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세상 - 3] 이로움을 보면 마땅한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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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5 10:45 | 최종 수정 2021.03.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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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공적인 일을 하라고 맡긴 임무를 자신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쓰다니. 특히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은 은연 중에 생각했을 터. 그러니 분노 게이지는 더 높을 수밖에. 이제 와서 자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게 아니다.
문제는 정권의 도덕성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 자리를 지키는 공무원들의 자세다. 어찌보면 그들은 정권을 바뀌어도 자신들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 1, 2기 신도시 사업을 했을 때에도 공무원들은 땅 투기에 바빴다. 많은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
공무원이면 시험에 합격하고 다양한 인성 교육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듯하다. 물론 시험을 단순한 지필고사로 칠 게 아니라 인성 평가를 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이 시점에서 필요한 듯하다. 공무원이 사고 치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합격 후에도 어떻게 하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
LH 임직원의 땅 투기를 보면서 『논어』 '헌문편' 12장을 인용해본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완성된 인간(成人)에 대해 묻는다. 공자는 “장부중의 지혜, 공작의 불욕(不欲),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주를 예악으로 엮으면 성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성인은 반드시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익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위험할 때는 목숨을 바쳐야 한다. 오랫동안 힘들어도 평상시 들은 말을 잊지 않는다면 성인이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나오는 유명한 말이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이다. 공무원이나 공사의 임직원은 일반 사람과 달라야 한다. 적어도 성인이 돼야 공무원이나 공사의 직원이 될 자격이 있다. 그래서 공자는 이익을 보면 그 이익이 마땅한지를 생각하라고 한 것이다. 내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내 재산을 불리는 게 마땅한지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의에 맞지 않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결국 자신을 망치고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
『논어』 '자장'편 첫 문장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 이번에는 공자의 제자 자장이 한 말이다. 자장은 이 편에서 선비(士)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했다. 선비가 누구인가. 무사, 남성, 지식인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벼슬하다’는 뜻으로 해서 공무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장은 “선비는 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친다. 이득을 보고서는 의를 생각한다. 제사할 때는 공경함을 생각하고, 상(喪)에는 슬픔을 생각하면 선비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견위치명(見危致命) 견득사의(見得思義). '헌문'편에 나오는 내용과 비슷하다.
오늘날의 공무원이라면 견위수명과 견위치명은 아니더라도 견리사의와 견득사의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지 못한다면 공무원을 할 생각을 버리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 자신과 가족, 나라를 해치는 꼴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不器 / 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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