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학대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결 관련 보도 장면. 출처: 채널A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사실을 기사화하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할 경우, 해당 행위는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적시한 사실이 반드시 허위가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다만, 형법 제310조는 사람(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도 해당)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진실한 사실은 아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면 이러한 행위는 명예훼손이 될까요? 위 형법 조항만 보면 ‘진실한 사실일 것’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일응 명예훼손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반드시 진실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진실’ 여부가 증명이 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A라는 동물보호단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B라는 동물원이 “오랑우탄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절단하고, 사자 2마리의 송곳니와 발톱을 강제로 뽑았으며, 멸종위기종인 바다코끼리와 샴악어를 폭행하고 수입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내용 등의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이에 B 동물원은 “A 단체는 허위 사실을 게시하여 B 동물원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이로써 매출 감소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3억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의 첫 번째 쟁점은 ‘사실 적시 및 허위성’ 여부였습니다. 재판부는 A가 게시한 글 중 구체적인 일자나 행위에 대한 기재 없이 단순히 ‘학대정황’ 이라는 문구로 게시한 글은 아예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어 ‘오랑우탄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 절단 부분, 사자의 송곳니와 발톱을 강제로 뽑은 부분 및 멸종위기종의 수입목적 외 사용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며, 그 사실은 허위라고 보았습니다. 허위사실 적시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B 동물원)의 입증이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A 단체)가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이를 증명한다면 명예훼손의 위법성은 조각되어 피고는 법적 책임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적시된 사실이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두 번째 쟁점은 ‘A 단체가 위 사실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되었습니다.
위 사안에서 재판부는 위 쟁점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그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적시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그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지 여부’였습니다.
A 단체의 경우 그 게시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를 받은 뒤,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등 검증절차와 제보 내용의 사실여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 오랑우탄이 동물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육사를 공격하고 동물원 측에서 오랑우탄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잘랐다는 의혹을 담은 신문 기사들도 보도되었던 점이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A 단체는 동물 보호에 관한 교육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로서 해당 게재행위의 목적은 일반인들에게 동물쇼의 문제점과 동물 학대행위를 알리기 위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던 점도 인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A 단체의 B 동물원 명예훼손 내용 글 게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 B 동물원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1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가합37443 판결, 2심: 서울고등법원 2016나2065320 판결).
이처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라도 그것이 사회적 의미를 갖거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표현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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