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밑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조중동의 논조가 고소해 하는 듯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갖고 지난 두어달 밤낮없이 두들겨 패더니 '거봐라, 우리 영향력 알겠지' 하는 투다.
사실 80%을 넘는 지지율 자체가 비정상이고 언젠가는 내려갈 것임을 예상치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게다. 문제는 떨어지는 속도와 낙폭이다. 불과 두어달 사이 30% 넘게 떨어진 건 좋지 않은 징조다. 다르게 말하면, 대선 당시 득표율에 근접한 것이고 그동안 벌어둔 걸 두어달 새 다 까먹었단 뜻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지지율에 일희일비 않는다는 소리는 적절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힘입어, 적폐청산, 북핵중재, 지방선거 등을 돌파해 왔지 않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우선 야당과 보수언론이 더욱 기가 나서 물고 뜯을 거다. 경제는 물론 북핵 문제는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건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기화로 정책 파산이나 된 것처럼 호들갑 떨며 정부를 몰아댈 거다.
대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두 가지 현상이 순차적으로 겹친다. 공무윈들이 말 안듣는 것, 그리고 여권 내의 자중지란이 생기는 것. 전자는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풍문이고 후자는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두고봐야 할 일.
청와대 참모들로선 조변석개하는 민심이 당혹스러울 거다. 대통령 보기 민망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과반 붕괴는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가 바짝 긴장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우선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경제 문제. 최저임금 인상률이 방아쇠가 돼 뜨거운 감자가 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내 생각엔 틀 자체가 잘못인 건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접근방식이 서툴렀다. 직접 지갑을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자영업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5% 가까이 되는 한국 특유의 현실에서 자영업자는 하위소득 노동자 비율에 근접한다. 정규직 등등 나머지 노동자는 사실상 최저임금에 별 영향을 받지 않잖나.
매우 큰 비중을 점하는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최저임긍 인상에 선행됐어야 했다는 뜻(이를테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프랜차이즈 갑질 개선, 카드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책 강화 등등). 선후가 바뀌니 자영업자의 반발이 심해지지 않았을까. 일단 마음이 틀어지면 사후약방문을 내도 민심이 쉽게 되돌아서지 않는다. 한방에서도 독한 약을 쓰기 전에 보약을 처방해 몸을 보하는 법인데 순서가 잘못됐던 것 같다.
또다른 중요지표인 고용도 쉽게 풀리긴 어려울 거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연계된 문제라서 제갈공명이 와도 단기간에 풀어내긴 어렵다. 고용문제는 이미 구시대적 대기업, 공적 채용 중심의 프레임으로는 풀기 어려울 거다. 블록체인 등등 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기반의, 작지만 기동성 있는 사업 영역을 계속 개발하고 지원하고, 자극해서 다양화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밖엔. 공공자금 쏟아붓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도 따져봐야 할 거다. 어쨌든 지금이 산업 대전환기여서 누가 하든 진통이 따르고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 청와대, 정부가 프레임 전환을 고민하면서 이런 사정을,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할 일.
또다른 이슈인 부동산문제는 현재로선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택 보급률이 문제라면 더 지으면 되지만, 이건 소유구조의 불평등 문제다. 나아가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의 문제이기도 하고. 1가구 1주택 이상 소유금지 같은 혁명적인 법이라도 나오면 모르지만 그건 불가능지사이고, 불가사리 같은 시장이 보유세 인상 따위론 항복할 리 만무하다.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이 산업 쪽으로 가게 만드는 수밖엔 없겠는데 그러려면 2차산업의 체력 보강 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듯. 다시 말해 배를 째고 종양을 잘라내는 서양의술 보다는 신체 모든 장기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한방적 처방이 필요하지 않나 싶긴 하다. 물론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단은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종합적, 장기적, 타산업과 연계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연합뉴스]
그건 그렇고 장하성 씨는 말은 좀 조심해야겠더만. 최저임금이 그렇게 많이 오를 줄은 나도 몰랐다거나, 내가 강남 살아봐서 하는 말인데 누구나 강남서 살 이유는 없다 따위의 발언은 부주의에서 나왔겠지만 때론 정책입안자의 사소한 실언이 국민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국정이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끼친다. 이젠 교수가 아니잖나.
여하튼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이 정신 바짝 차릴 때다.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수준으로 거품이 가라앉았으니 이제 대통령의 개인기가 아닌 팀 플레이, 조직력에 의한 토탈사커를 할 때다.
<소설가>
※이 칼럼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