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업체는 하자물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진: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캡쳐.
요즘 한 번쯤은 해외물품판매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거나 배송대행 혹은 구매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구매대행의 경우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대행업체가 구매와 배송을 모두 대행해주니 그 편리함 때문에 자주 이용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구입한 물건에 결함이 있어 손해가 발생할 경우 구매대행업체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24. 선고 2017가단5026235 판결)가 나와 주목됩니다.
A는 구매대행업체 B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중국산 전동킥보드를 주문하였고, B는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위 물건을 구매를 대행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 충전기 불량 때문에 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인근 17세대가 화재로 피해를 입게 되었고,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1억3600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보험사는 “구매대행업체 B가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그 금액을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였으므로, B는 보험사에게 이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이러한 청구를 ‘구상금’ 청구라고 합니다).
쟁점은 구매대행업자 B가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중략)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를 의미하며(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3호),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같은 법 제3조 제1항).
B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구매대행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의 가격과 배송 가능 날짜를 소개하기도 하였고, 제품의 하자가 발생하였을 때 소비자와 중국 업체 사이를 매개하여, 그 업체에게 전달할 수리비 등을 소비자로부터 전달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B가 단순히 구매대행 서비스를 넘어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은 구매대행업자 B가 국내 소비자의 편의를 위하여 한 것에 불과하고 이 외에도 B는 ‘구매대행’을 종목으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하였으며, 무엇보다 외국 제품을 직접 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수입업과 구매대행업은 차이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B는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 즉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구매대행업자 B는 자신이 구매대행해 준 물건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구매대행은 업체가 제품을 먼저 수입해온 후 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병행수입’ 등과는 달리 소비자로부터 먼저 주문 의뢰를 받은 뒤 구매와 배송을 대행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분명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와는 구분됩니다.
따라서 구매대행으로 구입한 물건의 하자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매대행업체에게는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구매대행업체가 물건의 결함을 알았다거나 하자 발생에 과실이 있어,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으로 그 손해를 묻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 제조물의 결함 여부나 손해와의 인과관계, 업체의 과실 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입증을 완화하는 특별법인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되어야 더욱 용이하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매대행업자는 제조물책임법상 책임을 지는 주체가 아니고 실제 제조업자는 해외에 있는 업체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로서는 양 쪽 모두에 제조물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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