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반경 30km 이내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라고 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방사선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방호 물품 등을 준비한 구역을 말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원전 반경 약 5km)’과 ‘긴급 보호조치계획구역(반경 20~30km)’으로 나뉜다. 긴급 보호조치계획구역은 방사능 누출사고 발생 시 방사능 영향평가 또는 환경감시 결과에 따라 대피 여부가 결정된다. 이 구역은 방호약품 지급, 구호소 설치 등 주민 구호와 대피를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산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2023년 4월 설계수명 40년이 만료돼 폐로하기로 문재인 정부 때 결정된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고리2호기 반경 30km 안에 부산 기장군·해운대구·금정구·동래구·연제구·수영구·남구·북구·동구·부산진구, 울산 울주군·중구·남구·북구·동구, 경상남도 양산시가 들어가 있다. 300여 만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연구회 한병섭 공동대표는 지난 7월 ‘중대사고와 방출 시나리오 연구’에서 고리2호기 중대사고 발생 시 1주일 이내 사망자가 최대 165명,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3만47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고리2호기 폐쇄를 강력 주장했다(파이낸셜뉴스, 2022년 7월 18일).
이러한 가운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뜻에서 부울경 시민들이 지난달 ‘더30km(킬로)포럼’을 결성했다. 더30km포럼 준비위원회는 9월 22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동대표에 이흥만 부산탈핵시민연대 공동대표,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 김정환 부산YWCA 사무총장, 원정 스님(부산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김해창 경성대 교수를 선출했다. 고문단과 자문단에는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와 각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이 위촉됐다.
더30km포럼의 창립선언문의 요지는 이러하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원전 최강국 건설’ 공언으로 고리2호기를 비롯한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과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 문제가 발등의 불이 돼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부울경 주민들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제 더는 지역희생을 기반으로 한 원전정책 추진은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윤 정부의 ‘원전 폭주’에 맞서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30Km포럼을 결성한다. 더30Km포럼은 30Km 반경 지역뿐 아니라 지역과 지역, 각계각층의 뜨거운 연대를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중앙집권적 에너지정책이 아닌 분권적 에너지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갈 것이다. 원전 안전문제는 탈핵·환경운동가들만이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 되어선 안 된다. 안전은 여야 정당의 입장을 넘어서 지역주권을 가진 모든 시민들이 정부와 지자체에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권리이자 기본인권이다. 우리는 원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공유하고,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며,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행동인으로 나설 것임을 다짐한다(후쿠시마원전사고 11년 6개월 11일째인 2022년 9월 22일 참가자 일동)
이날 공동대표인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은 포럼 창립 인사말에서 “핵폐기물 관리 대책도 없이 노후원전 가동 연장 등 원전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후세대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모든 시민사회와 전문가, 시민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 시민·환경단체 활동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주제로 3건의 주제발표와 토론,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노후원전과 안전’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대표의 발표 요지는 이러하다. 원전의 노후화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전성 관련 기기가 고장 나면서 우발적인 사고가 복합적인 요인으로 사고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원전사고는 사고를 대비해 어떠한 경각심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안전문화’와 직결된다. 교수 중심사회인 우리나라 원자력 정책은 핵공학 중심의 교수 등 산학연 전문가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고 원전 종사 전문가들은 사업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부분 현장의 안전성 개선 사항들은 용역평가에서 제외되거나 보수성을 약화시키는 방향 등으로 평가하여 사업자 편의 또는 주장이 지배적으로 반영돼 현장의 실제적인 개선은 미약한 수준이다.
시민들의 안전감시 노력과 시민참여는 이제 요구가 아닌 당연한 권리다.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참여하여 ‘그들의 안전’이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해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는 ‘고리2호기 수명연장 관련 방사성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요지는 이렇다. 윤 정부 들어서 지난 7월 5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이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됐다. 원안위에서 수명연장이 승인된다면 처음 설계 때 충분한 크기로 확보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조밀화를 통해 핵연료 저장밀도를 높이게 되고, 추가적인 타 원전의 수명연장에 따라 전체적인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을 빠르게 해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원안법 개정을 통해서 사고관리 계획만을 급하게 신설해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업자에게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아직도 ‘심사중’이다. 지난 9월 중순까지 지역주민들 대상으로 회람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2016년 중대사고 평가 제도화 이후 고시에서 ‘중대사고 제외’라는 문구만 제거됐을 뿐 이를 반영한 심사지침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며, 사업자 역시 기존 작성지침에 ‘중대사고에 대한 언급’ 수준의 반영만 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못미치는 미숙한 제도적 관리와 독점 공기업의 안이한 대응이 빛은 상황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가상적 사고에 대한 위협까지 평가해야 함에도 테러나 사용후핵연료 수조 사고 등의 반영은 고사하고, 이미 국내에서 중대사고 정책 안전목표 지표인 노심손상빈도, 대량조기방출빈도에서도 확률론적 안전성분석 결과상 높은 확률과 높은 환경피해를 주는 사고를 ‘기술적 근거’ 없이 배제하였으며, 원전 설비의 개선 및 대안 수립에 대한 제시도 전혀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최근 진행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열람 결과 드러난 정부의 절차의 미흡함과 사업자의 의지의 부재는 원자력안전을 바라는 국민 요구와 노후원전의 안전성 확보라는 제도적 사명을 저버리는 사태이다.
