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가운데 대형 탐사선이 밑바닥을 드러낸 채 전복됐다. 생존자들은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
배가 파도에 흔들리자 의자가 리듬을 타듯 전후좌우로 움직인다. 눈을 감으니 실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갑자기 전면에서 물방울이 튀고 바람이 일더니 거대한 상어가 수십 개 이빨을 드러내며 돌진해 온다. 200만 년 전에 멸종된 선사시대 상어 '메가로돈'이다.
15일 개봉하는 '메가로돈'은 영화와 접목한 4D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체험하기에 딱 좋은 교보재다.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일단 흔들고 보자'는 식이던 초기 4D에서 벗어나 기술과 영화 내용이 제대로 융합됐다. 사람으로 치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스크린X'와도 찰떡궁합이다. '스크린X'는 2013년 CJ CGV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 다면 상영시스템으로, 전면뿐 아니라 좌우 양측 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3면 스크린을 활용해 최대 27m에 이르는 메가로돈의 거대한 몸체를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제목이자 실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메가로돈'은 신생대 마이오세부터 플라이오세에 걸쳐 산 거대 상어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내부에 전시된 대형 상어 턱뼈 복제품이 바로 메가로돈의 것이다.
이 상어는 약 260만 년 전 멸종됐지만, 이 영화는 마리아나 해구 냉수층 아래 아직도 메가로돈이 산다는 설정을 채택했다.
심해를 탐사 중이던 탐사정이 정체 모를 거대 생물에게 공격당해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 가라앉는 일이 벌어지자, 탐사 책임자인 '장'(윈스턴 자오 분)은 심해구조 전문가 '조나스'(제이슨 스타뎀 분)를 찾아온다.
장의 딸 '수인'(리빙빙 분)과 함께 구조작업에 나선 조나스는 거대 생물 정체가 '메가로돈'임을 알게 된다.
조나스는 구사일생으로 탐사대 구조에 성공하지만 뒤를 쫓아 메가로돈이 마리아나 해구 냉수층을 뚫고 현재의 바다로 올라오고 만다. 탐사대는 세계 최대 해수욕장이 있는 중국 하이난 섬으로 향하는 메가로돈을 막고자 사투를 벌인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내용은 영웅적인 주인공이 선량한 사람을 해치는 괴물 퇴치에 나선다는 괴수 영화 전형을 그대로 답습한다. 43년 전 개봉한 '조스'와도 스토리 구조상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조스'가 피터 벤츨리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듯, '메가로돈'도 1997년 출간된 스티브 알텐의 소설 '메그'(MEG)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다만, 원작 등장인물 중 일부는 영화에서 국적이 변경됐다. 원작 해저 탐사대장 '마사오 다나카'와 그의 딸 '테리 다나카'는 일본계 미국인에서 중국인 장과 수인으로 거듭났다.
장과 수인은 영화에서 중국어로 대화하는가 하면 영화 후반 하이난 섬 해수욕장 장면에서는 2천 명에 달하는 중국인 단역 배우가 출연한다.
이 영화가 미국 기술과 중국 자본이 결합한 미·중 합작영화인 만큼 아무래도 중국 자본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일 테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아 거부감을 느끼는 국내 관객도 있을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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