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면역력 갖도록 편집…AP "별도 검증 안 거쳐"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어" vs "HIV 예방 등 공중보건에 도움"
(선양·홍콩=연합뉴스) 차병섭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아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P 통신과 중국 인민망(人民網)은 26일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가 제2회 국제 인류유전자편집회의 개회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주장을 폈다고 밝혔다.
인민망은 "세계 최초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해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면서 "중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질병 예방 분야에서 역사적인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허젠쿠이는 불임 치료를 받은 일곱 커플이 만든 배아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했으며, 이중 현재까지 한 커플이 출산했다고 밝혔다.
루루(露露), 나나(娜娜)로 이름 붙은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부모가 이들의 신원 공개를 원치 않는 상황이며, 연구가 이뤄진 장소도 비공개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는 유전병 치료나 예방이 아니며, 자연상태에서 인간에게 없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전자 편집' 연구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다음으로 무엇을 할지는 사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이 다른 유전자에 해를 끼칠 위험 등이 있는 만큼 미국에서는 금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허젠쿠이의 연구성과가 아직 학술지에 발표되지 않았고, 주장에 대한 별도의 검증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편집은 질병을 일으키는 등의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법이다.
2013년 3세대 기법으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가 개발된 이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기존 기법보다 훨씬 정밀하고 효율성이 높은 기법이 개발되면서 암 등 불치병 치료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와 동물 및 임상 시험이 활발하다.
이는 '체세포 유전자' 편집이어서 환자 본인에게만 영향을 준다.
반면 유전 질환 예방을 위해선 수정란 등 '생식세포 유전자'를 편집해야 하는데, 이는 후손 등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그러나 2015년 중국 과학자들이 인간 수정란에서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준 데 이어, 지난해 영국 당국은 유전자 가위로 인간의 초기 배아를 편집하는 연구를 허가한 바 있다.
허젠쿠이의 연구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하지만,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키란 머서누루 박사는 "인간에 대한 이러한 실험은 비양심적이고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저명 유전학자인 하버드대학의 조지 처치는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인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점에서 이는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허젠쿠이는 미국 라이스대학과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했으며, 중국에 돌아온 후 중국남방과기대학에 연구실을 차렸다. 또한 2개의 유전공학 기업을 세우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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