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중성자별의 충돌 상상도. 잔물결이 있는 시공간 격자는 충돌에서 나온 중력파를 나타내며, 광선은 중력파가 지나간 후 수초 만에 방출된 감마선의 폭발을 보여준다. 출처: NSF, LIGO, 소노마주립대학교/A. SIMONNET
2017년 과학계는 먼 우주의 중성자별 충돌에서부터 인류 조상에 관한 새로운 사실에 이르기까지 놀랍고도 흥미로운 많은 발견을 이루었다. 과학전문매체 COSMOS매거진이 선정한 2017년 10대 과학 뉴스를 통해 올해를 대표하는 과학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중성자별 충돌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중성자별 충돌 발견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중성자별 충돌은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8월 17일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 Virgo)가 중력파를 탐지했고, 약 2초 뒤 엄청난 에너지 분출을 의미하는 감마선을 관측했다. 이후 이들 중력파 관측소 외에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중성자별 충돌 사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중성자별 충돌 연구는 중력파와 감마선 등 ‘다중신호 천문학’과 국제공동연구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논문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사이언스, 네이처에 실렸고, 종합편은 3500명의 공동저자 명의로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실렸다.
적색왜성인 트래피스트-1에서 7개의 지구형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출처: NASA/JPL-CALTECH
지구형 행성계 트래피스트(TRAPPIST)-1 발견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트래피스트-1 행성계는 무려 7개의 지구 크기의 행성을 지녀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적색왜성은 목성 크기로 태양의 약 8%에 불과하고, 나이는 54억 년에서 98억 년 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7개의 행성 중 세 개는 액체 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제2의 지구’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최초 관측자는 벨기에 리지대학(University of Liege)의 마이클 길론 교수팀으로 이들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다.
제네바 CERN의 반양성자 가속기의 BASE 실험 장비. 출처: STEFAN SELLNER, FUNDAMENTAL SYMMETRIES LABORATORY, RIKEN, JAPAN
반물질 수수께끼 심화
반물질(antimatter)은 질량은 같은데 전하가 반대부호를 갖는 물질을 말한다. 전자의 반물질은 양전자, 양성자의 반물질은 반양성자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접촉하면 빛을 남긴 채 ‘뿅’ 하고 사라진다.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현대 입자물리학 표준이론에 따르면 빅뱅은 물질과 반물질을 꼭 같게 만들었다. 따라서 우주는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섬광만 남긴 채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주가 건재하다(물질이 우세해서)는 사실 자체가 수수께끼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당연히 그 이유를 찾아 헤매었다. 물질과 반물질이 질량, 전하량, 자기모멘트에서 어느 하나만이라도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이면 수수께끼는 풀린다. 즉, 물질의 질량, 전하량, 자기모멘트의 절대값과 반물질의 질량, 전하량, 자기모멘트의 절대값이 꼭 같지 않고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우주가 남아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질량과 전하는 이미 대칭이라는 사실이 반복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CERN 과학자들은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를 측정했다.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완벽한 대칭이었다. 따라서 이 실험 결과는 왜 현재 우주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더 많은지, 어떻게 우주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과학자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닉 붐이 일어날 때와 같은 모양의 ‘마하 원뿔’. 초고속 카메라가 현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착했다. 출처: JINYANG LIANG AND LIHONG V. WANG
빛의 ‘소닉 붐’ 최초 촬영
미국 워싱턴대학의 진양 리앙(Jinyang Liang) 교수팀은 초당 1000억 개의 프레임을 포착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하여 빛의 펄스에 의한 충격파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생물의약 분야에 응용될 것이라고 한다.
진양 교수팀은 LLE-CUP(Lossless-Encoding Compressed Ultrafast Photography) 시스템이라는 특별한 장치를 장착한 카메라를 사용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관련 연구는 1월 20일 Science Advance에 실렸다.
목성 남극 지역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이클론과 폭풍. 출처: NASA/JPL-CALTECH/SWRI/MSSS/ROMAN TKACHENKO
목성 탐사선 주노의 새로운 발견과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최후
올해는 태양계의 이웃 행성인 목성과 토성 탐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NASA의 목성 탐사선인 주노 호는 목성에 관한 많은 새로운 정보와 이미지를 보내왔다. 극지방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은 지름이 1400km 정도로 거대했다. 또 극 지역은 자기장이 지구의 10배에 달해 전자소나기가 쏟아진다.
한편 토성 탐사선 카시니 호는 20년 동안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9월 목성 대기에서 산화, 장엄한 최후를 맞았다.
오로라와 은하수 아래 지상으로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 폭포 개념도. 출처: PIERRE AUGER OBSERVATORY
외계로부터의 방문객
올해 우리 지구는 두 가지 종류의 외계 방문객이 맞았다. 하나는 거의 빛의 속도로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s)으로 이들은 다름 아닌 다른 은하에서 달려온 원자들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계 밖에서 온 소행성 ‘오우무아무아(Oumuamua)’이다.
초기 배아의 세포 분열 모습. 출처: OHSU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에 한 발 더 다가가다
'디자이너 베이비'는 질병이 있는 형제자매에게 세포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목적 아래 체외수정을 통해 얻은 여러 개의 배아 중 하나를 선별하여 태어나게 한 아기를 말한다.
미국 오레곤 건강과학대학 연구팀은 실수 없는(error-free) 인간 배아 교정 기술을 개발했다. 또 연구팀은 CRISPER(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교정기술도 동시에 개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는 과연 이 기술을 실제 사용해야 하는지, 또 어떤 목적에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할츠카랍토르는 칼처럼 뾰족한 발톱을 지닌 맹금이라기보다 수생 이빨을 가진 모조 거위 같다. 출처: LUKAS PANZARIN
백조와 오리, 펭귄을 합친 모습의 공룡 화석 발견
볼로냐의 지오반니 카펠리니 지질·고고학박물관의 안드레아 카우 연구팀이 몽골에서 발굴한 새로운 공룡화석은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몸체는 오리, 목은 백조, 그리고 수영에 적응한 펭귄을 섞어놓은 듯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닭과 칠면조 중간인 70센티이고 목의 길이가 몸체의 절반가량이다.
기괴하고 눈에 띄는 이 공룡 화석의 발견은 맹금류 가족에게 새로운 회원을 추가했다. 또 이 화석은 한 고생물학자의 말처럼, 할츠카랍토르가 칼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맹금류라기보다 수생 이빨을 가진 모조거위와 닮았음을 보여줬다.
공기를 먹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남극 지방의 아담스 평원. 출처: PHIL O’BRIEN
호기성 박테리아 발견
남극의 황량한 평원에서 햇빛이나 지열의 도움 없이 대기 중의 기체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살아남는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 호주 시드니 UNSW의 벨린다 페라리 교수팀은 이 새로운 박테리아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발견은 지구와 외계 생물의 생존 변수를 새롭게 그려보게 한다.
발굴작업이 진행 중인 호주 마드제드베베. 출처: DOMINIC O'BRIEN / GUNDJEIHMI ABORIGINAL CORPORATION
조상의 역사 업데이트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진화학연구소 장자크 후블린 박사팀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30만 년 전의 호모사피엔스 유골을 발견했다. 이는 기존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를 물경 10만 년 앞당긴다.
또 호주의 퀸즈랜드대학 크리스 클락슨 교수님은 오스트리아 북쪽 마드제드베베(Madjedbebe) 지역에서 호주원주민이 6만5000년 전에 호주대륙에 처음 상륙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을 발굴했다. 호주원주민의 역사를 기존 4만7000년보다 훨씬 앞당기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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