필자가 이날 발표한 ‘윤석열 정부 원전정책의 문제점과 대응전략’의 요지는 이렇다. 윤 정부의 ‘원전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5년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의 성공사례를 되새겨야 하고 이에 버금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의 인식증진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고리2호기를 폐로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만들기 △고리2호기폐쇄범시민운동본부 결성, 범시민대회 개최 추진 △원전입지 지역 ‘더30Km포럼’ 확대, 교육 홍보 연대 필요 △부산시장에게 ‘고리2호기 폐로’ 공약 천명 압박 △고리2호기 폐로 관련 여론조사 실시 및 언론홍보, 정보발신 △탈핵국회의원과 정보 적극 교환, 경제성평가보고서 왜곡 지적, 고발 △탈원전 반대 가짜뉴스에 ‘팩트체크’로 적극 대처 △탈핵법률가모임 등과 연대, 사용후핵연료처리장 문제 등 법적 소송 대응 적극 참여. 고리2호기 수명연장시 법적 소송 추진 △민주적 절차 요구, 원안위 개혁 제안, 뉴스레터 발신 등을 들 수 있다.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민주당 압박해 원자력안전법 및 시행령 개정 통한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입법화 추진 △탈핵, 에너지전환, 기후정의, 신공항반대, 대저대교 반대 등 개발주의 반대세력 총결집, ‘부산난개발저지시민행동’ 단일대오로 대응 필요 △릴레이 농성, 대규모 집회 개최, 소규모 시민행진, 전국 이슈화 △원안위 감시 및 개혁, 한수원 고리2호기 경제성·안전성평가 자료 공개 및 비판 등 감시활동 강화 등이 필요하다.
2015년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의 성공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전략도 필요하다. △현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타 시민·종교단체를 통합해 범시민운동본부 조직, 범시민대회 개최 및 홍보서명운동의 전개(전국적 연대 확산) △부산시장 및 부산지역 국회의원에게 고리2호기 폐쇄여론 전달, 국회를 압박(민심을 바탕으로 한 2024년 총선 심판론 바탕) △산업자원부에 고리2호기 폐쇄 압박, 산자부장관 항의방문, 국회 기자회견(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계획에 고리2호기 폐쇄 요구) △ 필요시 부산시청 농성, 릴레이농성, 고리2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 시민 띠잇기 등의 결의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더30Km포럼은 할 일이 많다. 우리 부울경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더30Km포럼은 창립회원을 바탕으로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원전 입지 각종 단체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희망하는 단체와 개인은 051-818-9747(인본사회연구소)나 이메일(30kmforum@gmail.com)로 가입의사를 전하면 된다. 혹 지인을 통해 SNS로 가입신청서를 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회비는 1만원 이상이다. 우리 부울경 시민들의 작은 힘이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미래는 단지 예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 포럼에 현재 고문 및 자문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고문단 : 강정민(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김만률(부산노인대학협의회 공동회장), 김문진(부산YWCA 회장), 김영춘(전 해앙수산부 장관), 김정욱(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김익중(전 동국대 의학과 교수), 김철훈(전 영도구청장), 구자상(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남송우(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 문정수(전 부산광역시 시장), 박병상(60플러스기후행동상임공동대표), 박종권(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공동대표), 박재율(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박창근(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 박철(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의장), 방영식(부경종교평화연대 대표), 성원기(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강원대 명예교수), 안도스님(부산불교환경연대 대표), 안하원(부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이병수(고신대학교 총장), 오흥숙(생명의 전화 이사장), 이희길(전 부산MBC 사장), 임재택(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이사장), 전 진(전 부산광역시 부시장), 전진성(부산교대 교수), 정성규(부산YMCA 이사장), 정창식(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천도스님(울산불교환경연대 대표), 최용국(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김영희 공동대표·김석연·변영철 변호사), 하선규(전 부산YWCA 회장).
△자문단 : 강상목(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김대식(DS휴먼안전연구소 소장), 김미경(전 히로시마시립대 평화연구소 교수), 김성욱(지아이기반연구소 소장), 김영석(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 김정숙(전 식생활교육부산네트워크 상임대표), 김종기(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김한근(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김해원(부산대 법전대 교수),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박중록(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박창희(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성향숙(부산가톨릭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장), 용석록(탈핵신문 편집위원장), 이기녕(동의대 실음용악과 교수),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손 문(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정윤(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 조송현(인저리타임 대표), 초의수(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병섭(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
더30Km포럼 참가신청서(모바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edjNAfhc6pfu_WOnVV0I9UW3dkdBiWNfyCaFBZZVPajZTww/viewform?usp=sf_link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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