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게 유타카…"韓 여성팬에게서 장미꽃 선물 받고 깜짝 놀라"
"비빔밥·돼지갈비에 '깜짝'…막걸리-참이슬-카스는 '즐거운 트라이앵글'"
"한국에 일본인에게 안 알려진 곳 많아…일본 남성도 매력 알았으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섞을수록 (비빔밥) 맛이 변해가는 게 즐거웠어요. 완성된 비빔밥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속 깊은 맛이어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촬영해 화제가 됐던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55)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음식과 술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으며 한국 방문기를 들려줬다.
마쓰시게 씨는 최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솔직히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를 한국 분들이 이렇게 많이 알고 계실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엄청 놀랐고, 또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중 한 여성 팬으로부터 빨간 장미꽃을 선물 받았는데 그저 '먹기만 하는' 일본 아저씨에게 꽃을 줘서 놀랐다"며 "팬에게서 장미꽃을 선물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환히 웃었다.
'고독한 미식가'는 '고로'라는 이름의 한 중년 남성이 사업차 방문한 곳에서 식당을 찾아 혼자 식사하는 내용의 간단한 콘셉트의 드라마다.
언뜻 평범해 보이면서 매력 있는 식당을 찾아서 음식을 소개하며 '먹는 행위'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7번째 시즌이 방송 중인 이 드라마는 지난달 '한국 출장편'이 서울과 전주에서 촬영되면서 국내 SNS를 뜨겁게 달궜다.
목격담이 사진과 함께 흘러나오며 케이블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드라마를 접한 사람들이 열광한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그가 한국에서 맛본 음식은 전주 가정식 식당의 비빔밥과 서울의 돼지갈비였다.
전주편과 서울편은 각각 지난 8일과 15일 일본에서 방영됐다.
그는 "한국 음식 하면 소고기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번 촬영에서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를 맛봤다"면서 "가정식 요리도 맛이 있어서, 더 다양한 한국 음식점이 일본에 생겨났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 '고로'씨와 달리 그는 저녁 식사 때는 소식을 하면서도 술을 곁들이는 애주가다.
"간단한 음식과 함께 즐기는 술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뷰 도중 생막걸리에 찬사를 보낸 그는 소주와 맥주를 묶어 '즐거운 트라이앵글'이라며 일본인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못 먹던 생막걸리를 마셔봤는데, 정말 최고로 맛이 있었어요. 생막걸리를 일본에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이 정말로 분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가서 생막걸리와 참이슬(소주), 카스(맥주)라는 '즐거운 트라이앵글'을 꼭 맛봤으면 좋겠어요."
4박5일간 한국 방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촬영 중 오전에 시간이 좀 나서 전주의 거리를 혼자 산책했는데, 오래된 교토(京都) 느낌의 거리 같았다"며 "일본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는데, '아직 일본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훌륭한 장소가 (한국에는)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한국에 가는 일본인 관광객은 1박2일, 2박3일, 혹은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여성 관광객이 많은데,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적극적으로 한국에 가서 음식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독한 미식가'의 한국 출장편에는 가수 성시경과 박정아가 출연해 마쓰시게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성시경은 '고막의 연인(목소리가 좋은 가수라는 뜻)'으로 불리는 가수고, 박정아는 아이돌 활동을 했던 분이라고 알고 있다"며 "성시경은 특히 자신의 촬영분이 없는 전주까지 내려와 응원해줘서 미안할 정도로 기뻤다"고 고마워했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 CM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쓰시게 씨는 한국 케이블TV 등을 통해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중편 영화 '서울'(2008)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처럼 일본 영화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잔뜩 있다"면서 "한국 촬영 중 '고독한 미식가'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기뻤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면 한국 영화 출연을 포함해 어떤 방식이든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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