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 윤석열 대통령 -
“How could Biden not lose damn face if these f****rs do not pass it in Congrss?” - ABC, 폭스뉴스 -
“It would be so humiliating for Biden if these idiots don't pass it in Congress.” - 워싱턴포스트 -
<ABC>와 <폭스뉴스>의 보도를 번역하면, “이 ××들이 그것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바이든이 어떻게 체면을 잃지 않을 수 있겠나?” 쯤 된다.
‘쪽팔린다’는 비속어를 ‘체면을 잃는다’로 순화하고, 욕설인 ‘fuckers'(새끼들)는 차마 그대로 옮기지 못하고 'f****rs'로 처리했다. 이 단어는 인용조차 금기시될 정도로 수위가 가장 높은 욕설이다. 다만,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으로 처리해도, 어떤 단어인지는 모두들 정확히 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이 바보들이 그것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바이든에게 매우 창피한 일이 될 것이다” 쯤으로 번역된다.
위 두 보도보다 한층 더 순화한 표현이다. ‘새끼들’을 ‘바보들’로 옮겼다. 그러나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제목을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회를 ‘바보들’이라고 모욕했다”고 달았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로 미국 의원들 전부를 간단히 적대 세력으로 만든 셈이다.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대통령실 -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행사 연설에서 한국이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 공여 약속을 했으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이를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장관에게 전달한 것” - 김은혜 홍보수석 -
참으로 구차하고 가소롭다.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이 동호회 모임 뒤풀이 술자리인가. 김 수석은, 윤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새끼들’이라고 욕설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나경원의 ‘주어가 없다’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니다. ‘예고된 비극’일 뿐이다.
첫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 ‘캐릭터’에 있다. 공공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원하는 정치가가 있고, 사적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권력을 탐하는 정치가가 있다.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은 그 직책에 합당한 학습을 하지 않는다. ‘누림’에 학습은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자질이나 능력이야 어찌됐건,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학습만 했다면, 국제무대에서 상황파악 능력과 ‘욕이 나오더라도 참을 수 있는’ 자기자제력을 갖췄을 것이다.
그는 이미 대선 기간 중에 이준석 대표를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했다. 욕은 왜 하게 되는가? 좋게 말해 욕을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분을 푸는 행위이다. 울분을 마음속에 꾹 참고만 있으면 화병이 된다. 이 화병이 도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욕을 내뱉고,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새끼 저 새끼’가 통했다. 윤 대통령의 잘못은 카타르시스로 사용한 안에서 ‘새끼’가 밖에서도 통할 줄 알았다는 것일 뿐이다. 검사 시절부터 골목대장 노릇을 해왔다. 이제 하물며 대통령까지 되었다. 거칠 것 없었는데, 국제무대에 서는 일개 1/n에 불과하다. 거창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바이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겨우 48초 간 대화(?)한 게 전부다. 화딱지가 날 밖에는. 하여 습관대로 욕을 내뱉은 것이다. 화병 걸리면 안 되니까.
두 번째 원인은, 수구언론이다. 거대 수구언론이 윤석열의 캐릭터를 몰랐을까?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수구언론은 공공선이나 정의 따위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기득권 수호와 확장에 있다. 한데 이재명이 ‘기득권 카르텔’ 타파와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운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들고 나왔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들의 기득권에 치명적 타격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여 윤석열의 당선에 길잡이가 됐다. 최소한, 윤석열의 약점은 덮고, 장점은 부풀렸다. 이재명의 장점은 덮고, 약점은 키웠다. 그 결과가 0.73% 차이였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약자이면서 윤석열을 지지한 유권자이다. 사회적 강자와 부자들이 윤석열을 지지한 것은 맥락이 닿는 일이다.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정의보다는 이익이 우선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대부분은 수구언론과 특히 종편 방송을 통해 윤석열의 긍정적 이미지를 학습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의 부정적 이미지를 체화했다. 그러나 드디어 부자감세와 사회적 약자 예산삭감으로 그 청구서는 돌아왔다.
이 세상의 어떤 불행한 일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면목이 여과 없이 만 천하에 까발려졌다. 윤 대통령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윤 대통령의 성정性情으로 볼 때 자진 사퇴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자신이 ‘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이 결정은 ‘윤석열을 지지한 사회적 약자’ 손에 달린 듯하다. 분칠한 윤 대통령의 맨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하여 지지를 철회한다. 그러면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다.
그러면 수구언론도 윤 대통령을 더 이상 보호할 수도 없고, 보호하면 할수록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수구언론의 보호 없이 윤 대통령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지지율이 30% 언저리에 계속 머물면, 대한민국과 대부분의 국민들은 피폐해 가겠지만, 윤 대통령은 어쨌든 임기를 채울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각오는 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