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포르투갈이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 '원맨쇼'에 힘입어 스페인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포르투갈(세계 4위)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호날두의 3골 활약을 앞세워 스페인(10위)과 3-3으로 비겼다.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승자는 호날두였다. 직전 대회까지 3번의 월드컵에서 13경기에 나서 3골에 그쳤던 호날두는 이날 한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고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그동안 소속팀에서 숱하게 해트트릭을 작성해왔던 호날두지만,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5년 2월 5일생으로 33세 131일인 호날두는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도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은 네덜란드의 롭 렌센브링크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란전에서 세웠던 30세 335일이다.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 기록은 펠레의 17세 244일이다.
경기 후 FIFA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MOM)에 호날두를 선정했다.
호날두가 승점 1을 선사한 덕분에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B조에서 스페인과 공동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모로코에 1-0으로 승리한 이란이 차지했다.
스페인은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율렌 로페테기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에로 감독에게는 이날이 감독 데뷔전이었다. 데뷔전에서 첫 승리를 따내며 초유의 '선장' 교체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기회를 호날두가 가로막았다.
포르투갈은 이날 무승부로 스페인과 역대 전적이 6승 14무 16패가 됐다.
두 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다. B조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란, 모로코를 무난히 제치고 16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두 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첫 경기에서 패할 경우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물러설 수 없는 이 한판 대결에서 두 팀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답게 명승부를 펼쳤다.
포르투갈은 전반 4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얻어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선 호날두는 상대 진영에서 특유의 헛다리 짚기로 스페인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의 반칙을 유도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다비드 데헤아가 버틴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호날두는 우베 젤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펠레(브라질)에 이어 월드컵 4개 대회 연속골을 터트린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반격에 나선 스페인은 전반 24분 지에구 코스타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코스타는 페페와 공중볼 다툼에서 승리한 뒤 수비수 2명을 농락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스페인은 전반 42분 이스코가 왼쪽 측면에서 때린 대포알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골라인 바로 위에 떨어진 장면이 아쉬웠다.
스페인이 달아날 기회에서 달아나지 못하자 포르투갈이 날카로운 역습으로 리드를 되찾아왔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전반 44분 곤살로 게데스의 패스를 받아 문전 중앙에서 낮고 빠르게 왼발 슈팅을 날렸다.
데헤아 골키퍼가 명성에 걸맞지 않고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날두를 막지 못해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친 스페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거세게 포르투갈을 몰아쳤다.
코스타가 다시 한 번 동점골을 터트렸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넘겨준 헤딩 패스를 문전의 코스타가 쇄도하던 탄력 그대로 밀어 넣었다.
곧바로 역전골이 터졌다. 전반 호날두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페르난데스가 후반 13분 흘러나온 공을 지체 없이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해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포르투갈은 이후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막판,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후반 43분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결국 경기는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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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자리에 모인 전 세계 축구기자…호날두만 애타게 찾았다
태국, 인도 등 탈락팀 취재진까지 총출동…호날두는 웃음 띈 채 침묵
(소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고 빅매치로 꼽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엔 예상대로 전 세계 취재진이 운집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기자들은 물론, 각 대륙 다양한 나라들의 취재진이 치열한 취재 경쟁을 펼쳤다.
중국, 태국, 인도 등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한 나라들의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단 한 사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를 만나기 위해 장시간을 기다렸다.
호날두가 믹스트존에 등장하자 약 150여 명의 기자는 한꺼번에 몰려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호날두는 취재진의 끊임없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뒤 믹스트존을 통과했다.
이날 경기는 축구팬뿐만 아니라 월드컵을 취재하는 축구기자들에게도 손으로 꼽힐 만한 명승부였다.
특히 호날두의 활약상이 그랬다.
호날두가 2-3으로 뒤진 후반 43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 골을 넣자 기자석 이곳저곳에선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쏟아져나왔다.
경기 후엔 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기자들도 많았다.
한편 호날두는 경기 후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팀 동료들과 숙소로 이동했다.
그는 오직 FIFA와 공식 인터뷰에만 응했다.
그는 "난 항상 나 자신을 믿어왔지만, 오늘 경기에선 팀플레이를 동료들에게 강조했다"라면서 "우리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월드컵의 첫 경기일 뿐"이라며 "우리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자신을 굳게 믿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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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앞둔 호날두, 징역 2년·벌금 240억원 받아들이기로
집행유예 선에서 '탈세' 혐의 매듭
한편 스페인 통신사 EFE는 16일(한국시간) "스페인 법원은 호날두에게 징역 2년과 벌금 1천880만 유로(약 240억원)를 선고하기로 했다"라며 "호날두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스페인은 보통 초범이 징역 2년 이하의 선고를 받을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호날두는 법정구속을 피하는 선으로 탈세 혐의를 마무리하고 월드컵 무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FE는 "호날두는 최근 스페인 검찰로부터 선고 형량을 전달받고 변호사를 통해 이를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앞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스페인에서 발생한 초상권 수익을 당국에 은폐하는 등 1천470만 유로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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