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하늘이다.’
11월 12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금정구민운동장에서 ‘부산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한마당’이 열렸다. ‘한살림은 함께 하는 것, 더불어 잘 사는 세상으로 한걸음 내닫는 일’. 이날 생산자 소비자 한마당은 지난 1998년에 시작돼 해마다 열어왔으나 코로나19로 2020년, 2021년 2년간 열지 못하다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소비자 생산자 대표의 인사,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물품을 판매하는 ‘생산자 장터’, 어린이들이 재활용 물품을 판매하는 ‘어린이 장터’와 밥의 소중함과 거룩함을 일깨우는 ‘밥모심’, 생산자와 조합원이 장기를 자랑하는 ‘어울림 마당’으로 진행됐다. 이날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 40여 곳에서 온 100여 명의 생산자와 조합원 200여 명 등 모두 300여 명의 생산자 소비자가 어울림 축제를 가졌다. 경남생산자연합 우동완 대표, 가공생산자연합 백기욱 사무처장. 생태육아공동체 최상은 국장, 한살림 경북서부 이진희 이사장, 한살림 경북남부 전순덕 국장, 한살림 경남 이상석 부장 등 많은 한살림 일꾼도 함께 했다.
먼저 여는 말로 장병윤 부산한살림 이사장은 “3년 만에 생산자 소비자 만남의 날에 이렇게 얼굴을 마주해 손을 맞잡으니 무척 기쁩니다. 세상은 더 어지럽고 더 거칠어졌지만 험난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생명을 모시고 대동세상을 꿈꾸며 손을 맞잡았던 한살림의 튼튼한 생산자 소비자연대야말로 우리 앞의 숱한 과제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믿습니다. 내년에는 부산 한살림이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일 년 뒤 생산자 소비자 만남은 해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더욱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명숙 부산한살림 운영위원은 “무엇보다 살아있음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한살림 생산자로서 늘 감사한 마음이다. 물건 값도 잘 받고 가끔 선물도 받고해서 늘 남는 장사라고 느낀다. 한살림은 생산자 소비자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기에 늘 남는 장사이다. 당신 덕분에 산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되시길 빈다”라며 부산지역 생산자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전국 2300여 한살림 생산자를 대표하는 생산자연합 박용준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아침 7시 거창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너무 날이 더운데 생산자들은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기후위기 땜에 우리 농민들은 수확이 제대로 안 돼 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오로지 생산자 소비자의 단결협동, 직거래로 이 난국을 타개하고 농업살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생산자들도 마이크를 잡고 짧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합천에서 마늘 양파 생산농가인 김웅 씨는 “14년 전 귀농을 해서 이제는 생산자 자리에 서 있다”며 “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공동체가 너무 힘이 돼 고맙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 돼지 농가인 이선형 씨는 “녹색평론을 통해 무위당 선생의 글 가운데 ‘돼지는 살찌는 걸 두려워 해야 하고 사람은 널리 이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지만 실제 축산업 하는 입장에선 주변 공사장 소음 진동으로 돼지 사육이 어려워 공급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더 잘 키워내겠다. 오늘은 소시지 200그램 한팩에 5000원에 팔고 있다”고 홍보도 했다.
전남 담양에서 온 명가혜 제다원 대표 국근섭 씨는 “담양 특산 줄로차를 전통 수제방식대로 만들며 특허 받은 죽신황금차와 대용차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남도 판소리로 ‘춘향가’ 사랑가 한 소절을 맛보기로 불러줬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어서 ‘밥모심’이란 예례를 선보였다. 점심 식사로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눠먹기 전에 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하늘에 올리는 예식이라고 사회자가 설명을 했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모여 뭇 생명을 내었습니다. 나락 한 알이 맺히기 위해서는 해님도 달님도 별님도 있어야 합니다. 비와 구름 바람도 있어야 합니다. 길가의 풀 한포기 땅 속의 미생물들도 도와야 합니다. 거기에 농부님과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더해졌습니다. 온 우주 생명의 협동과 희생을 통해 나락 한 알을 내었습니다. 이렇게 이 음식들이 우리에게 왔습니다. 밥을 모시는 일은 그래서 뭇생명을 살리는 축제입니다. 매일 매일의 밥모심이 참된 제사이고 매일 매일의 밥모심이 바로 축제입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함안 길벗농원, 거창 산하늘공동체,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무위당 사람들, 김해 조용수, 합천 이진홍, 합천 권두보, 함양 정용우, 산청 오덕원 등 생산자공동체 또는 생산농가가 자신들의 이름을 건 부스를 운영해 가을걷이한 농산물들을 맛보게 하거나 판매를 했다. 마당 한쪽에는 어린이들이 ‘어린이생명학교’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이들 용품을 교환·판매하는 코너도 열었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음식을 수 백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나눠먹고 오후 2시 넘어 2부 음악공연이 이어졌다. 첫 무대는 부산한살림 조합원이 올해 초 결성한 그룹사운드 ‘부한그’(부산한살림 그룹사운드의 약칭)가 ‘노란 풍선’ ‘마리아’ 등의 노래로 흥을 한껏 돋웠다. 그리고 명가혜 대표 국근섭 선생이 남도 판소리 ‘춘향가’와 ‘아리랑’을 구성지게 불렀다.
이날 행사의 마무리는 생산자 소비자가 안팍으로 두 개의 큰 원을 만들어 서로 돌아가며 인사를 하는 ‘윤회악수’ 시간. 소비자회원들은 정성스레 마련한 선물을 생산자들에게 하나씩 전했다. 그리고 전체 생산자 소비자가 돌아가며 일일이 인사하며 내년 30주년 부산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만남의 날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길 약속했다.
이날 남편과 중1·초5·초1 세 자녀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이은진 조합원은 “2008년부터 조합원 활동을 해왔는데 어린이생명학교 위원회에서 활동으로 3박4일로 생산지 방문도 하면서 생산자들의 마음도 알게 됐다”며 “피땀흘려 지은 곡식과 과일을 우리 식탁에 전해주시는 생산자분들과 만나 하루 종일 신나게 어울리다보니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난다. 앞으로 정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함께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산한살림은 현재 조합원 1만3000여 명으로 위원회(물품위원회, 식생활문화위원회, 생명학교위원회, 돌봄특별위원회), 마을모임(6개 지역), 각종 소모임을 통해 다양한 조합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역돌봄’에 나서 외국인 노동자 가정 27곳에 매달 생필품을 나눔하고 있고, 청소년과 함께 하는 식생활교실, 그룹홈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과 양산을 다섯 개 지역으로 나눠서 조합원 가정에 1차농산물, 농수축산가공품, 생활용품 등 물품을 공급하는 직거래 배송체계와 부산 시내 다섯 곳(구서, 해운대, 용호, 화명, 명지)에 매장을 두고 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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