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신영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보수야권이 대혼돈에 빠졌다.
한국정치 선거사에 기록될만한 미증유의 대패로 충격받은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로 수습에 나섰지만 당 진로와 노선, 세부 수습안 등을 놓고 내홍이 격화할 조짐이다.
역시나 보잘것없는 성적을 거둔 바른미래당도 15일 지도부 총사퇴 등 혼란스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두 당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들고 선거를 치렀지만 역으로 '보수야당 심판'이라는 단호한 민심을 확인했기에 처절한 자기반성, 나아가 대쇄신이 불가피한 처지다.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미지수이고 보수야권 재건의 역량을 한 데 모을 뚜렷한 구심마저 없어 정치권, 특히 야권의 '시계 제로'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보수 진영의 이합집산, 야권발 정계개편 등의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거론되나 말만 무성한 채 '진도'가 나갈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지방선거 압승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여권은 협상 파트너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낮은 자세로 민생·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백척간두에 놓인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 전날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 이후 당내 분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조기 전대'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기에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이 던진 '보수의 대대적 쇄신·혁신'이라는 당면 과제에 집중하기 보다 오는 2020년 총선 공천권 행사를 위한 '권력투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미래당도 오전 중앙선대위 해단식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차례로 열고 조기 전대 등 당의 미래를 논의했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이날 박주선 공동대표와 최고위원 6명 전원이 모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민주주의는 책임정치"라며 "책임은 단호해야 하고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 재건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바른미래당에는 범보수와 범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뒤섞여 있는 상태라 앞으로 당 재건 논의에 극심한 진통이 따를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대 승리를 거둔 민주당은 연일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점을 부각하며 선거 승리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은 국립현충원의 고(故)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나라다운 나라' 약속 선포식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민생·개혁과제 수행의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은 특히, 승리에 취해 자만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연일 다지는 가운데 재보선 승리에도 여소야대 지형이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주요 입법 과제 추진을 위한 우호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초당적 '상식'의 통찰을 던져온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잘하긴 뭘 잘했느냐"라고 반문하며 민주당의 이번 대승이 '자력 득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유 전 의원은 그러곤 "전혀 상식이 없는 세력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선거 민의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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