하는 사람에게 병권을 주장하게 해선 안 된다. 넷째 농사를 좋아하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으며 부렴(賦斂)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도읍을 맡기면 안 된다고 밝혔다.
군주가 인사를 할 때 삼본과 사고에 신경을 쓴다면 정치는 저절로 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이 인사를 앞두고 있다. 관중의 이런 가르침을 새겨볼 만하다. 실천은 힘들 것이다.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 줘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서로 앞다퉈 공적을 말하게 되고 혼란을 불가피하다. 벌써 그런 움직임이 있지 않은가.
다행히 경제부시장으로 거론되던 한 인사는 저술 활동에 힘쓰겠다며 자리를 고사했다고 한다. 정말 박 시장을 생각하고 부산시정을 생각하는 훌륭한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물이 박 시장 주변에 많아야 한다.
<不器 / 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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